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8

2021.10.01

NFT 거래 폭발적 증가에 ‘달뜬’ 이더리움

블록체인 서비스 59%가 이더리움 기반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1-10-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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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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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더리움이 런던 하드포크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비트코인을 제치고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는 듯한 모습이다. 하드포크(hard fork)란 기술적 결함 등을 해결하기 위한 블록체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말한다.

    7월 미국 골드만삭스는 이더리움이 암호화폐 최강자 비트코인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세계 최대 재무설계자문기업 드비어그룹의 나이절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 이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런던 하드포크로 비트코인을 뒤쫓는 이더리움의 상승세가 가시화하는 추세다. 그동안 이스탄불, 베를린 하드포크가 진행됐으며 이번 ‘런던’ 프로젝트는 총 5가지의 개선안(Ethereum Improvement Proposal·EIP)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 항목은 EIP-1559다. 여기에는 이더리움 거래 시 수수료 개선 방안이 담겨 있다. 그동안은 높은 수수료를 제시할 때 거래가 더 빠르게 이뤄지는 구조였다. 가스비(일종의 수수료) 경쟁이 과열돼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개선안에 따르면 기본 가스비를 도입해 수수료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 미리 계산할 수 있다. 또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발생했을 때만 추가 팁을 지불하면 된다.

    이번 개선안으로 이더리움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더리움은 발행량이 무제한이어서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향후 거래 공급량이 조절되면 이더리움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NFT와 디파이 거래 폭발적 증가

    이더리움 수수료가 절감됨에 따라 이더리움 기반의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나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서비스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대감은 이더리움 시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 간송미술관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 100개로 만들어 개당 1억 원씩 80개 이상 판매했다. 외국에서는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직접 쓴 입사지원서가 NFT로 발행돼 2만3000달러(약 2682만 원)에 팔렸다. NFT 작품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NFT 거래에 주로 쓰이는 이더리움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NFT란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보장하고 양도 또는 판매를 허용하는 디지털 인증서다. 이 인증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보호되기에 해킹이나 변조를 막을 수 있다.

    디파이 생태계가 커지는 것도 이더리움 상승세에 한몫하고 있다. 디파이란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으로 실행되는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로, 은행 같은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결제, 송금, 예금, 대출, 투자 등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디파이는 시중은행 금리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많은 투자자를 이끌고 있다. 현재 디파이에 예치된 암호화폐 자산 규모는 1년 사이 5배 이상 불어난 959억 달러(약 111조8673억 원)에 달한다. 그중 유니스왑, 컴파운드, 메이커다오 등 주요 알트코인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토대로 함에 따라 이더리움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런던 하드포크는 이더리움 2.0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나 다름없다. 올해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언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친 데 이어 암호화폐 채굴에 들어가는 방대한 양의 에너지 문제는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더리움은 2.0버전에서 지분증명(PoS) 프로토콜을 채택할 계획을 밝히며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컴퓨터로 계산하는 방식인 작업증명(PoW)을 지분증명으로 전환할 경우 이더리움 거래당 소비 에너지가 100배 이상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사용을 줄임으로써 생태적 문제를 해결하고 암호화폐 발행 비용도 줄이는 셈이다.

    반면, 새로운 프로토콜 적용에 따른 위험 요소가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화폐의 미래(The Future of Money)’에서 “아직까지 이더리움의 지배력이 확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증명 프로토콜로 전환 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더리움 자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많은 공격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NFT 시장의 활황을 맞아 이더리움이 주목받고 있다. [뉴스1]

    NFT 시장의 활황을 맞아 이더리움이 주목받고 있다. [뉴스1]

    이더리움 2.0과 비트코인 탭루트

    비트코인의 새로운 업그레이드 소식은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17년 진행한 세그윗(segwit) 업그레이드 이후 올해 11월 예정인 탭루트(Taproot) 업그레이드가 실시되면 효율성, 개인정보 보호, 스마트 콘트랙트(계약) 등 블록체인 기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에서도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댑(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과 디파이 등의 구현이 용이해진다면 더욱 효율적이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탭루트 업그레이드 효과가 전면적으로 나타나고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디파이 생태계가 구축되기 시작할 경우 이더리움의 그것을 완전히 넘어서는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블룸버그를 통해 “많은 기업이 이더리움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고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넘어 암호화폐의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블록체인을 운영체제(OS)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여러 블록체인 중 이더리움 위에서 많은 서비스가 만들어졌으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분석 플랫폼 댑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전체 블록체인 서비스 3341개 중 1959개(59%)가 이더리움 기반으로 개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엄밀히 말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서로 다른 범주로 봐야 한다. 비트코인이 가치를 저장하는 화폐라면, 이더리움은 새로운 기술을 구축하는 분산 응용 프로그램의 플랫폼이다. 비트코인이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가치 저장’ 암호화폐라면,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커뮤니티, 혁신 속도 등에 앞선 분산 응용 프로그램 플랫폼으로서 강세를 띠고 있다. 요컨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아직까지 서로 다른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기술적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스마트의 저스틴 하츠먼 CEO는 ‘코인텔레그래프’를 통해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인 ‘금’, 이더리움은 플랫폼으로 활용성이 높은 ‘인터넷’에 비유할 수 있다”며 “결국 어느 한쪽이 우월한 전망을 갖기보다 암호화폐 시장의 공동 지배를 강화함으로써 경쟁을 통해 양쪽 다 혁신적인 결과를 가져오리라 전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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