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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직장 상사도 선한 인간이라고?

[책 읽기 만보]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갑질 직장 상사도 선한 인간이라고?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인플루엔셜/ 588쪽/ 2만2000원 

뉴스에는 끔찍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코로나19 사태는 이기적인 사람들 탓에 종말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 찾을 것도 없이 갑질이 일상인 직장 상사, 만나기만 하면 잘난 척하는 친구, 집안일에 무관심한 가족까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못된 인간’을 경험하게 된다. 일반적 통념 속 인간은 이처럼 자신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타인에게 스스럼없이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이런 인간이 선하다? 책은 제목 ‘휴먼카인드(Humankind)’처럼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고 친절하다고 주장한다. 최초 인류에서부터 현재까지 방대한 인류 역사가 증명하는 한 가지 진실은 ‘인간 본성은 선하다’는 것. 그리고 이를 증명하고자 저자는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과 실험들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타이타닉호.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재난 중 하나인 타이타닉호 침몰 때 승객들은 약자를 먼저 배려한 것은 물론, 질서정연하게 함께 대피하고 처연하게 죽음을 맞았다면서 ‘인간은 착하다’고 설득한다. 

더불어 인간의 폭력적 본성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은 실험자가 부정적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교묘히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깰 때 우리는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한 연대와 협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이 불평등과 혐오, 불신의 덫에 빠진 인류가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필요한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법라고 덧붙인다. 그는 “20만 년 인류 역사상 19만 년은 전쟁도 압제자도 없는 평화의 시대였다”며 “더 나은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함께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고 나면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이고 그동안 겪은 수많은 ‘못된 인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때론 서운하고 때론 미웠던 동료, 친구, 가족에게 ‘안녕’을 묻고 싶어진다. 갑질이 일상인 직장 상사도 찬찬히 보면 ‘괜찮은 인간’이라는 희망을 발견하는 건 덤이다.





주간동아 1282호 (p64~6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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