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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의 밥꽃, 목숨꽃 사랑〈마지막 회〉

기계는 제 일하고, 인류는 꿈과 이상을…

‘사람 꽃’ 피는 유토피아

  • 농부작가 flowingsky@hanmail.net

기계는 제 일하고, 인류는 꿈과 이상을…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칠까 한다. 내가 쓰고 싶었던 농작물 꽃 가짓수는 50여 개. 올 초까지만 해도 한 해 더 이어서 쓰고 싶었다. 하지만 헛된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얼마 전에 ‘씨를 훌훌 뿌리는 직파 벼 자연재배’라는 책을 내는 과정에서 호되게 몸살을 앓았다. 요즘 출판 흐름은 읽기 좋으면서도 정보와 재미가 같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 보니 원고를 수십 번 가다듬는 건 기본. 나중에는 입말로 원고 전체를 두어 번 소리 내어 읽어가면서 가다듬어야 했다. 사진 역시 수만 장 가운데서 고르고 또 골라야 했다. 그러고도 인쇄 직전의 교열과 교정은 머리에서 신열이 날 만큼 뜨거웠다.


기계는 제 일하고, 인류는 꿈과 이상을…

작은 꽃들이 모여 왕관처럼 꽃을 피우는 우엉꽃(왼쪽). 길가에서 흔하게 피지만 알아주는 이가 적은 쑥꽃. 사진 제공·김광화

밥꽃 영상 프로젝트

이렇게 하고 책을 냈더니 뇌가 한동안 ‘태업’을 한다. 머릿속에 주먹 하나가 들어있어 나를 누르는 느낌. 나는 어떤 글이든 초고를 한달음에 쓰는 편이다. 그런 다음 시간을 두고 다듬어간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안 된다. 뇌가 쉬고 싶단다. 한달음에 글이 나가지 않는다면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사실 ‘밥꽃, 목숨꽃’은 우리 식구가 함께 하는 큰 프로젝트다. 아내와 내가 따로 잡지 연재를 계속해왔고, 그걸 묶어 단행본도 출간할 예정이다. 사진으로는 사진전을 열 생각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들과 딸은 물론 이웃까지 함께 하는 일이 있으니, 바로 ‘밥꽃 마중’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농작물마다 어떻게 사랑을 나누고, 자손을 남기는가를 중심으로 짧은 영상을 만드는 일. 하는 김에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볼 수 있게 쉽게 만들자. 콘티는 그동안 쓴 글이 있으니 그걸 살리면 되겠지.
하지만 막상 해보니 이게 또 보통 일이 아니다. 글 쓰고 거기 필요한 사진을 찍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영상을 만드는 일은 새롭고 또 새롭다. 머릿속 회로를 새로 짜야 한다. 영상 편집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그걸 담을 기기도. 나날이 뭔가 새롭게 시도해야 하고, 거기 맞춰 필요한 게 자꾸 생긴다.
처음에는 사진에 자막이 들어가게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목소리를 넣기로 했다. 목소리도 다양한 게 좋더라. 어른, 아이, 사투리…. 여기에 적절한 음악이 깔려야 하고, 전 세계인과 공유하고자 영문 자막까지 넣어본다. 이렇게 해 지금까지 만든 동영상이 7개 정도. 이를 다시 주제별로 서너 개를 하나로 묶어 10분 남짓 영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 영상을 인연 닿는 곳에 가서 보여주고 있다. 이름하여 ‘전국 순회 상영회’.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보는 걸 시작으로 지역 도서관에서, 연수회장이나 송년회 자리에서….  


기계는 제 일하고, 인류는 꿈과 이상을…

비가 와도 팽팽한 꽃잎으로 꽃술을 보호하는 가지꽃. 토종 오이는 개량 오이와 달리 수꽃이 암꽃보다 훨씬 많이 핀다. 정농회 연수장에서 ‘밥꽃 마중’이란 영상을 상영하는 모습(왼쪽부터). 사진 제공·김광화 사진 제공·김광화 사진 제공·김광화

빅데이터를 넘는 무한 데이터는?

이번 연재의 소재는 농작물 꽃이지만 나누고 싶었던 주제는 ‘사랑’이었다. 결국 삶을 어찌 살까 하는 우리 사람에 대한 물음이다. 국화과 식물인 상추는 꽃이 작으니 한데 모여 마치 하나의 꽃처럼 피어나는 전략을 발전시키고, 볏과인 벼는 인해전술로 일단 많이 살아남기 위해 자기꽃가루받이를 선택했다면, 십자화과 배추는 자기꽃가루받이를 피해 자가불화합성을 발전시키고 있다. 물론 농작물은 사람의 손에 의해 계속 개량되겠지만, 더 나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작물 나름의 다양한 노력이 없다면 우리 사람이 살 수 없으리라. 그러므로 이들의 사랑은 언제든 우리 사람을 일깨운다.
하지만 다시 사람한테 눈을 돌리면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드는 꽃이 얼마나 많은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 대결에서 보듯이 급속한 기술 발전이 우리 사람한테 던지는 물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제는 기술을 왜 개발해야 하는지를, 그 근본에 대한 물음을 진지하게 함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기술을 개발하는 한, 사실 그 누구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사라지게 되니까.
점점 갈수록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영역은 좁아지고, 어렵사리 그 영역 안으로 들어간들 엄청난 노동 강도에 대책 없이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같이 그 방향을 모색하고 협력해 인류적 공동체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실 우리네 삶은 알 수 없는 무한의 세계다. 즉 빅데이터를 넘는 무한 데이터다. 삶의 중심 가치인 사랑도 무한하며, 창조도 무한하다. 따라서 이런 소중한 가치들이 빅데이터에 의해 흔들리거나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기후협약’ 같은 인류적 논의와 협약이 필요할 때다. 이를테면 ‘기본소득제’ 같은 근원적인 경제 시스템을 대안으로 구체화하면서 기술 변화를 공동으로 모색하는 건 그냥 꿈일까.
내친김에 생각을 더 확장해보자. 최근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뇌의 변화는 가히 혁명에 가깝다. 인류가 수만 년 동안 겪을 변화를 단 몇 년 내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이제 인류가 새로운 진화 단계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상상해본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기계한테 맡기고, 인류는 공동으로 더 큰 꿈과 이상을 펼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하여 모두가 ‘사람 꽃’으로 피어나, 지금 이곳이 바로 ‘유토피아’가 되기를 바란다. 


기계는 제 일하고, 인류는 꿈과 이상을…

베어도 베어도 기어이 꽃을 피우는 부추꽃. 사진 제공·김광화





주간동아 2016.03.23 1030호 (p70~71)

농부작가 flowing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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