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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잠수함, 북한 바다서 SLBM 발사 촬영했다”

‘원잠’ 운용해야 경항모 지킬 수 있어… 정상회담서 바이든에 건조 의사 밝혀야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韓美 잠수함, 북한 바다서 SLBM 발사 촬영했다”

2015년 5월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수중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노동신문]

2015년 5월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수중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노동신문]

2015년 5월 9일 북한이 ‘북극성’으로 명명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수중 발사했을 때 한국과 미국은 크게 놀랐다. 북한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만 건조하면 미국 인근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북극성 미사일을 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북한이 개발한 장거리미사일은 액체연료 로켓을 썼다. 이 경우 발사 직전 액체연료를 장시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탐지는 물론, 역공도 가능하다. SLBM은 좁은 잠수함에서 쏴야 하기에 고체연료 로켓을 채택해야 한다. 북극성 발사는 북한이 지상 발사 미사일에도 신속한 사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로켓을 쓸 수 있다는 신호였다.

“천안함 복수도 가능”

당시 북한 ‘노동신문’은 수면으로 사출, 점화한 북극성을 가리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조작이다” “북한은 ‘수중 바지선’에서 북극성을 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발사 이틀 후 국방부는 북한의 SLBM 발사 사진이 조작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6월 3일 북한은 발사 동영상을 공개해 조작 시비를 일소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28일 또 북극성을 발사했는데, 국방부는 “(북극성 미사일이) 공중 폭발했다” “동해에서 일부 파편을 수거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이처럼 상세히 발표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한 소식통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미 잠수함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잠망경으로 북극성 발사를 완벽하게 촬영한 덕분이다. 당시 북한 잠수함은 수심 60~70m 바다로 나와 수심 15m쯤에서 북극성을 사출했다. 그러곤 수면으로 올라온 북극성이 점화에 성공했다. 11월 발사는 표적까지 비행이 목표였으나 공중 폭발했다.”

소식통은 이렇듯 수심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렇다면 북한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를 방해하는 것도 가능한가”라고 묻자 “당연하다. 북한 잠수함을 정확히 탐지하고 있기에 어뢰를 쏴 격침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을 복수하고 김정은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치적으로 자랑한다. 안보 소식통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SLBM에 이어 원잠 개발에도 나서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요구하고자 김 위원장을 만나줬다는 것.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이 내놓은 협상 카드를 거부한 채 더 많은 핵시설을 없애라고 요구해 ‘노딜’을 이뤘다. 그리고 미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 연습사격을 공개하고, 미·중 갈등을 이유로 더 많은 항공모함(항모) 전단을 동북아로 보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했다. 북한은 하노이 ‘망신’을 북·미 정상회담을 주선한 문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 맹비난하고 대남 업무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넘겨버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코로나19 백신과 식량 100만t 지원을 거론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원잠 개발로 핵무기 발사 수단을 고도화하고 있다. 1월 9일자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새로운 핵잠수함(원자력 추진 잠수함)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 무기를 보유하는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물속으로 쏘는 어뢰발사관은 잠수함에서 수평으로 배치한다. 반면 미사일은 하늘로 쏘는 것이라 미사일발사관을 수직으로 설치한다. 따라서 장거리미사일을 탑재하려면 잠수함의 덩치가 커야 한다. 대체로 탄도미사일보다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이 작다. 한국은 손원일급 잠수함(1800t)엔 SLCM ‘천룡’을, 안창호급(3500t)엔 현무-2 SLBM을 탑재하고 있다. 북한의 가장 큰 잠수함은 1800t인 로미오급(20척 보유)인데 여기에는 북극성을 싣지 못한다. 1958년 당시 소련이 개발한 골프급(3500t)은 SLBM을 탑재한 마지막 디젤잠수함이다. 사거리 2000㎞의 소형 SLBM R-21을 탑재했다. 북한은 1990년 퇴역한 골프급 잠수함 3척을 수입한 뒤 분해·조립해 수직발사관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로미오급 한 척을 분해해 자체 제작한 수직발사관을 넣었는데, 이것이 바로 북극성을 발사한 신포급 잠수함이다.

수직 발사관 탑재 北 신형 잠수함

2019년 7월 23일 북한이 공개한 신형 잠수함. 북한측이 모자이크 처리한 부분에 SLBM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처]

2019년 7월 23일 북한이 공개한 신형 잠수함. 북한측이 모자이크 처리한 부분에 SLBM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처]

과거 소련은 R-21을 토대로 R-27을 개발했다. 북한은 R-27 기술도 도입해 ‘노동’ ‘무수단’ 미사일을 만들고 골프급 수직발사관에 맞춰 고체연료를 탑재한 북극성 미사일도 개발했다. 그러나 수직발사관의 길이는 로미오급 함체의 지름보다 컸다. 잠수함 중앙부는 완벽한 원형인 ‘진원(眞圓)’을 이뤄야 바닷속 압력을 견딘다. 원 지름이 커지면 무게 중심도 깨져 새로 설계해야 한다. 잠수함 중앙부에는 사람이 타고 내리고 잠망경도 올리는 함교(艦橋·bridge)가 솟아 있다. 북한은 북극성 수직발사를 목표로 했기에 함교에 수직발사관을 넣는 형태로 로미오급을 개조해 신포급을 만들었다. 북극성을 시험 발사하고자 개조한 모델이라 실전에 투입하긴 어렵다. 그 때문에 북극성 수직발사관을 실을 수 있는 새 잠수함 설계에 착수했는데 이것이 바로 김 위원장이 말한 핵잠수함, 이른바 원잠이다.

원잠 개발은 잠수함에 탑재할 초소형 원자로를 제작해야 가능하다. 북한은 3500t인 골프급을 토대로 원잠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전 배치 후 북한 원잠의 1번 타깃은 한국이 제작하려는 경항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잠은 원잠으로 잡아야 한다. 미국이 각 항모 전단에 원잠 2척을 배치해 항모를 호위케 하는 이유다. 경항모를 도입하려면 그 전에 무조건 원잠을 건조해 운용 경험을 쌓아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하던 2017년 9월 4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 제한을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2020년 3월 한국은 사거리 800㎞, 탄두중량 2t의 ‘작은 핵무기급’인 현무-4 개발에 성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통해 북한과 중국을 억제할 생각이 있어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현무-4를 개발한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자축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 28일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됐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을 방문해 20%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잠 건조를 통보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 원자로를 토대로 4000t급 원잠에 탑재할 원자로 제작을 검토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원잠 개발을 통보한 김현종 전 차장의 방미가 알려지자 북한 매체 ‘메아리’는 “가뜩이나 미국 핵무기를 잔뜩 끌어들여 극동 최대 화약고로 악명 높은 남조선이 핵동력 잠수함 개발을 구실로 핵연료 구입에 나섰다” “제 처지도 모르고 핵전략 잠수함 보유라는 용꿈을 꾸며 함부로 핵에 손대려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바이든에게 원잠 건조 의사 밝혀야

그러나 원잠 사업은 끝내 추진력을 잃고 한국 해군은 경항모 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탈핵 정책의 기조로 원잠 건조는 애써 한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 멈춰 섰다. 그런 와중에 1월 김 위원장이 원잠 개발 완료를 밝혔으니 “한국의 원잠 사업은 어떻게 됐느냐”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회견에서 남북대화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으나 아직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017년과 같은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다시금 원잠 건조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문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때다.





주간동아 1289호 (p44~46)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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