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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비평가의 ‘미쉐린 가이드’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예술 비평가의 ‘미쉐린 가이드’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을유문화사/ 352쪽/ 1만6500원 

독서는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문자를 통해 경험을 전달하고 독자의 지식을 확장시킨다. ‘예술과 풍경’은 평론가이자 기자인 마틴 게이퍼드의 25년 커리어에서 엄선한 에피소드 19개를 담았다. 저자는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세계 각지를 누빈다. 세계적인 작가들을 만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 텍사스주 사막 한가운데를 오직 도널드 저드의 작품을 보려고 찾아가기란 예술을 업으로 삼는 극소수의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아이슬란드 북극권 경계에 있는 ‘물 도서관’도, 루마니아 시골에 있는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29m 쇠기둥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저자는 산 넘고 물 건너 찾아간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왜 추상과 구상을 오가는 예술을 추구하는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행위예술로 인한 고통을 어떻게 감수하는지 등을 직접 묻는다. 평생을 업계에 몸담은 평론가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희소한 이야기를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실제로 미술관에서 접하는 예술 작품은 책 속의 사진과 차원이 다르다. 압도하는 크기와 숨 막히는 디테일은 작품 앞에 직접 서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작가 입을 통해 듣는 작품 세계는 ‘맥락이 전부’라는 현대미술 감상에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독서는 때때로 간접 경험을 직접 경험으로 이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보이게 한다. 그리고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를 이끌어낸다. 

미식 가이드로 유명한 미쉐린은 자신들이 부여한 3스타 레스토랑에 대해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게이퍼드의 가이드북이다. 오직 작품 감상을 위해 여행을 떠나보면 어떻겠느냐는 비평가의 추천사다. “사람들이 다 가는 파리 에펠탑이 아니라 안젤름 키퍼 작품 ‘7개의 천국의 궁전’을 보러 가는 건 어때?” “이번 주말에 책에서 본 제니 홀저 개인전은?”







주간동아 1277호 (p64~64)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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