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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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타트업도 ‘문송’합니다

IT 모르면 창업에서도 차별…非기술 스타트업 위한 새 지원책 마련해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 박세준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입력2016-02-16 14: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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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非)기술 창업의 경우 기술 창업에 비해 각종 지원을 받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요. 그래서 자기 자본으로 일단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연매출 1억 원대 스타트업 ‘CUP EYE’를 운영하는 대학생 최고경영자(CEO) 김진홍 대표의 말이다. CUP EYE는 테이크아웃 컵 홀더에 광고를 싣는 업체다. 광고가 실린 컵 홀더는 커피숍에 무료로 공급한다. 동국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대학가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인문·사회·상경계열 학생 중에도 창업에 관심을 두는 이가 적잖다. 하지만 기술 창업이 아닌 경우 시작부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코딩 모르면 창업 못 하나?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청 창업지원 예산 7400억 원 가운데 78%에 이르는 5800억 원이 청년 및 대학생 창업에 배정됐다. 그런데 이 지원금은 대부분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창업에 지원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이 분야 창업을 장려한 결과다.
    서울 소재 여러 대학의 창업지원단도 이공계생이 주도하는 기술 분야 창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스타트업 분야는 문화콘텐츠, 생명공학, 정보통신으로 제한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와 서울시립대가 공동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 역시 입주 기준을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등으로 명시해둔 상태다. 한양대가 운영하는 창업보육 프로그램 ‘스마트 창작터’의 지원 요건은 ICT 분야에 한정돼 있으며,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에도 벤처기업으로 이미 인정받았거나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만 입주할 수 있다. 동국대 창업지원단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영상문화콘텐츠, 멀티미디어, IT(정보기술) 분야 창업을 지원한다고 밝혀놓았다.
    창업을 원하는 비이공계열 대학생이 IT와 융합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도 창업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경식 한국외대 창업동아리 HUVE 회장(한국외대 국제통상학)은 “정부가 지원하는 IT 기반 스타트업 요건에 맞추려면 보통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인문계열 전공자가 뒤늦게 코딩을 배워 그만한 수준에 이르는 게 쉽지 않다. 서울대 출신 이두희 씨가 운영하는 ‘멋쟁이 사자처럼’ 같은 코딩 교육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IT 분야 전문가를 찾아 기술 개발을 맡겨야 하는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레시피 추천 스타트업을 창업한 김민성 끼니끼니 대표(한양대 중어중문학)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현해줄 개발자를 만나는 게 매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김진홍 대표는 과거 핀테크(FinTech) 기업 창업을 준비하던 때를 떠올리며 “학력이나 학점이 코딩 실력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좋은 개발자를 찾는 게 어렵다. 내가 꿈꾸는 사업에 적합한 개발자를 만나는 일은 더욱 힘들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기술 창업은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렵고, IT 창업은 적절한 팀을 꾸리기 힘든 상태에서 비이공계열 창업 지망자들이 찾는 출구는 아이디어 상품 개발이다. 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청년창업 지원 모집 요강에는 5가지 가점 기준이 있다. △여성기업 △장애인기업 △창업 실패 후 재창업기업 △북한이탈주민 기업 등을 제외하고 한 가지 남는 것이 △특허를 활용한 창업이다. 특허 출원은 공학지식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심을 두는 대학생 도전자가 적잖다.



    “비이공계열 창업을 허하라”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길 역시 결코 수월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신제품을 개발해도 특허를 받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발암물질을 제거한 콘돔을 개발해 판매를 준비 중인 성민현 ㈜인스팅터스 대표(한양대 경영학)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연구를 거듭해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특허는 받지 못한 상태”라며 “변리사와 상담해보니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보기 어려워 특허를 받기가 힘들겠다고 하더라”고 답답해했다. 특허법 제29조에는 ‘특허출원 전에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중략)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그 발명에 대해서는 (중략)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대학생이 개발한 제품이 이 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창업 환경 때문에 비이공계열 대학생은 이공계열 대학생에 비해 쉽사리 창업의 꿈을 접는다. 김진홍 대표는 “IT를 기반으로 한 기술 창업에는 거품이 많다.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사용자가 많으면 어떻게든 수익이 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꽤 되는데, 실상은 몇 년간 기업을 운영해도 사용자를 늘리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3년 전국경제인연합 조사에 따르면 기술형 창업의 성공률은 5%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청도 2013년 창업기업의 66%를 차지한 청년소프트웨어 기업 가운데 60%가 그해 폐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의 경우 특허가 아닌 영업네트워크도 충분히 기업 자산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근거로는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다”면서 “기술 창업이든 비기술 창업이든 수익모델만 확실하다면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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