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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정의 회색지대에서 벗어나고 싶다

[책 읽기 만보]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이성과 감정의 회색지대에서 벗어나고 싶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신의 질문은 당신의 인생이 된다
줄리언 바지니·안토니아 마카로 지음/ 신봉아 옮김/ 위즈덤하우스/ 292쪽/ 1만6000원

어린이 도서관에 가보면 늘 너덜너덜하게 해진 책들이 있다. 만화교육책 ‘WHY’ 시리즈도 그중 하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머릿속으로 ‘왜?’를 떠올리며 질문형 인간으로 성장해간다. 질문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어쩌면 인생을 웬만큼 혹은 어설프게 알기에 더 힘든 어른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철학적 질문을 모아놓은 책들이 인기다. 인생을 지금보다 더 의미 있게,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두 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은 ‘나에게 맞는 삶의 속도와 방향을 찾기 위해 반드시 자문해야 할 20가지’를 소개한다. 물론 20개 질문 모두가 마음에 와 닿는 건 아니다.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것일까” “어떤 삶의 목표를 세워야 할까”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개 질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성과 감정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였다. 이성적으로 혹은 감성적으로 판단했다 금세 후회하고 이도저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헤매는 사람이라면 꼭 듣고 싶은 대답이다. 먼저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는 “심장과 머리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고, 양쪽이 서로의 이유를 공유할 때 가장 잘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성과 감정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바지니는 “감정은 길들이거나 무제한의 자유가 주어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성과 결합을 통해 결실을 낳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성과 감정을 적절히 섞어 인생을 요리하라고 조언한다.



심리학자 안토니아 마카로는 이성보다 감정 쪽에 좀 더 무게를 싣는다. 1990년대 ‘자신감 수업’을 출간한 수전 제퍼스에 따르면 두려움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평범한 요소다. 우리는 이러한 불안감을 유발하는 직장, 인간관계, 여행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이때 이성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각(이성)을 통해 멀쩡한 행동(감정)을 얻는 것보다 행동(감정)을 통해 멀쩡한 생각(이성)을 얻는 것이 더 쉽다”는 이유에서다. 흔히 감정은 통제 불능의 여정을 선사하는 롤러코스터에 비유되곤 한다. 롤러코스터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마카로의 말대로 감정 기복을 ‘각자의 기량에 올라탈 수 있는 파도’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불킥’ 날리지 않을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주간동아 1314호 (p64~64)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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