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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장외란 없다” 0선 당대표가 던진 화두

이준석 현상, 대중정당으로 가는 신호탄 되나

  • 김수민 시사평론가

“정치에 장외란 없다” 0선 당대표가 던진 화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대표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대표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타 정치인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국회의원이 되고 스타가 된 부류(노무현, 박찬종 등)와 정치 입문 전부터 스타였던 부류(정동영, 안철수 등)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스타가 된 정치인은 극히 드물다. 진보와 보수 양쪽 각각 한 명씩 있다. 2004년 총선에서 TV토론 제패자로 부상한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들이다. 필자는 이 대표가 30대인 것보다 ‘0선’ 대표라는 점에 훨씬 더 관심이 간다. 지나치게 국회 중심으로 흘러간 한국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왜 연설할 수 없나”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6월 17일 국회에서 이 대표를 대신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국회의원만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왜 연설할 수 없나”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당대표면 의원이 아니어도 국회 연설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국회 중심적 사고다. 국회 연설대가 정치권의 중심이라는 전제가 깔려서다. 정당이 거리에서 싸울 때 쓰는 ‘장외투쟁’이라는 단어도 어불성설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야당일 때 장외투쟁이라는 걸 했지만, 정치에는 장내와 장외가 따로 없다. 장외투쟁이라는 낱말은 일상 정치를 국회로 몰아넣었다는 자백일 뿐이다.

‘대중정당’이라는 개념도 왜곡돼왔다. 지지자와 의원이 많거나, 이념 또는 계층·계급을 벗어난 정당을 대중정당이라고 일컫곤 하는데 이는 ‘국민정당’이나 ‘포괄정당’으로 불러야 맞다. 대중정당은 대중이 운영하는 정당이다. 공직자나 직업정치인이 아닌 당원도 당에 권리를 행사하고 기여하는 조직 말이다.

정당을 국회의 한 부분으로 보는 의원 중심 정당은 대중정당의 대척점에 있다. 당의 주요 결정은 의원 총회가 도맡는다. 각 당 의원들이 투쟁하고 합의하면 그것이 곧 결과다. “그게 당연한 것 아닌가” 싶은 사람도 많을 테다. 한국 유력 정당의 현황이 그렇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살펴보면 정당은 근대에 이르러 엘리트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진화했다. 한국 대중정당의 첫 주자는 민주공화당과 그 기획자인 김종필이다. 독재자가 당 역시 독재하던 시절이라 한계가 뻔했지만, 민주공화당은 정당 조직이나 선전, 학습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한 한국 최초의 정당으로 꼽힌다.



한국 정당 모델은 2000년 무렵을 전후해 대거 바뀐다. 2004년 총선 직전 만들어진 이른바 ‘오세훈법’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지구당’ 같은 대중정당의 골간 조직을 ‘돈 먹는 하마’로 규정해 폐지했다. 추후 되살아났지만 정당 차원의 후원회도 금지했다. 정당이 ‘의원연합’처럼 구성되면서 당 권력은 국회로 이동했다. 당내에서 총재나 대표 다음으로 힘이 세던 ‘사무총장’은 ‘원내대표’로 거듭난 원내총무에 밀려났다. 2000년대 ‘정치개혁’의 골자다.

금권정치를 통한 대중 동원을 막고 의사결정 과정을 효율화하고자 한 조치였지만 정당의 역할과 기능은 축소·저하됐다. 정치 신인이나 소수정당이 기지개를 펴는 데도 큰 제약이 따랐다. 거대정당도 선거 때 표를 받는 데 골몰할 뿐, 평소에는 의원 중심으로만 활동했다. 기껏 등장한 대중적 흐름이 정치인 몇몇을 매개로 한 팬덤 정치다. 이 역시 국민 참여를 북돋우던 초기 긍정적 국면을 지나 작금에는 정치 생태계를 초토화하고 있다. 유권자 소외 현상은 깊어졌다.

이준석 임무는 ‘제2의 이준석’ 만들기

이준석 대표의 원외 경험은 국회에 갇히지 않고 대중과 자주, 넓게 만나는 정당을 만드는 데 소중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는 국회 밖에도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공간이 존재하고, 정치인이 정당 활동으로도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구체화할 차례다.

물론 이준석 체제가 대중정당으로 가는 길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 후보나 당대표를 뽑는 경선룰에 대해 일관되게 개방형을 추구한다. 대중이 당원이 되고 그 당원이 주인이 되는 대중정당에서는 당원 중심의 경선이 교과서적이다. 지지층과 당원 간 괴리가 작지 않을 경우 개방형 경선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이 대표는 ‘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사람도 당 후보를 결정하는 여론조사에 끼어드는 제도’를 옹호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대중정당 모델을 추구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토론 배틀’을 통해 당 대변인을 선출하려 한다. 당내 일꾼 양성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현장 활동이 강화되면 두각을 드러낸 당원들이 나타나 인재풀을 형성하는 법이다. 총체적이고 다면적 평가가 어려운 일회성 이벤트를 벌일 필요가 없다.

활동 당원에게는 액셀 사용 능력보다 정보 공개 청구, 소규모 정당 연설회, 민생 상담, 서명운동 등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 민주노동당 등이 무수히 시도한 바 있으니 다른 정당의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강령 및 필요와 겹치는 아이템도 많을 것이다. 당원 활동을 독려하고 그들에게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정당과 대중의 만남이 정치개혁이다.

이 대표가 당선·취임하는 과정인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신규 입당한 인원이 2만3000여 명이다. 한 달 새 4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은 정치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공당 주인으로 나아가고 있다. 분명 대중정당화에 해당하는 현상이다. 모처럼 유입된 동력을 팬덤 부대 또는 당비만 내고 경선 때나 호명받는 ‘페이퍼 당원’으로 전락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이 여러 복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주간동아 1295호 (p12~13)

김수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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