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는 일부 영상에서 광고 표기를 누락했다며 사과했다.
이 논란은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먹방’ 유튜브에도 번졌다. 8월 초 한 유튜버의 폭로로 시작해 현재까지 양팡(구독자 254만 명), 쯔양(263만 명), 문복희(448만 명), 보겸(400만 명), 햄지(380만 명), 엠브로(153만 명), 나름TV(155만 명), 상윤쓰(98만 명) 등 유명 유튜버들의 잇단 사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쯔양은 논란 끝에 허위 소문과 악성 댓글에 지쳤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비난 여론의 정점을 찍은 유튜버는 양팡이다. 치킨 먹방 진행 도중 ‘광고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내 돈 주고 사 먹었다’고 답했다가 협찬이었음이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스포츠 브랜드 P사 매장에서 촬영한 ‘필요한 거 다 주신다 해서 매장 전부 털었습니다’ 동영상은 올려는데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우연히 들렀다가 본사 측의 배려로 제품을 공짜로 받은 것처럼 제작했다. 이후 양팡은 자신의 채널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비난 여론이 그치지 않자 그동안 올렸던 모든 영상을 비공개로 돌린 상태다.
유튜브에서는 광고를 받고 콘텐츠를 만들 때 광고임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유튜버들을 잡아낼 방법은 없다. 광고 표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광고주와 유튜버의 이해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튜버들과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광고주들은 광고 효과 반감을, 유튜버들은 상업적 콘텐츠라는 비난과 함께 구독자수 감소를 우려한다는 것이다. 한 메가 유튜버(구독자 100만 명 이상 보유 유튜버)의 매니저는 “대부분의 광고주가 유튜브 콘텐츠가 광고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유튜버들의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유튜버들이 상업적인 콘텐츠를 감추려 했다가 들통이 나면 그 책임을 광고주에게 돌리곤 있다”고 말했다.
“광고주가 원한다” vs “상업성 감추려는 욕심”
초대형 크리에이터가 연간 광고 수익을 포함해 30억~50억 원 이상을 번다고 알려진 유튜브 업계. 유튜브는 최근 12개월간 구독자수 1000명 이상, 동영상 시청 4000시간 이상의 최소 기준을 충족하면 애드센스(구글에서 운영하는 광고 프로그램)를 통해 수익이 나오는 구조다. 구독자수, 조회수, 좋아요, 댓글 등의 숫자로 영향력이 결정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회 수. 올해 초 한 방송에 출연한 쯔양은 수익과 관련한 질문에 “구독자가 많다고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핵심은 조회수”라면서 “많이 벌 때 한 달에 4000만~8000만 원 벌었는데 그 정도까지 나오려면 조회수 100만 이상인 것만 계속 나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메가 유튜버에게도 조회수 100만 이상 동영상을 연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또래 일반 직장인들과 비교할 때 큰돈을 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유튜브 광고 수익만으로도 큰돈을 버는 이들은 왜 구독자들의 신뢰를 저버릴 수 있는 뒷광고의 유혹에 빠졌을까.
유튜브 생태계에 밝은 한 관계자는 “MCN(multi Channei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소속 유튜버일수록 브랜드 광고 진행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기획사인 MCN에게 브랜드 광고 수익은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유튜버와 MCN이 유튜브 광고수익을 8:2 또는 9:1로 나누기도 했지만 요즘은 브랜드 광고 수익을 직접 나누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그 과정에서 유료 광고 표기 시 저조한 조회수, 구독자의 반감 우려 등으로 ‘뒷광고’의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뒷광고를 한다고 해서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는 것도 유튜버의 욕심을 부채질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도 8월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뒷광고’가 횡행한 배경으로 MCN과 소속 유튜버 간의 수익분배 구조를 꼽았다. 다만 그는 “MCN들이 광고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단가를 낮추다 보니 유튜버들은 욕만 먹고 돈도 별로 못 버는 시스템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버가 뒤로 돈을 받으면 회사에서 떼어 가는 돈이 없으니까 가격을 낮춰 받아도 이득이 된다”고 분석했다. 또 “올바른 방식으로 광고를 알린 유튜버들이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이번 논란도 구독자 124만 명을 보유한 ‘안주 먹방’ 유튜버 ‘애주가TV 참PD’(참PD)가 정직하게 유료 광고 표기를 하는 유튜버만 욕먹는 현실을 개탄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또 다른 메가 유튜버인 ‘홍사운드’(165만 명)가 ‘광고 실태, 아는 만큼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상을 통해 진행 방식을 설명하며 그간의 뒷광고 행태가 드러났다. 그는 “유료 광고는 동시에 여러 유튜버가 제안을 받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유료 광고임을 알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뒷광고는 단일 브랜드만을 다루고 타사와의 비교 언급이 없으며 특정 멘트가 들어 있고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다는 특징을 지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비자 기만행위, 사업자로 인정돼야 처벌
유튜버 뒷광고와 관련해 비난을 받았던 양팡.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9월 1일부터 ‘뒷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매체별로 경제적 대가를 받고 제품 리뷰 등 콘텐츠를 올릴 때는 ‘협찬을 받았다’, ‘광고 글이다’ 등의 문구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에는 게시물 제목이나 영상 시작 부분, 끝 부분에 대가를 받았다고 표시하는 문구를 넣어야 하고, 콘텐츠를 일부만 보는 시청하는 소비자도 알 수 있도록 해당 문구를 반복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부당 광고를 한 사업자에는 관련 매출액이나 수입액의 2% 이하 또는 5억 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검찰 고발 조치까지 이뤄질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업자’는 통상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를 의미하지만, 공정위는 상당한 수익을 얻은 인플루언서를 ‘사업자’로 인정해 처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개정안 시행 후 바로 단속과 처벌에 나서기보다는 당분간 계도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때 파워 블로거의 위세가 대단하던 시절이 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요리 레시피, 맛집, 살림 정보 등을 올려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던 이들은 스타급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파워 블로거 4명이 제품 공동 구매를 진행하며 알선 대가를 받은 사실을 감추고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이후 블로거의 시대가 저무는 한 계기가 됐다. 유튜브에 대한 단속이 본격 시작되면 지금까지 뒷광고로 이익을 챙기던 사람들은 유유히 업계를 떠날 수 있다. 규제가 없는 틈을 타 돈을 가득 챙겨 업계를 떠난 신생 기업들의 사례와 비슷하다. 반면 후발 주자들은 단속의 칼날을 피하면서 광고수주 경쟁에 시달릴 수도 있다. 유튜버들이 앞으로 시장에 뿌리를 두고 소비자의 사랑의 받으려면 당장의 수익보다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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