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뉴스1]
“원석이는 앞에서 나대는 성격이 아니고 또 조곤조곤 말하지만, 그 말에 힘과 조리가 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친구다. 샌님 스타일은 아니라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것은 신념을 갖고 추진하는 실천가이기도 하다. 검찰총장으로서 이원석 동기가 서민이 살기 편한 세상, 공정하고 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고교 동창)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는 ‘특별수사통’ 검사로,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내 측근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법연수원 동기(27기)다. 이 후보자의 검찰총장 내정에 대해 검찰 안팎에선 “예상했던 결과” “검찰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人事)”라는 평이 나온다. 김오수 전 총장이 사퇴한 후 총장 직무대리로서 조직을 무난하게 이끈 데다,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획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국정농단’ 수사 등 호흡 맞춰
2019년 10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전 질의응답을 마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이원석 기획조정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과 이 후보자는 검찰에서 굵직한 사건 수사를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 2007년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였던 이 후보자는 대검 검찰연구관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2017년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했는데, 당시 윤 대통령이 특검팀 수석 파견검사로서 사실상 수사를 지휘했다. 이 후보자는 2019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서 당시 윤석열 총장을 보좌하며 검찰과 국회, 법무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장관과 이 후보자는 닮은 점이 적잖다. 두 사람 모두 동기 그룹의 선두로서 특별수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후보자가 2015년 대검 수사지휘과장,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일 때 한 장관은 각각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과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맡는 등 함께 요직을 맡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측근을 견제할 때 지방 고검 차장검사로 각각 좌천된 ‘동병상련’도 겪었다.
이 후보자를 잘 아는 검찰 출신 인사나 지인들은 그를 “대형사건 수사에 뛰어난 특수통” “인정 많은 성품”이라며 대체로 호의적으로 평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평소 쉴 때 뭐 하나 보면 책을 읽고 있는데, 독서량이 웬만한 사람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많다” “제주지검장 시절 지팡이를 들고 올레길을 산책하며 쓰레기를 주웠다더라” 등 ‘선비’ ‘도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도 적잖았다. 평검사 시절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다는 검찰 출신 법조인은 이 후보자에 대해 “수사는 물론이고, 정책 기획이나 조직 내에서 리더십도 나무랄 데 없어 주니어 때부터 동기 가운데 항상 선두 그룹에 속했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과 가까운 사이라 검찰 중립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턱도 없는 소리”라면서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과의 근무 인연 등 관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총장감인 데다, 공사(公私)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또 다른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그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깔끔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처리가 완벽하고 빈틈이 없다는 뜻”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검사 중에서도 수사를 거칠게 해서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은 이가 있다. 반면 이 후보자는 마치 외과수술을 하듯 정교한 수사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인품과 실력을 두루 갖춰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선배였다. 평소 자기 생각을 떠들고 다니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지만, 가만히 보면 검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신만의 신념과 비전이 있는 것 같았다. 일부 검사가 마치 남들 위에 군림하는 듯 으스대는 것에 비판적인 사람이다. 과거처럼 경직된 검사관(觀)이 아닌,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부 으스대는 검사에 비판적
그간 이 후보자의 학창 시절에 대해선 출신 학교를 빼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동창생 등에게 ‘검사 이원석’으로 성장하기까지 인격 형성기 모습을 물어보니 “(광주에서 서울로) 전학 오자마자 전교 1, 2등에 오른 ‘아인슈타인’” “친구를 티 안 내고 몰래 돕는 의리파”라는 평이 돌아왔다.이 후보자는 광주동산초를 거쳐 광주동성중에 진학해 35회로 졸업했다. 동성중 교사(校舍)는 현재 광주 남구 진월동(1993년 이전)에 있으나 이 후보자가 다닐 땐 동구 계림동 100번지에 자리했다. 이한열 열사(1982년 졸업)가 이 후보자의 중학교 선배다. 검찰수사관 출신으로 올해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한 주기환 비상대책위원은 25회 졸업생이다. 중학생 시절 이 후보자는 어떤 학생이었을까. 안정준 광주동성중 교감은 “생활기록부 등 학적부 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해 얘기해줄 수 없다”면서도 “이 후보자는 중학생 시절 동네에서 천재 소리 듣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 후보자는 당시 같은 학년 750여 명 중 한 손가락 안에 드는 최상위권 성적이었고, 중학교 3년 동안 개근하며 반장을 맡았다.
고등학생 시절 이 후보자는 서울 중동고로 전학해 졸업했다. 이 후보자의 고교 시절에 대해선 2학년 때 같은 반이던 중동고 80회 졸업생 동기회장 박세영 씨가 자신과 주변 동창생들의 회고담을 들려줬다. 박 씨는 “원석이는 2학년 때 전학 왔는데, 키는 아담하지만 눈빛은 아주 똘망똘망했다”면서 “전학 온 날 교단에 서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나는 빛고을 광주에서 온 이원석이라고 해. 서울 생활은 처음이니 잘 좀 부탁해’라고 인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전학 오자마자 전교 1, 2등 성적을 거둔 이 후보자에게 친구들은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똑똑한 데다, 이론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Einstein·하나의 돌)과 ‘원석’(one石·실제 한자는 沅䄷)이라는 이름도 통했기 때문이다. 본인도 이 별명을 꽤 좋아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박 씨는 이 후보자와의 추억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1 “학창 시절 몇몇 친구가 같은 반에 있는, 속된 말로 약간 모자란 친구를 무시하고 그랬다. 원석이가 평소 화내는 것을 못 봤는데, 애들이 그 친구를 못 살게 구니까 그러지 말라고 성을 내며 일갈한 기억이 생생하다.”
#2 “나(박세영)는 규율부장이라 이따금 후배들 군기를 잡고 그랬는데, 1학년 후배였던 배우 이병헌 씨가 좀 껄렁껄렁하고 다니기에 몇 번 혼을 냈다. 그 모습을 본 원석이가 ‘세영아, 아그가 뭘 그리 큰 잘못을 했다고 그냐. 살살혀’라면서 병헌이를 데려간 기억이 있다.”
#3 “대학 신입생이던 1987년 6월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4·13 호헌조치로 인해 전국이 민주화 열기로 한창 뜨거울 때였다. 명동성당으로 가투(가두투쟁) 시위를 나가 스크럼을 짜고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명동성당 앞까지 진출했는데, 최루탄과 지랄탄이 사방에서 날아들고 백골단이 저 멀리서 뛰어오는 게 보였다. 이를 피해 들어간 골목 한 귀퉁이에서 누가 ‘세영아’ 하고 외치기에 뒤돌아보니 원석이었다. 그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치약과 비닐 랩을 꺼내주면서 ‘이걸 눈 밑에 바르고 붙이고 댕겨. 몸 조심허고’라고 말했다. 원석이는 랩을 내 눈에 붙여주기도 했다.”
“형사사법시스템 바로잡는 게 급선무”
8월 24일 여야는 내달 5일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다. 청문회를 거쳐 총장에 취임하더라도 ‘이원석호(號) 검찰’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9월 10일 시행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검수완박법’에 대한 대응, 지난 정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 지휘 등이 대표적 난제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 후보자가 총장 취임 후 본격적인 검찰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이른바 ‘검수완박’, 수사권 조정 등으로 형사사법시스템이 궤멸되다시피 했는데 이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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