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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퇴한 이유

MB정부 자원외교 수사에 압박감…뇌물 제공설도 나돌아

  •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퇴한 이유

최근까지도 강한 경영 의지를 보였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퇴를 결심하자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동아DB]

최근까지도 강한 경영 의지를 보였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퇴를 결심하자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동아DB]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회장은 4월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게 좋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발표에 재계에서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4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낸 것. 권 회장은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후 한 달 만에 경영 능력 운운하며 물러나는 건 석연치 않다는 분위기다. 

권 회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검찰 수사와 비리 의혹 폭로에도 최근까지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퇴 의사를 밝히기 19일 전인 3월 31일, 권 회장은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계획한 일이 아니었는데 권 회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자고 해 진행된 것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간의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날 권 회장은 3월 27일 MBC ‘PD수첩’이 의혹을 제기한 ‘리튬 사업’에 대해 자신 있게 사업 타당성을 설명했다. 앞서 ‘PD수첩’은 MB 정부 출범 후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자원외교 추진을 명분으로 남미를 시찰했고, 이후 이 전 대통령 형제와 친분이 있던 당시 정준양 포스코 회장 주도로 포스코가 남미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포스코가 추진했던 리튬 사업의 총지휘자가 권 회장이었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1400억 원을 투자해 이 사업을 진행했지만 정작 거둬들인 수익은 36억 원에 불과해 사업성이 없는데도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권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자원 사업 실패 사례를 돌아보면 관련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자원 확보에만 나선 게 화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원자재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90% 정도 완성된 상태고, 2~3년 내 100%에 도달할 것”이라며 리튬 사업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날 권 회장은 “앞으로 포스코는 철강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소재기업으로도 거듭날 것이다. 올해 투자금액 4조2000억 원 중 절반이 넘는 2조5000억 원을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권 회장의 행보와 언행에 비춰 4월 초까지도 사퇴 의사가 없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 사퇴가 검찰 등이 진행하고 있는 MB정부의 자원외교 수사와 연관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에콰도르 산토스CMI 인수 과정 논란도 권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2011년 포스코는 실무진이 인수금액을 100억 원 정도로 책정했던 산토스CMI를 800억 원에 인수했다. 여기에는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영국 런던 소재 EPC에쿼티스(매수가 500억 원)가 포함돼 있었는데, 5년 뒤 포스코는 EPC에쿼티스 자산을 사실상 0원으로 만들고 산토스CMI를 68억 원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포스코는 5조 원가량이던 부채가 29조 원으로 늘었고, 특히 13조 원에 달하던 현금 보유액이 2013년 기준 1조500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가 ‘MB 자원외교’의 핵심 구실을 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포스코 비선실세’ 의혹이 권 회장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포스코 경영농단’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중심에는 권 회장의 고교 동창 유모 씨가 등장한다. 유씨는 권 회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포스코 계열사의 사업 수주를 대가로 막대한 이득을 챙겨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해당 사건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포스코 측은 “유씨가 있지도 않은 권 회장과 친분을 내세워 개인적인 이득을 챙겼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2부는 포스코가 발주하는 사업을 수주하고자 유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권 회장 사퇴 배후 조종설

‘MB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포스코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아DB]

‘MB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포스코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아DB]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유씨 사건과 관련해 포스코 사업 수주에 참여했다 실패한 업자들이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부에서는 이들 제보자의 배후에 차기 회장을 노리고 권 회장을 끌어내리려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나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지렛대 삼아 수세에 몰린 권 회장을 끌어내리려는 배후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권 회장 측에서는 이런 의혹들에도 권 회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사안이 돌출돼 권 회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중 하나는 권 회장이 박근혜 정권의 핵심 요직에 있던 인물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설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의 돌연 사퇴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명확하게 입증된 건 없다. 실체 없는 얘기들로 혼란이 가중되는 건 기업 처지에서 부담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주인 없는 회사’의 태생적 한계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권 회장 사퇴와 관련해 황창규 KT 회장의 교체설이 같이 거론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 각각 민영화됐고 두 기업 모두 외국인 지분이 50% 내외지만 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정부의 입김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교체 때마다 수장도 함께 바뀌는 ‘포스코 잔혹사’가 재연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권 회장의 사임으로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단 한 명의 회장도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민영화 당시 CEO였던 유상부 5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한 달 만에 사퇴했고, 이구택 6대 회장은 MB 정부 출범 뒤인 1년 만에, 정준양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 취임 1년 뒤 물러났다. 

한편 포스코는 조만간 ‘CEO 승계 카운슬’을 개최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한다. CEO 승계 카운슬은 사외이사 5명과 전직 CEO 1명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복수의 인사를 추천한 뒤 검증 절차를 거쳐 단수로 추려 CEO후보추천위원회에 명단을 올린다. 최종 인사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빠르면 두 달, 늦으면 석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4.25 1135호 (p28~29)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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