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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다메(안 돼)노믹스’ 되는 아베노믹스

부진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일본 경제…한국이 전철 피하려면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leebuh@hri.co.kr

‘다메(안 돼)노믹스’ 되는 아베노믹스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경기 회복과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가 컸던 일본 경제는 최근 들어 다시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될 정도로 부진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그래프1 참조). 이에 따라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일본 경제는 아베 내각 집권 3년 동안 평균 1%에도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대 초반으로, 아베노믹스의 최종 목표인 명목 3% 성장, 소비자물가 2% 상승을 달성하지 못했다(그래프2 참조).
이뿐 아니다. 2015년 4분기에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4%로
1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자칫 잃어버린 30년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 등 경기 재침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기는커녕 불안감만 확산되는 양상이다.



회의론 원인은 정책 실기

이처럼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된 데는 실적도 실적이지만 아베 내각이 알면서도 묵과한 주요 정책의 실기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첫 번째는 엔저 전략과 이를 기반으로 한 경제의 선순환 고리 형성이 일본만의 정책 노력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아베노믹스의 기본 전제가 오판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베노믹스가 엔저를 강하게 유도한 것은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기반을 두고 고용과 소득 면에서 가계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소비는 물론 내수 기업들의 투자 확충까지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함이었지만,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하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와 함께 유로존과 미국 경제의 불안감마저 겹치는 등 세계 경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때 125엔대까지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이 114엔대로 주저앉아 엔고 국면으로 전환되기까지 했다. 일본 내부의 어려운 경제 사정과는 무관하게 엔화가 안전통화로 여겨지는 바람에 세계 경제 리스크가 확대될 때마다 엔화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엔고 국면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른바 안전통화의 저주(curse under safe heaven)가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두 번째는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한 오판이다. 아베노믹스의 본격 추진에 앞서 시장에서는 이미 GDP의 200%를 웃도는 국가부채 문제가 더 악화되면 일본 경제 파산 등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아베노믹스가 추동력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손쓸 길 없이 망가진 자국 경제가 회생할 것이라는 기대와 아베 내각의 강력하고도 일관적인 정책 추진이었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2014년 1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한 데다, 성장세가 오히려 가속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 회복이라는 명목 아래 2014년 4월 기존 5%였던 소비세를 8%로 인상한 조치가 방아쇠를 당겼다. 결국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성적표가 나오면서 추가적인 재정 투입과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졌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약 246%에 이를 정도로 커지고 만 것이다. 섣부른 경기 판단에 근거해 인상했던 소비세가 경기 회복과 재정 건전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만든 셈이다.
세 번째로 아베노믹스가 인기영합적인 대증(對症)정책 수단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약 아베노믹스가 단기 정책 수단을 통해 얻은 정책 추동력을 바탕으로 고령화·저출산 현상, 경직된 노동시장, 약화되는 기업 경쟁력 등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을 높였더라면 좀 더 좋은 성과가 있었으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유럽, 일본에 이어 중국마저 경쟁적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국내에서도 좀 더 강력한 경제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최근 대내외 경제환경을 살펴볼 때 충분히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벌어지는 경제 활력 약화, 상존하는 디플레이션 우려, 산업 경쟁력 약화와 산업 공동화 현상 진전 같은 변수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더욱이 고령화·저출산 등 경제·사회 구조 차원의 문제가 심화해 일본과 유사한 현상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베노믹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경제 현실에 대한 더욱 냉철한 판단과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경제대책에서 탈피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잠재 성장력을 확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일본만큼 경제 활력이 저하된 상황은 아니지만, 경제 주체들의 심리 개선이 지연되는 와중에 다양한 구조적 문제점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령화·저출산 현상으로 발생하는 공급 측면의 한계뿐 아니라, 기업 투자와 가계의 소비 여력 약화 등 수요 측면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메(안 돼)노믹스’ 되는 아베노믹스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 문제점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미래의 불안을 점차 해소함으로써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정정책 역시 기본적으로는 국가 잠재 성장력 확충이라는 중·장기 과제에 대응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염두에 두고 운용해야 한다. 물론 갑작스러운 경기 둔화나 하방 압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동성 있게 정책을 운용해야겠지만, 경기 판단 착오로 추가 재정 투입을 거듭했다 국민 부담을 가중하는 식의 정책 실기를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겪는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앞으로 다양한 갈등 현상을 유발해 경제정책의 실효성을 약화할 공산이 크다.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시급하기 짝이 없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체가 있는 만큼 적절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부단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어떤 정책 대안이든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그 실효성 또한 변한다. 급변하는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는 탄력적 운용이야말로 아베노믹스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는 제1원칙이라는 뜻이다. 






주간동아 2016.02.24 1026호 (p56~57)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leebuh@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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