다양한 인슐린 제품들.
전통적인 인슐린은 작은 병(vial)에 들어 있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주사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에게 병을 매번 들고 다니면서 주사기로 뽑아 쓴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나아가 시력이 약해진 노인들의 경우 약의 용량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해 늘 저혈당 또는 고혈당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펜 형태의 인슐린이다. 펜처럼 생긴 장치에 약과 주사침을 같이 장착했다.
이 장치는 당뇨 전문 제약회사인 노보 노디스크에서 1985년 처음 개발한 것으로, 개발 당시 당뇨병 치료의 혁신으로 평가되었다. 시력이 좋지 않아도 펜을 돌릴 때 딸각거리는 소리로 용량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휴대하기가 편리하고, 주사침이 아주 미세해서 고통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초속효성+중간형 혼합제품 식사 후 투여 가능
인슐린은 작용 시간에 따라 크게 중간형 인슐린, 속효성 인슐린, 초속효성 인슐린, 혼합형 인슐린으로 나뉜다. 중간형 인슐린은 NPH 인슐린이라고 불린다. 첫 자인 N은 Neutral, 즉 중성의 의미로 아연이 들어가서 중성용액에도 잘 녹는다는 뜻. P는 프로타민(Protamine)의 첫 글자로 프로타민은 인슐린의 작용 시간을 늘려주는 구실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H는 중간형 인슐린의 개발자인 하게돈의 이름 첫 글자. 중간형 인슐린은 맞은 뒤 1.5시간째에 작용이 나타나 8~12시간째에 최대효과가 나타나고 24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우리나라의 녹십자에서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를 통해 수입해 판매하는 노보린 엔 등이 있다.
중간형 인슐린은 24시간 지속적으로 혈당을 유지해주지만 식사 뒤 급격하게 올라가는 혈당은 조절해주지 못한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속효성 인슐린을 식사 이후에 추가로 보충해줘야 한다. 속효성 인슐린은 보통 피하 주사 시 30분 정도 지난 뒤 작용이 나타나고, 2~4시간째에 최고조에 이르러 4~6시간 뒤 하강 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속효성 인슐린 역시 주사 뒤 30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식사 30분 전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이 뒤따랐다.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4~6시간의 작용 시간도 문제. 오전 7시경에 주사 맞으면 오전 11~12시경에 저혈당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그래서 나온 것이 초속효성 인슐린이다. 이것은 맞은 뒤 10여분 지나면 작용을 시작해 3~4시간 효과가 지속되므로 식전에 인슐린을 맞을 수 있다.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을 모두 조절하기 위해서는 중간형 인슐린과 속효성 인슐린을 모두 주사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뇨 환자들의 주사 횟수는 보통 하루 4~5회.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속효성 인슐린과 중간형 인슐린을 혼합해 만든 제품이 혼합형 인슐린이다. 두 인슐린을 혼합하는 비율에 따라 10/90, 20/80, 30/70 등으로 표기한다.
초속효성 인슐린과 중간형 인슐린을 혼합해놓은 제품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의 노보믹스 30플렉스펜이 바로 그것. 식후 혈당을 빠르게 떨어뜨려주는 초속효성 인슐린과 기저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주는 중간형 인슐린을 혼합함으로써 효과 및 편리성을 동시에 개선한 제품으로, 인슐린 아날로그로서는 국내 최초로 출시된 제품이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인슐린 제제 가운데 정상인의 인슐린 분비와 가장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며, 식사 전은 물론 식사 후에도 투여가 가능해 환자들이 인슐린 투여를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이 편리한 펜 형태이기 때문에 인슐린 치료에 거부감을 가진 환자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