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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하락 후 ‘판교라인’ 북쪽 먼저 반등한다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인구 쏠림이 만드는 장기 집값 트렌드 주시해야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부동산 하락 후 ‘판교라인’ 북쪽 먼저 반등한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인구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지역으로 부동산 하락 사이클이 끝나면 장기 우상향이 전망된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인구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지역으로 부동산 하락 사이클이 끝나면 장기 우상향이 전망된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미·중 무역전쟁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예측 및 통제가 어려운 지정학적 위험은 국내 경제에도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기후변화, 코로나19처럼 지구를 둘러싼 자연 생태계 또한 심각한 변이를 겪으며 실물경제를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이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Economic Policy Uncertainty)’을 측정하는 EPU 지수는 지수 발표를 시작한 1997년 이래 가장 높은 300포인트 수준을 오르내리며 앞으로 세계경제가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임을 암시한다(그래프1 참조). 지금 우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역대급 금리인상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세계경제의 출렁임이 대한민국 부동산과 긴밀하게 연결됐음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이런 와중에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린다.

EPU 지수가 보여주는 불확실성 수준을 감안하면 파월 의장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예측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은 무의미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가장 바람직한 접근은 먼저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내년 금리는 몇%까지 올라간다” “내년 집값은 몇%까지 하락한다” 등 결과를 콕 짚어 예측하는 추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난 수년간 결과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추세적 원인’을 발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여기서 추세란 장기적 흐름을 가장 잘 설명하면서 일정 방향으로 그려지는 ‘선’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는 이런 선에 집중해야 한다. 망원경으로 사회, 문화 등 거시적 변화가 만드는 장기 트렌드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추세 변화 주목해야

집값의 장기적 흐름을 가장 잘 설명하는 ‘트렌드’는 무엇일까. 바로 인구다. 통계청은 인구추계를 5년, 10년 단위가 아닌 50년 단위로 예측한다. 다만, 인구 감소 및 증가를 따지는 ‘양적 트렌드’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 지난 20년간 서울 인구는 약 88만 명, 부산은 약 49만 명 감소했다. 지난 20년간 서울과 부산의 집값은 어떠했는가. 인구 증감에서 장기적 집값 흐름의 단서를 찾는다는 것은 무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성장 뉴노멀 시대에는 ‘양적 트렌드’가 아닌 ‘질적 트렌드’에 집중해야 한다. 인구가 언제, 어떤 이유로, 어느 도시에 쏠리고 있는지를 따지는 질적 트렌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인구의 질적 트렌드를 측정하는 대표 척도로는 인구밀도가 있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서울, 부산의 집값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 것은 전국 평균 인구밀도(516명/㎢)의 30배에 달하는 서울 인구밀도(1만5865명/㎢), 8배에 달하는 부산 인구밀도(4342명/㎢)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은 전국 인구밀도 1, 2위인 ‘인구 밀집 도시’다.

인구 쏠림이 집값 결정

2010년 이후 한국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2~3%로 본격적인 저성장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 기간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인구당 1.24명을 정점으로 하염없이 감소해 인구 소멸이 현실화됐다. ‘내가 사는 곳의 일자리와 인구가 소멸한다’는 공포가 커질수록 인구와 일자리, 인프라가 구축된 인구 밀집 도시를 향한 ‘쏠림’은 강력해진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미래를 담보해줄 확실한 무언가를 선점해야 한다는 강박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기회 소멸의 공포가 촉발하는 ‘쏠림’이 국내 집값을 결정하는 것이다.



인구 쏠림이 집값을 결정하는 트렌드는 인구 감소가 현실로 닥친 2015년 이후 본격화됐다. 이는 ‘학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생은 2000년 86만 명에서 2021년 42만 명으로 20년 동안 절반으로 감소했다.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인(in)서울’, 일류 대학에 가고자 하는 N수생의 수능 접수 비율은 2015년(20.5%)을 기점으로 반등하며 수능 도입 이후 2021년(27.0%)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그래프2 참조). 2021년 인서울 대학 입학자의 N수생 비율 또한 역대 최고치인 35%를 기록했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기회의 문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다. 이 두 지역의 2021년 수능 접수자 중 N수생 비율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53%에 달하며 서울 평균치인 39%를 한참 웃돌았다. ‘최소한 ◯◯대 간판’은 달아야 한다는 강박이 부자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이들의 유동성은 학군 유망지로 쏠리면서 학군 입지의 장기적 가치를 담보하고 있다.

인구 쏠림이 도시 가치를 결정하는 또 다른 사례는 ‘일자리 집중’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 ‘일자리(직업)’를 찾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가 급증해 약 1만6000 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그래프3 참조). 이후 지방 인구의 수도권 유입이 가속화돼 2020년 수도권 인구가 지방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현재 수도권 집값은 하락세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지방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수도권 실거래가는 평균 7억7000만 원, 지방은 2억9000만 원이다.

수도권에서도 고소득 일자리의 지역 쏠림이 두드러진다. 사무직은 ‘판교 라인’, 기술직은 ‘기흥 라인’이 취업 마지노선이라는 뜻의 신조어 ‘취업 남방 한계선’이 생겨났을 정도다. 이런 이유로 이들 지역으로 일자리 및 인구 유입은 계속될 테고, 현 부동산 공포 사이클 종식 이후 취업 남방 한계선 북쪽 지역은 강한 반등을 보일 것이다.

주택 수요 단위는 인구가 아니라 가구다. 가구 탄생기인 신혼부부의 주거 이동은 신규 주택 수요 흐름을 결정한다. 신혼부부의 탄생과 주거 이동에서도 ‘쏠림’ 트렌드는 강력하게 나타난다.

고학력 부부 많은 지역 장기 우상향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학력 부부의 대도시 집중을 다룬 한 연구에 따르면 남편과 부인 모두 고학력인 신혼부부의 비중은 2000년 13.8%에서 2017년 35.2%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이 수도권이나 광역시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비중 역시 2000년 11.9%에서 2017년 41.2%로 급격히 증가했다(그래프4 참조).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고학력 신혼부부의 대도시 쏠림은 신규 주택 수요 발생의 촉매 역할을 하며 인구 밀집 도시 집값의 장기 우상향을 담보할 것이다.

쏠림이 도시의 부동산 가치를 결정짓는 마지막 사례는 ‘인프라 집중’이다. 전국 시군구의 인프라 분포를 결정짓는 요인을 분석한 한 연구를 보면 은행, 커피숍, 병원, 대학 등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시설의 밀집도는 공공시설과 달리 인구밀도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민간자본은 저성장 시대 생존을 위해 투자 효율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수요 밀도가 높은 곳을 선호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해당 연구가 발표된 시기는 2009년으로, 인구 밀집 지역으로 쏠림이 가속화된 현 상황에선 주거 편의 시설이라 할 수 있는 민간 인프라의 쏠림이 더 극심해졌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쿠팡 서비스가 제공되는 쿠세권, 스타벅스가 밀집된 스세권이라는 신조어는 민간 인프라의 지역 쏠림이 극심해졌음을 방증한다. 쿠팡 새벽배송 가능 지역과 스타벅스 매장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인구 밀집 지역은 역사적인 집값 하락에서 가장 빨리 탈출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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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6호 (p28~30)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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