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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는 안전자산? 美와 금리차 확대로 엔低 가속

투기 목적 엔화 매도·달러 매수 거래 확대 가능성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엔화는 안전자산? 美와 금리차 확대로 엔低 가속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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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 3월 미국 달러당 123엔까지 오르며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123엔까지 상승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처음이다(그래프 참조). 미국 달러화가 3월 한 달 동안 2.5%(3월 28일 기준) 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2% 조금 넘는 약세를 기록한 것과 달리 엔화는 7% 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엔화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미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미·일 금리차 확대를 주요인으로 꼽을 수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내 엔화 매도와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강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응 차원에서 매파적(긴축적) 태도가 강화된 데 반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여전히 완화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행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오름세를 보인 일본 국채금리 흐름을 제한하기 위해 10년물 국채 수익률에 대해 두 차례 수익률 제어 정책, 즉 ‘고정가 무제한 국채 매입 오퍼레이션’에 나섰다.

미국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1bp=0.01%p)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가능성을 열어둔 이후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2.5%에 근접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미·일 금리차 확대는 엔화 약세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행보는 유로존이나 영국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에 대한 경계를 내비치며 이전에 비해 부양적 기조를 약화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日 국채금리 상승 제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뉴시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뉴시스]

내부적으로 일본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것은 일본 경상수지가 소득수지를 중심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갔고, 세계 최대 규모 대외순자산을 보유해 금융시장 내 불안심리가 고조되면 일본 대외투자자산이 본국으로 송금되면서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일본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탓에 적자로 전환됐고, 올해 1월 들어 1조1900억 엔(약 11조7240억 원) 적자를 기록해 2014년 1월(1조4500억 엔) 이후 최대 규모 적자다. 경상수지 적자 흐름은 엔화 매도·달러 매수 흐름을 강화했고, 엔화에 대한 투기적 태도는 계속해서 마이너스 포지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에도 엔화 약세 원인으로 언급된 요인들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미 알려진 변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1분기에 비해 완만하게 진행되겠지만 약세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어지면서 미·일 금리차 확대에 따른 엔화 약세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 미국 연준은 2분기 중 예정된 5월과 6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을 공격적으로 50bp로 정할 공산이 크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정점을 찍으며 방향 전환을 하겠지만 물가 수준은 전년 동월 대비 7∼8%대로 높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 예상보다 높은 물가와 완전고용 수준의 노동시장 흐름은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명분이 될 수 있다.

반면 일본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3월 일본은행 통화정책 회의에서는 장단기 금리 운영, 자산 매입 방침 등 현 양적·질적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1월에 비해 경기 및 소비에 대한 시각을 하향 조정하긴 했지만 향후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름폭이 뚜렷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대외 불확실성 요인 등이 일본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우려한다. 또한 4월 이후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에너지와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정책 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비용 측면의 물가상승인 만큼 지속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책 목표가 수요 견인형 물가상승이라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월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제품 제외)은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에 그치며 정책 목표(2%)와는 아직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은행 총재는 엔저(低)가 일본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플러스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적 측면에서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를 예정이라 부양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추가적인 미·일 금리차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엔화 약세 통한 무역적자 개선 어려워

일본의 무역적자 흐름 역시 빠르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 가격 경쟁력 제고 및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으나, 일본 역시 자원 수입국인 만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수입 물가 상승과 비용 부담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업의 비용 상승이 가격 전가로 반영될 경우 가계 소비 둔화와 함께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소득수지 흑자 흐름이 경상수지에 우호적일 수 있지만, 2분기 중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과 곡물 가격 오름세가 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어 일본의 상품수지 적자 영향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거진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과거와 달리 엔화 강세를 제약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공급 차질 우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통화 긴축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은 미국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높아지면 미국 시장금리가 하락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았고, 엔화는 안전자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강세 압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환경에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는 오히려 미·일 금리차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 강세 압력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는 투기적 목적의 엔화 매도· 달러 매수 거래를 확대할 수 있으며, 2분기 중 달러/엔 환율의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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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35호 (p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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