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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심리, 미분양이 부동산시장 운명 결정한다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공포 심리로 바뀐 부동산시장… ‘고밀 도시 착한 미분양’ 주목할 만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금리, 심리, 미분양이 부동산시장 운명 결정한다

역대급 금리인상으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가 ‘공포 심리’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경전. [뉴스1]

역대급 금리인상으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가 ‘공포 심리’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경전. [뉴스1]

2022년을 보내며 대한민국 부동산은 역대급 불확실의 파도 위에서 출렁거리고 있다. 8~10월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900여 건 수준으로 장기 평균인 7000건에 한참이나 못 미쳤다. 어쩌다 발생하는 1건의 거래 가격이 시장 흐름에 맞는 적정선인지, 아니면 그 밑에 지하실이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극도의 공포 심리에 짓눌린 초급매 거래인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2023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하락 거래가 대거 출몰하는 대세 하락장이 될지, 아니면 반등의 서막이 열릴지를 결정짓는 변수는 무엇일까. 그 경우의 수를 짚어보며 2023년을 준비하자.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 최저

멈출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 상승세를 단번에 꺾은 것은 40년 만에 들이닥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단행한 금리인상이었다. 역대급 금리인상 속도에 주택매수심리는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며 바닥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택 가격을 가장 잘 추종하는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기준치=100포인트)는 8월 최저 수준인 76포인트를 기록했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9월 주택가격전망 CSI는 67포인트로 추가 하락했으며, 최근 발표된 11월 주택가격전망 CSI는 아직도 바닥이 멀었다는 듯 61포인트로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역대급 금리인상이 바닥으로 내리꽂은 부동산 기대심리는 결국 ‘공포 심리’로 바뀌었다.

이런 ‘부동산 팬데믹’을 확대 재생산하는 주범은 소셜미디어다. 유튜브 빅데이터 랭킹 및 분석 플랫폼 ‘소셜러스’에 따르면 한국 유튜브 구독자 수는 2017년 2억4000만 명(중복 구독자)에서 주택시장이 반등한 2019년 8억8000명으로 급증했으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2021년 36억 명까지 수직 상승했다. 자극적인 섬네일만 살아남는 유튜브 생태계에서 ‘오늘 집값이 제일 비싸다’ ‘지금 집 사면 호구’ ‘부동산 대폭락 아직 시작도 안 했다’ 같은 섬네일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지사다. 소수의 사람만이 소셜미디어에 관심을 가졌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현재는 자극적인 소셜미디어의 홍수로 대중심리가 급격히 한 방향으로 쏠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뉴노멀이 됐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환류 속도가 미디어와 추천 알고리즘의 고도화로 가속화되면서 ‘금리인상’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정보가 시장 사이클에 빠르게 선반영되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사이클은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진폭이 더욱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질 것이다. 또한 시장 정보가 시차를 두지 않고 심리에 반영될 것이기에 미래 예측에 도움을 주던 ‘선행지표’는 점차 무용지물이 될 전망이다. 즉 시장 사이클 예측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그만큼 불안도 커질 것이다. “미래는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3년 폭락’ ‘앞으로 3년 폭등’처럼 확실한 어조로 말하는 전문가는 멀리해야 한다.

자극적 소셜미디어 홍수로 대중심리 급격한 쏠림

내년 역시 ‘금리 향방’과 지하실을 향하는 ‘심리지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올 한 해 급격히 증가한 ‘미분양 해소 여부’가 시장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금리, 심리, 미분양이라는 3가지 운명 변수가 만들어내는 최악의 경우의 수를 상상해보자.



심리지표인 주택가격전망 CSI가 내년 초에도 역대 최저 수준인 60~70포인트 수준을 횡보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내년 초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경로를 밟으며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하한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인 ‘금융기관’이 도산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곧 ‘시스템 리스크’(금융 시스템 장애로 금융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 발생으로 경제와 부동산 모두 ‘붕괴의 파국’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금융기관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됐다. 세계 최대 파산 규모로 기네스북에 기록될 정도였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이전인 2007년 12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연준은 6개월 동안 전격적으로 2.3%p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한국에서 ‘레고랜드PF’ ’롯데건설PF’ 이슈가 부동산과 금융시장을 통틀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은 부동산시장 붕괴가 금융기관 붕괴로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만약 ‘붕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전국 미분양 수치는 현 4만7000호에서 순식간에 임계점인 6만 호를 넘어 내년 하반기에는 8만~9만 호까지 치솟게 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내년에는 부동산시장에 무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처세가 될 테다.

반면 내년 부동산시장에서 최상의 경우의 수를 상상해본다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인하되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서 ‘금리인하’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공포 심리를 촉발했던 소셜미디어는 ‘장밋빛 심리’를 순식간에 전염시키며 ‘시차 없이’ 시장 반등을 촉발할 것이다. 이 경우 주택가격전망 CSI는 80포인트를 넘어 수개월 내 100포인트까지 반등할 수 있다. 전국 미분양 수치는 건설사의 지속적인 공급에도 안전 마지노선인 6만 호 안팎에서 지지되며 2024년 본격적인 반등을 향한 시동을 걸 것이다.

이런 대세 회복 시그널이 나타난다면 하반기에 가장 먼저 하락한 경기 남부 지역부터 반등을 보일 수 있다. 현재 지방 신축보다 싸게 거래되는 인천 검단의 집값 역시 분양가 이상 시세 상승을 기록할 것이다. 내년 하반기 기대 이상으로 반등 시그널이 나타날 경우 경기 남부 대장 지역인 용인, 화성, 의왕, 그리고 인천 검단을 저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2024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분양 조건 완화 주목할 필요

마지막 경우의 수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최근 발표된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 따라 금리가 인상되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아 고금리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70~80포인트를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좀 더 버텨보자고 결심했던 영끌족의 매도세가 가속화돼 주택 거래량은 적어도 올해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분양시장은 여전히 높은 중도금 대출금리 여파로 미분양이 안전 마지노선인 6만 호를 돌파해 7만 호를 향해 갈 것이다. 현재 미분양이 가장 많이 쌓인 대구와 경북 포항의 미분양은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꺾이지 않는 고금리 상황에 눌린 분양사업주는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 ‘옵션 상품 무상 제공’ 같은, 2010~2013년 분양시장 불황기에 등장한 ‘분양 조건 완화’ 카드를 꺼낼 것이다. 이런 프로모션 분양 장세가 펼쳐질 경우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과 5대 광역시의 미분양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최초 분양 때보다 완화된 판매 조건으로 매수한 고밀도시의 분양권은 주택 사이클이 전환되는 시점인 입주 이후 ‘플러스’ 프리미엄을 안겨주곤 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 경제도 불황의 한복판에 진입하면서 2024년 ‘금리인하론’이 대두할 수밖에 없다. 그때 주택의 ‘몸통 실수요’인 2~3인 가구가 꾸준히 유입된 도시는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전월세 수요가 매수세로 전환되면서 실수요의 견조한 매수세가 받쳐주는 ‘건강한 상승장’에 가장 먼저 진입할 것이다. 한마디로 금리, 심리, 미분양 조합이 만들어내는 가장 현실적인 내년 시나리오에서 주목할 점은 ‘고밀도시의 착한 미분양’ ‘몸통 실수요가 유입되는 도시’다.

‘◯◯년 후엔 반드시 상승(하락)합니다’ 이제는 이런 섬네일을 멀리해야 한다. 확실한 점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뿐이다. 시장 시그널에 충실하면서 시장 변수가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에 최선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미덕인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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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70호 (p26~28)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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