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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사실혼이 뭐기에

위자료는 되고 상속은 안 되고

사실혼관계 청산 시 친권·양육권은 인정…혼인신고보다 중요한 건 부부간 약속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위자료는 되고 상속은 안 되고

위자료는 되고 상속은 안 되고

사실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진 만큼 이를 보호해주는 법원 판례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Shutterstock]

사실혼과 법률혼의 가장 큰 차이는 ‘혼인신고’ 여부다. 우리나라는 법률혼주의를 따르는 만큼 혼인신고를 해야만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요즘은 결혼 후에도 혼인신고를 늦추는 부부가 많다. 바빠서 혼인신고를 못 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한번 살아보고 법적으로 부부가 될지 말지 결정하자’는 암묵적 합의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부부관계를 청산할 경우 법률혼은 반드시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사실혼은 둘 중 한 명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끝낼 수 있는 만큼 괜한 소모전이 필요 없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재혼가정이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혼과 사실혼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혼은 주관적으로는 혼인 의사가 있어야 하며, 객관적으로는 사회통념상 부부 공동생활로 인정될 만한 부분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법률혼을 따로 맺고 있는 경우는 내연에 준할 뿐 사실혼이라 할 수 없다.

동거와 사실혼을 구분할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은 타인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혼인관계로 인지하고 있느냐 여부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집안 경조사에 참석할 만큼 누가 봐도 결혼생활을 영위해왔다면 사실혼이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명백한 사실혼관계. 하지만 법률혼이 아니므로 태어난 자녀는 부(父)와 모(母) 호적에 각각 올라간다. 다만 자녀 이름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부받으면 친부와 친모 이름이 같이 올라간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과의 인척관계는 인정받지 못한다.



친권·양육권은 법률혼과 동일 

위자료는 되고 상속은 안 되고

혼인관계를 끝낼 시 법적 소모전이 필요 없다는 점 때문에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관계를 택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Shutterstock]

사실혼은 금융 거래에서도 약간의 제약이 있다. 대표적으로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을 들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신혼부부란 3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이거나 혼인한 지 5년 이내인 부부로 결국 법률혼이 이뤄져야만 대출이 가능하다. 최근 부산에서는 이런 규정을 악용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고 대출브로커가 소개한 여자와 허위로 혼인신고를 한 사례가 발각됐다. 결국 이들은 여자 측이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다시 남남이 됐다. 반대로 ‘1가구 2주택’을 소유한 사실혼 부부는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 만약 각자 집이 있는 상태에서 재혼한 경우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1가구 2주택이 되지 않아 집을 처분할 때 유리하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배우자가 소득이 없고 사실혼관계 증빙서류(친·인척 2명의 인우증명서)를 제출하면 피부양자로 인정된다. 인우증명서는 별도 형식을 갖춘 서류가 아니라, 두 사람이 사실혼관계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적은 뒤 보증인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날인만 하면 되는 서류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중혼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배우자가 아닌 자녀는 당연히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혼과 법률혼의 가장 큰 차이는 사실혼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상속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재혼하면 남편 쪽 자녀들에게만 상속이 돌아갈 뿐 사실혼 배우자는 빈손으로 남겨지는 불안정한 지위에 처해지기도 한다. 물론 방법이 없지 않다. 이럴 경우 ‘사실혼관계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면 된다. 말 그대로 상대방과 사실혼관계였음을 입증하는 소송으로, 승소하면 재판 확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그 판결을 근거로 정식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이는 어느 한쪽이 혼인신고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변심이나 부정행위로 결별할 경우에는 법률혼과 동일한 조건으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의 판례를 들어 설명하면, 실버타운에 거주하던 사실혼관계의 한 노부부는 지속적인 감정 다툼으로 결국 헤어지게 됐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총 자산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산분할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청구인과 상대방의 사실혼 기간 및 그 경과, 청구인과 상대방의 나이 및 생활 능력, 재산의 규모 및 대부분의 재산이 사실혼관계 이전에 형성된 점, 청구인이 가사노동을 담당하였던 점, 기타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신은숙 이혼전문 변호사는 “사실혼관계가 입증되면 이혼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실혼관계를 정리할 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자녀가 있다면 친권과 양육권을 부부가 공동으로 행사하게 된다. 만약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소송을 진행한다 해도 법률혼관계와 동일한 기준으로 친권과 양육권이 배분된다”고 설명했다.



배우자 연금 수령도 가능

사실혼관계자는 국민연금 내지 유족연금에 대한 권리도 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남편에게 법률혼 배우자가 따로 있음에도 이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 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로 사실혼을 법률혼과 똑같이 인정해준 판례가 나왔다.

내용을 살펴보면 1968년 Z씨는 부인과 이혼할 의사로 별거 상태에 있던 A씨를 만나 A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약 46년간 동거하며 슬하에 자녀 2명을 뒀다. 또한 Z씨는 직업군인인 A씨를 따라 전국을 떠돌다 부산에 정착했고, A씨 집안의 제사를 지내고 각종 행사에도 참석했으며, A씨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3명의 학비를 대는 등 며느리 및 어머니 노릇을 다했다. 그사이 A씨는 여러 차례 전처와 만나 이혼을 논의했지만 전처가 거절해 끝내 이혼하지 못했다. 결국 A씨가 사망하자 Z씨는 군인연금법이 정한 유족연금 수급권자 지위를 인정받고자 법원에 사실혼관계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46년 동안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했음을 인정해 Z씨를 법률상 부부와 동일하게 ‘부양자’로 취급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1조,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법률혼이 없어야만 사실혼이 인정되므로, 연금 수령도 법률혼 배우자가 우선권을 갖는다. 신은숙 변호사는 “최근 판례를 보면 법률혼을 유지하다 이혼 후 다른 사람과 법률혼을 맺은 뒤 다시 전처와 사실혼관계를 맺더라도 전처는 남편의 유족연금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왔다. 이유는 연금 개시 당시 엄연히 법률혼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최근 들어 사실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많이 바뀐 만큼 법에서도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선상에서 인정하는 판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부부간 약속이 혼인신고 서류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주간동아 2016.09.14 1055호 (p58~59)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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