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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과로 있었다면 업무상 재해”

급성백혈병 산재 인정 새 판결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ykpark079@lawcm.com

“과로 있었다면 업무상 재해”

“과로 있었다면 업무상 재해”

1월 12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백혈병 발병 등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등이 ‘재해예방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하기 위해 만났다. [사진공동취재단]

근로자가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경우 발병 원인을 밝히지 못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는 무척 어렵다. 최근 수습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근로자 급성백혈병 사망사건도 처음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승인하지 않아 재판까지 하면서 수년을 흘려보내야 했다. 나중에야 사업장에서 쓰던 유독물질과 급성백혈병의 인과관계가 밝혀져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근로자의 경우와 달리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특별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A부장판사(사망 당시 48세)의 부인 B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결정 취소소송(2015두56465)에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에서 일하던    A부장판사는 2013년 1월 어느 날 새벽 집에서 잠을 자다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 측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을 동반한 괴사성근막염(피부가 붉게 붓고 통증과 세포염증을 동반한 괴사 증상) 때문에 패혈증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A부장판사는 병원에 입원한 지 나흘 만에 숨졌다. 유족인 부인 B씨는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진 데 따른 공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신청을 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 측은 “과로 및 스트레스와 백혈병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B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그러나 2심(서울고등법원)은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약화가 2주간 짧은 기간 진행된 고인의 백혈병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서울고등법원의 판단과 달리 A부장판사의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면서 원심(2심)을 파기 환송했다.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누적된 직무상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A부장판사가 괴사성근막염이 악화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급성백혈병의 발병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A부장판사는 급성백혈병 환자의 일반적인 생존 기간과 비교해 매우 짧은 기간 내 숨졌다. 병원 진료기록에 따르면 패혈증 발병 원인으로 과로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괴사성근막염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A부장판사가 사망 직전 재판장 업무에 더해 법원 민사집행 실무제요 개정판 집필과 검토, 법무부 민사집행법 개정위원회 업무, 법문화강좌 강의 등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고 사망 직전 3개월 동안 고인의 재판부 사건 처리율은 같은 법원 재판부의 평균 처리율을 넘을 정도로 업무에 매진한 점에 비춰보면 상당한 업무상 과로가 누적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근로자 사망사건의 경우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유해물질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전례와 달리, 이번 대법원 판례에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공무상 재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주간동아 2016.07.13 1046호 (p37~37)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ykpark079@lawc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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