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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체, ‘100% 국산 김치’ 제공하고 합당한 값 받아야”

김치 名人 이하연, 봄김장하던 날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외식업체, ‘100% 국산 김치’ 제공하고 합당한 값 받아야”

봄 햇살이 쏟아지는 날 봄김장을 하고 있는 이하연 김치 명인. [지호영 기자]

봄 햇살이 쏟아지는 날 봄김장을 하고 있는 이하연 김치 명인. [지호영 기자]

따사로운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채소가 그 어느 때보다 맛있는 계절, 봄이다. 이 봄채소를 매끼니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샐러드, 무침, 국 등 다양하지만 밥이 주식인 한국인에게는 단연 김치가 최고다. 포기김치,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잘 익은 맛깔스러운 김치만 있으면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다. 배추, 무, 열무, 오이 등 싱그러운 봄채소로 담은 김치는 영양소가 풍부해 봄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사)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인 이하연(63) 김치 명인을 마당 가득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날 만나 봄김장을 담그며 이야기를 나눴다.

장마철 대비하는 봄김장

김치에 새우, 전복 등 해산물을 넣으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지호영 기자]

김치에 새우, 전복 등 해산물을 넣으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지호영 기자]

이 명인에게 김장은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을 대비해 가을철 김치를 담그는 것인데, 왜 채소가 풍부한 봄에 김장을 하는지 물었다. 그가 웃으며 답했다.

“장마철에는 김치 재료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요.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재배해 김치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김치를 담글 수 없는 장마철에는 장아찌를 주로 먹었죠. 하지만 여름이 시작되기 전 봄김장을 넉넉하게 해두면 장마철부터 한여름까지 맛있게 익은 김치를 먹을 수 있어요.”

이 명인은 봄에는 갓 대신 부추와 미나리로 향긋한 맛을 더하고, 새우나 전복을 넣어 감칠맛을 낸다고 귀띔했다. 설탕이나 매실청 등 단맛을 더하는 재료를 넣지 않아도 새우와 전복의 아미노산이 발효되면서 감칠맛이 나는 것이다.

겉절이도 만들어보지 않은 이라면 김장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레 겁부터 나게 마련이다. 이 명인은 이런 사람들은 배추 한 포기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김장 방법이 자세하고도 쉽게 설명돼 있어요. 무를 채 썰고, 부추나 미나리, 쪽파를 썰어 넣은 뒤 고춧가루, 멸치액젓,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을 한데 넣고 버무려 절인 배춧잎 사이에 넣기만 하면 되죠. 한 포기로 김장하는 영상을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이 명인은 봄김장을 하는 중간 중간 김치가 처한 현실과 종주국 위상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케이푸드(K-food), 특히 김치를 포함한 발효식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김치가 꼽히기도 했고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무, 갓, 파 등 채소는 섬유소가 풍부해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고, 고춧가루의 캡사이신 성분은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 작용을 돕는다. 생강에 함유된 진저롤은 식욕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젓갈은 아미노산이 풍부해 단백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김치가 익으면서 발생하는 젖산균은 장 속 유해균을 억제할 뿐 아니라, 새콤한 맛을 유발해 식욕을 돋운다. 채소로 만든 김치가 건강에 도움을 주고 식욕까지 돋우는 것. 김치의 이런 뛰어난 효능에 관한 연구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영양과에서 코로나 시대에 먹어야 할 식품으로 김치와 요구르트를 추천해 김치의 위상이 다시 한 번 높아지기도 했다.

김장문화 활성화 필요

김치가 익으면서 발생하는 젖산균은 장 속 유해균을 억제할 뿐 아니라 새콤한 맛을 유발해 식욕을 돋운다. [지호영 기자]

김치가 익으면서 발생하는 젖산균은 장 속 유해균을 억제할 뿐 아니라 새콤한 맛을 유발해 식욕을 돋운다. [지호영 기자]

반면 김치가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가격 경쟁과 수입 김치의 영향 탓에 값싼 음식으로 인식되며 하향평준화하는 고초를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명인은 “국내총생산(GDP)이 1970년대 200달러에서 지난해 3만1755달러로 150배 증가했지만 김치의 맛과 품질은 급격히 저하되는 상황”이라며 “3040세대는 김장 대신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포장 김치’를 더 많이 찾고 있다”로 토로했다. 실제로 3040세대는 ‘김장을 포기한 사람’을 의미하는 ‘김포족’이 대다수다.

이 명인은 식탁에서 멀어져가는 김치가 다시 사랑받는 먹을거리가 되려면 농민과 정부, 외식업체, 소비자가 합심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김치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양성교육을 통해 정확한 레시피로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김치산업을 보급형과 고급형으로 이원화해야 합니다. 농민이 배추, 무, 고추, 마늘, 파 등 김치의 주재료와 부재료를 좀 더 합리적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외식업체는 청결하고 맛있는 100% 국산 김치를 제공하고 합당한 김치 값을 받아야 합니다.”

맛과 멋, 영양까지 갖춘 김치는 세계가 인정한 인류 최고 발효식품이다. [지호영 기자]

맛과 멋, 영양까지 갖춘 김치는 세계가 인정한 인류 최고 발효식품이다. [지호영 기자]

그는 국가무형문화재인 ‘김치 담그기’, 그리고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김장문화)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명인은 “전라도의 나주반지, 개성의 보쌈김치 등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품격 있는 김치들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3040세대가 김장문화를 즐기게 된다면 김치 종주국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는 재료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담글 수 있어 집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고 맛도 차이가 난다. 형편에 맞게 담가 먹는 음식, 그것이 바로 김치다.

“전국의 어머니 숫자만큼이나 김치 가짓수가 있고, 내 식구가 먹어서 맛있다고 하면 그 김치를 담근 어머니가 바로 김치 명인이다.” 이 명인의 말이다.

이 명인의 바람대로 대한민국 집집마다 ‘우리 집 김치 맛’을 자랑하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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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89호 (p30~32)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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