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5

2016.02.17

국제

스타워즈가 현실로? 레이저 무기 개발 경쟁

주요국 조만간 실전배치, 정확성·신속성·경제성 두루 갖춘 ‘꿈의 무기’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6-02-16 16: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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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Star Wars)’가 그려낸 실감 나는 미래전쟁의 모습 중 하나는 우주전투기들이 레이저를 쏘며 공중전을 벌이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이 모습은 더는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레이저 무기가 실전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미국 등 각국은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전투기와 무인공격기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이저(laser)란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머리글자를 따서 조합한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유도 방출된 전자기파에 의한 빛의 증폭’으로 번역할 수 있다. 레이저는 1960년 7월 미국 휴즈항공사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 박사가 처음 개발했다. 태양빛과 같은 성질을 가지지만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꼬마전구를 켤 수 있는 전기보다 작은 1mW 출력의 레이저라도 단위 면적당으로는 태양빛의 100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출력에 따라 종이를 태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을 살상할 수 있고, 건물 등도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레이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우주 공간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다. 이 프로젝트 이름이 바로 ‘스타워즈’였다.



    함대공, 지대공, 공대공, 방어막까지

    각국이 치열하게 개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역시 미국이다. 미 해군은 2014년 12월 10일 세계 최초로 레이저포를 페르시아 만에 배치한 수륙양용수송함 USS 폰스(LPD-15)호에 실전배치했다. 미 해군은 실전배치에 앞서 3개월간 30kW 급 레이저포의 타격시험을 진행했다. 시범 타격 영상자료를 보면 이 레이저포는 빠르게 접근하는 소형 표적 선박에 탑재된 로켓 모양의 물체를 정확하게 파괴했다. 날개폭 3m 정도 크기인 표적 무인기도 1~2초 만에 격추했다. 매슈 클룬더 미 해군무기연구소장은 “시범운용에서 레이저포의 높은 타격 정밀도와 빠른 타격 속도가 확인됐다”며 “미 해군의 무기체계 역사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폰스호에 배치된 레이저포는 미국이 6년간 4000만 달러(약 481억 원)를 투자해 개발한 것이다. 아직 영화처럼 강력한 파괴력은 없고 사거리도 1.6km로 짧지만, 한 번 발사하는 데 0.59달러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싼값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사일이나 폭탄에 비하면 파격적인 비용이다. 미 해군은 2020년까지 레이저포 출력을 150kW까지 높여 실전 배치 대상 군함을 유도미사일 구축함과 연안전투함 등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미 해군은 중국의 DF(東風)-21D 등 상대국의 미사일 공격에 맞서 차세대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호에도 레이저포 를 적극 설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는 전투기도 개발 중이다. 허버트 칼라일 미 공군 전투사령관(대장)은 현재 항공기용 레이저포인 ‘고에너지 액체 레이저 방어 시스템(High-Energy Liquid Laser Area Defense System·HELLADS)’이 지상시험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2020년까지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공군연구소(AFRL)는 현재 C-17 수송기, F-16, F-15, F-35 전투기 등에 HELLADS를 설치해 적의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공중전과 근접 지상 항공 지원, 무인항공기 격추 등 다양한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HELLADS의 사거리는 10km 이상이며, 분당 최소 6번 이상을 요격할 수 있다. 켈리 해미트 AFRL 에너지부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수년 내 초음속으로 비행 중인 전투기가 강력하고 정확한 레이저를 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FRL은 또 방어용 ‘레이저 막(laser shield)’도 개발하고 있다. 이 방어막의 기본 개념은 ‘레이저 버블(laser bubble)’이 전투기 주변을 돌면서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또 다른 전투기의 공격을 막는 것이다. 이러한 방어막을 만들려면 전투기의 공기역학을 방해하지 않는 터렛(turret·회전 포탑)이 필요하다. AFRL은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과 협력해 터렛을 이용한 시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드론과 레이저가 결합하면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레이저포를 장착한 무인공격기(드론)도 개발 중이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의 제임스 시링 국장은 레이저포가 장착된 드론을 이용한 탄도미사일 요격체계가 조만간 현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드론의 비행고도는 2km로 한 번 출격하면 여러 날 비행할 수 있다. 특히 이 드론은 발사 단계에서 레이저포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해 적이 유인용 미사일(decoy)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 요격용 드론이 이르면 2년 내 실전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미 방산업체 제너럴아토믹스는 150kW 출력의 레이저 무기를 차세대 드론인 어벤저(프레데터 C형)에 장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 드론은 최고 마하 1.35로 비행하며, 최고 비행고도는 15.24km, 체공시간은 최장 18시간이나 된다. 이 회사는 지난 15년간 레이저포 연구도 해왔다. 제너럴아토믹스는 현재 이 레이저포를 뉴멕시코 주 미사일 시험장 화이트샌즈에서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150kW 출력을 내는 레이저포를 드론에 탑재하는 일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공중을 고속으로 비행하는 드론 플랫폼에 레이저를 탑재해 표적을 타격하는 작업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 게다가 레이저포의 경량화도 문제다. 150kW 레이저포는 사거리가 길지만 무겁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이 회사가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한다면 조만간 드론은 헬파이어 미사일 대신 레이저로 표적을 공격하는 가공할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병사들이 휴대해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레이저 무기도 있다. 미 항공기 제작사이자 방산업체인 보잉이 개발한 병사용 무기는 ‘콤팩트 레이저 웨폰 시스템(Compact Laser Weapon System·LWS)’으로 불린다. LWS는 총 4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각 부분은 여행용 가방 정도 크기로 병사 1~2명이 운반할 수 있다. 총 중량은 약 295kg, 필요 인원은 8~12명이다. 조립에는 15분이 소요된다. 이 무기는 최대 10kW 에너지 빔을 방출해 35km 밖의 드론, 포탄, 저고도비행 항공기 등을 요격할 수 있다. 보잉은 현재 미군 특수부대들이 LWS를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잉은 육군용으로 레이저 무기 탑재 차량(HEL MD)도 개발했다. HEL MD는 10kW 출력의 레이저를 발사해 드론과 로켓 등을 격추할 수 있다.





    적의 눈을 멀게 하라

    미국과 더불어 레이저 무기에 공을 들이는 대표적인 국가로 중국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월 ‘저공위사’(低空衛士·저공의 호위병)란 이름의 레이저 요격 시스템을 공개했다. 12km2 넓이를 방어할 수 있으며, 타격시험에서 소형 항공기 30여 대를 대상으로 요격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중국군 당국이 이러한 무기체계 개발 내용을 스스로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국의 레이저 무기 개발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방군보’와 ‘환추(環球)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레이저 무기 성능 개선에 주력해왔다.
    특히 중국은 적의 눈을 멀게 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까지 실전배치했다. 이 무기는 표적을 일시적으로 실명시키거나 현혹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무기로는 PY132A, LAGⅡ, BBQ-905 LDW 등이 있다. PY132A는 망원 조준경에 장착하는 강력한 레이저빔으로 적 전차의 열·야간 영상장비를 무력화하는 데 사용된다. LAGⅡ는 사격통제 레이더와 연동해 드론, 포탄, 로켓, 미사일 등을 격추할 수 있다. 중국은 또 레이저 무기에서 발사된 빔의 방향을 바꾸거나 반사해 무력화할 수 있는 코팅 기술도 개발했다.      
    이스라엘과 독일 역시 레이저 무기 개발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독일 방산기업 MBDA는 지난해 6월 로켓, 박격포, 급조폭발물(IED), 소형 무인기를 레이저로 격추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했다. 10kW 레이저 4대를 결합해 총 40kW 출력으로 3km 이내 비행물체를 격추할 수 있는데, 격추 시간은 3.3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MBDA사는 앞으로 5년 안에 레이저 출력과 사거리를 각각 100kW, 5km로 늘린 레이저 무기를 독일군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차량에 설치한 5?20kW 출력의 레이저는 500m 이내 IED를 제거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국영 방산기업 라파엘도 레이저빔을 개발했다. 트럭 모양의 발사대와 레이더, 통제소로 구성된 이 무기는 날아오는 적 로켓이나 포탄, 박격포탄, 소형 무인기 등을 요격할 수 있다. 사거리는 최대 7km로, 레이저빔을 한 번 쏘고 난 뒤 4~5초면 다시 쏠 수 있다. 라파엘사는 앞으로 2~3년 후면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저 무기는 직진성이 우수해 총이나 포탄을 쏠 때처럼 포물선 탄도를 계산할 필요가 없다. 또한 발사 후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로 날아가기 때문에 조준만 제대로 하면 그 어떤 목표물도 공격을 피할 수 없다. 넓은 지역을 초토화하는 폭탄이나 미사일에 비해 2차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소음이 없는 데다, 비가시성 레이저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아 은밀한 기습공격까지 가능하다. 레이저 무기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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