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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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호러, 갱스터 ‘단편 릴레이’

  • 입력2005-07-26 1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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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호러, 갱스터 ‘단편 릴레이’
    ‘사람 사는 거, 죽거나 나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라고 한다면 매우 비관적인 세계관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삐딱한 제목의 영화는 그리 어둡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고등학생들의 패싸움, 형사와 깡패의 결투, 폭력조직간의 혈전 등 시종일관 싸우고 부수고 피흘리는 장면이 반복되지만 그 속엔 청춘의 재기발랄함과 삶에 대한 유머, 그리고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슬픔까지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낯선 감독, 낯선 제목, 낯선 얼굴들에 ‘단편을 이어붙인 릴레이 무비’라는 낯선 형식까지, 이 영화에 대한 첫인상은 ‘낯섦’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신예 류승완 감독은 웬만한 스타 개런티에도 못 미치는 6000만원이란 돈으로 한 편의 장편영화를 완성했고, 이런 저예산 영화로도 ‘한 예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단편영화 4편을 3년에 걸쳐 짬짬이 만들어 이어붙인 이 영화는 액션, 호러, 세미 다큐, 갱스터까지 장르영화의 향연을 보여준다.

    어느 편 하나 빠지지 않는 완성도를 갖췄고, 마지막에 이르면 마치 퍼즐 조각을 이어붙인 것처럼 거대한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열등감에 찌든 공고생 석환, 성빈과 예고에 다니는 현수 일행의 싸움을 그린 ‘패싸움’(1부), 석환은 강력계 형사가 되어 있고 감옥에 갔다온 성빈이 죽은 현수의 악령과 싸우는 ‘악몽’(2부), 석환이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를 검거하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그린 ‘현대인’(3부), 고등학생인 석환의 동생이 조직폭력배를 동경하다 성빈의 휘하로 들어가고 조직간의 혈전이 펼쳐지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4부).



    에피소드는 각각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은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삶에는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인생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쉽게 틀어져버린다.

    친구 사이의 우정, 싸우는 감정, 왜 싸우는가에 대한 관심과 10대, 20대, 30대에 따라 싸우는 이유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독특하고도 새로운 영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충무로의 쿠엔틴 타란티노’로 불리며 ‘우리 영화의 가장 젊고 신선한 혁명’이라고까지 치켜세워지는 감독에 대한 찬사가 그리 과장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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