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8

2020.09.25

丁 총리, “양도세 올라가는 내년부터 부동산 안정 기대”

[허문명의 Pick] 주간동아 창간 25주년 맞아 취임 9개월 맞은 정세균 국무총리 인터뷰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입력2020-09-2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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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7만호 공급 계획 …보유세 올려 투기꾼 의욕 꺾었다”

    • “추미애 답변 태도 때문에 정국 블랙홀 됐다”

    • “올해 국가채무 100조, 더는 돈 나올 곳 없어”

    • “못 사는 사람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 복지가 맞다”

    • “거리두기 완화는 방역과 경제 모두 살리기 위한 것”

    • “먹고사는 문제가 2022년 대선 시대정신 될 것”

    • “이재명은 순발력 좋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정세균 국무총리. [조영철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조영철 기자]

    정세균(70) 국무총리는 다소 피곤해 보였다. 취임 후 지금까지 주말도 없이 일한다고 했다. 예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는 여전했다. 

    주간동아 창간 25주년 인터뷰를 위해 9월 21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정 전반에 관한 것부터 대선이 있는 2022년 시대정신까지 광범위한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19 방역 이야기부터 꺼냈다.

    “우선은 잘 버티는 게 최선”

    방역도 이제 큰 전략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매일 확진자 수에만 매달려야 하니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갑갑하다. 

    “원래 이 녀석이 아주 고약한 놈이다. 오래갈 것 같다. ‘위드(with) 코로나’라고 하지 않나. 같이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치료제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든, 해외에서 나오든 빠르면 연말, 내년 초에 나올 가능성 있다고 한다. 백신은 내년 중반 이후, 내년 연말까지 가야 한다고들 한다. 그때까지 크게 확산하지 않고 지금처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하루 30만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100명 이하로 줄었다. 천만다행이다. 다 국민 덕이다. 유럽에는 마스크 안 쓰겠다고 데모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며칠 전 삼청공원에 갔는데 거기서도 마스크를 다 쓰고 계시더라. 대단한 국민이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스웨덴처럼 집단면역은 어떤가. 그걸 따라 하자는 게 아니라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만 해야 하는 건지, 정부의 방역 로드맵이 있는지 궁금해 묻는 거다. 

    “물론 있다. 우리는 그 방법(스웨덴)은 아니라 보고. 현재까지 투명하고 개방적인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 이른바 테스트(test), 트레이스(trace), 트리트(treat) 등 3T가 잘 작동하고 있으니까, 이걸 잘 작동시키면 치료제든, 백신이든 나올 테니 그때까지 잘 버티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방역은 그렇다 쳐도 문제는 경제다. 얼마 전 생활고에 극단적 선택을 한 노래방 자매나, 라면형제 사건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대로 코로나19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이런 사람이 속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추경을 통해 정부가 취약한 분들에게 최소한의 도움을 줘 버틸 수 있게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판 뉴딜이 가야할 길이다. 과거 우리가 ICT(정보통신기술)를 잘해 한 단계 레벨 업이 됐는데, 지금 AI(인공지능), 바이오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따라잡는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조금 뒤져 있다. 우리가 잘만 하면 다시 따라 잡을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을 확충해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갈 수 있다. 



    최근에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가 높아졌다. 정부 정책에 대해 불평을 하면서도 ‘헬 조선’ 같은 이야기는 안 들린다. 그만큼 옛날에 비해 국민 신뢰가 쌓였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우리가 좀 더 잘해야 하는데,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계속 싸움만 하는 것을 보고 ‘이제 그만 좀 하자’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밤에 거리에 나가 보면 문 닫은 상가가 너무 많다. 서울이 거의 유령도시 같다는 느낌이 들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신천지 사태로) 내가 대구에 19일간 머물렀는데 그때는 진짜 유령도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당시에 그렇게 했으니까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 거다. 지금 코로나19가 제일 겁내는 건 ‘가만있는 거’다.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을 제일 겁낸다. 코로나19는 3밀(密), ‘밀집’ ‘밀접’ ‘밀폐’를 제일 좋아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가 3밀을 안 하고 있는 거다. 아마 곧 하향안정세가 될 거다. 확진자 몇 명이 나와 잠시 멈춘 적 말고는 그래도 우리는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외국은 몇 달씩 (공장을) 세워놓은 곳도 많다.” 

    어떻든 자영업자가 제일 큰 문제다. 

    “다 문제지. 자영업자, 여행업.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0%라니까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본소득제는 넓고 얇은 복지라 반대”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 내각을 이끄는 총리로서 ‘뉴딜’보다 ‘정세균’만의 경제정책 키워드를 내야 할 것 같은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내 소비를 진작하는 쪽에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수출과 내수에 대한 투자가 잘 이뤄져야 경제성장이 되는데, 지금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 아닌가.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가 위축되고 있지만 그래도 수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덜 줄었다. 

    결국 투자와 소비 쪽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번에 소비 진작책도 발표한 건데 8·15 집회를 하고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코로나19가 발호하면서 일단 경제는 미뤄놓고 방역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2.0으로 조정한 것도 이제는 방역과 경제를 함께 걱정하자는 취지다. 일단은 코로나19를 극복할 때까지 잘 달래가면서 경제와 방역을 같이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래도 세계 많은 나라가 일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타격받은 거에 비하면 우리는 덜 받았다. 거듭 말하지만 천만다행이다.” 

    화제를 바꿔보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촉발한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돈 나눠준다는 데 싫다고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했을 때 중산층은 물론 고소득층도 ‘싫다’ ‘안 받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도네이션(기부)이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2%밖에 안 됐다. 15%는 나오지 않겠나 기대했는데…. 

    기본소득제는 효과, 재원 마련, 기존에 해오던 복지 시스템과 매치가 잘 안 된다는 점에서 (도입에) 부정적이다. 실제로 핀란드 실험에서도 드러났고, 스위스 국민투표에서는 부결되지 않았나. 한 달에 전 국민에게 50만 원씩 나눠준다고 했을 때 연간 311조 원이 들어간다. 1년 예산의 절반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지금은 사회안전망을 더 확충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굳이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청년들로 한정해 한번 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 지금 청년의 체감 실업률이 27% 정도 된다. 셋 중 하나가 실업자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번 추경 7조8000억 원도 전액이 국채다. 올 한 해 국채가 100조 원이 넘는다. 돈이 더 이상 나올 곳이 없다.” 

    중복되고 쓸데없이 지급되는 기존 복지 시스템을 정리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 복지체계는 국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거다. 유일한 보편 복지가 아이들 무상급식이다. 그거 말고 다른 복지는 다 선별 복지, 즉 필요한 사람에게 가게 하는 거였다. 기본소득제 한다고 이 분들을 제쳐놓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 굶어죽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결국 넓고 얇은 복지냐, 좁고 두터운 복지냐의 문제인데 나는 후자가 옳다고 본다.” 

    부동산 문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재보궐선거를 비롯해 2022년 대선에서도 제일 중요한 핫이슈가 될 거 같은데, 경제부총리와 장관에게만 맡길게 아니라 총리가 직접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제발 좀 국민을 편하게 해줄 방법은 없는 건가. 

    “투기 수요는 억제하고 실수요자용 공급은 확대했으니 조만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거다. 취득세, 보유세를 확 올려서 투기 의욕을 꺾었다. 싱가포르는 2주택자의 경우 취득세가 11%, 3주택자는 15%에 이른다. 취득세와 보유세는 집을 살 때, 즉 입구에서 내는 거고, 출구에서 내는 게 양도세다. 우리는 지금까지 양도세만 계속 올렸는데 이번에 입구를 막았다. 투기꾼들이 더는 집을 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향후 몇 년 사이에 127만 채가 공급될 예정이다. 정책 효과는 이미 나타났다고 본다.” 

    이 대목에서 확인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오른 건 인정하나. 

    “그렇다.” 

    왜 올랐다고 보나. 

    “수요가 너무 초과돼 그런 거지.” 

    그럼 투기를 잡을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야 하는거 아닌가. 

    “태릉골프장, 정부과천청사도 내놓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확실하게 정부가 공급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 지을 수 있는 곳은 다 찾아서 짓자고 했다.” 

    스물여섯 번 부동산 정책이 바뀌었지만 집값이 고공행진했다. 최소한 정책을 편 사람들을 바꿔서라도 정부가 집값을 안정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신호 가지고 될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는 투기꾼 잡는다고 실수요자들이 집을 못 사는 거다. 

    “지금까지는 투기꾼들한테 휘둘려 제대로 집값 안정이 안 됐다. 이번 조치로 투기꾼들이 더는 맥을 못 추게 돼 있다.” 

    ‘정세균 표’ 부동산 정책은 없나. 

    “취득세와 보유세를 올려 투기 수요의 입구를 막고 정부과천청사 활용처럼 확실하게 공급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게 내 생각이다. 수요는 누르고 공급은 늘리고 있으니 차차 안정될 거다.” 

    모든 원인을 투기세력으로 모는 바람에 시장이 엉망이 됐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강남 집값만 잡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세금 많이 내면서 살 사람은 산다. 그런데 서울은 기본적으로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고 택지는 제한적이다. 주택이라는 건 짧은 시간에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 긴 시간을 들여 지어야 하기 때문에 여느 재화와 다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집은 살기 위해 있는 것이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한 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집까지 사서 투기해 돈을 벌려 하지 말고, 다른 분이 사서 살게 해라,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어디 공자님 같은 사람만 있나. 투기할 기회만 있으면 투기하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니까 입구를 막고 보유세를 높인 거다. 내년부터 양도세가 올라가면 매물이 나올 거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것으로 본다.” 

    2030세대가 ‘영끌’까지 해 부동산 산다고 하는데 지금 사면 막차인가. 

    “이번에 6만 호를 선분양한다. 그런 곳에 사면 된다고 본다. 여하튼 2028년까지 127만 호가 공급된다.”

    “추 장관 논란, 검찰수사로 빨리 결론 내야”

    정세균 총리와 인터뷰 중인 허문명 기자(왼쪽). [조영철 기자]

    정세균 총리와 인터뷰 중인 허문명 기자(왼쪽). [조영철 기자]

    아무리 비상 내각이라고 하지만 부분 조각이라도 해서 정세균 내각을 짜야 하는 상황 아닌가. 

    “인사야 대통령이 하는 거니까…. 다들 괜찮고 능력 있는 분들이다.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인적쇄신도 가끔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각이) 안정이 돼야지 들쑤시면 더 길을 잃을 수가 있다. 잘하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게 더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여기저기 전쟁터가 있다. 부동산도 있고, 코로나19 방역도 있고. 그런데 장수를 막 바꾸면 되겠는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건이 정국의 블랙홀이 됐다. 총리 입장에서 국민께 '송구하다' '민망하다'고 했는데, 고위공공직자로서는 처음이었다.

    “사건 본질보다 (장관의) 태도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본다. 장관이 지금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아들 문제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면 결국 누가 손해인가. 현직 장관의 직무수행이 그것 때문에 영향을 받고 있으니 내각 책임자로서 국민한테 심경을 피력한 거다. 

    나는 검찰수사를 빨리하라는 입장이다. 왜 안 하고 있다 이런저런 소리를 듣고 있나. 수사해서 죄가 있으면 죗값을 치르면 된다. 그럼 될 일이다.” 

    코로나19로 한 켠에선 곡소리가 나오는데 어떻든 빨리 수습돼 국정 전반에 장애를 받는 상황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법을 집행해야 할 장관이 이래 갖고 어떻게 직무를 수행하겠나. 상황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이 맨 그 이야기였다. 제발 좀 그만하자고 했다. 가부간에 정리될 거다. 죄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

    2022년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나. 

    “먹고사는 문제지. 지금은 위기가 연속되는 시대라 위기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코로나 위기, 경제 위기, 신뢰 위기. 위기관리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위기관리의 요체는? 

    “신뢰다. 그걸 얻지 못하면 위기관리가 안 된다.” 

    대기업 임원, 장관, 당 대표에 6선 국회의원, 국회의장에 이르기까지 대통령만 빼고 다 해봤다고 할 수 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도자를 찾는다면 1순위 격이다. 그러니 김대중(DJ) 이후로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잘 준비된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다. 잠재력에 비해 국민 평가가 박하다는 여론도 있고. 저평가 우량주라는 말도 인물평에서 봤다. 거친 시대에 무색무취가 오히려 독일 수 있다. 상황을 너무 느긋하게 바라보는 것 아닌가. 

    “(잠시 생각한 뒤) 저평가돼서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이 한둘이겠나.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해야 할 일에 매진하면 된다. 나는 방역에 성공을 못 하면 패장이 되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방역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국민 삶이 어려워지면 안 되니까. 방역과 경제 두 마리를 열심히 쫓고 있다. 그래서 뭔가 성과를 내면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대구 때도 그랬고, 요즘에도 주말 없이 일한다.” 

    시중에서 벌써부터 차기 대선주자들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직 멀었는데 뭐가 그렇게 관심인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 살릴 궁리가 급하다.” 

    당대표 시절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를 성남시장에 공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대표 때 상근 부대변인에 임명했다. 그때부터 참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장점이라면? 

    “소신 있고, 순발력도 있고, 머리도 좋다.” 

    보완해야 할 점은? 

    “그것도 많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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