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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佛 마크롱 대통령과 철도노조 누가 더 센가?

누적 적자 67조 원 국영철도기업 노조 등 파업 돌입 정부 평생고용 폐지 등 개혁 추진 … 노조 “타협 없다”

佛 마크롱 대통령과 철도노조 누가 더 센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한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와 악수하고 있다. [엘리제궁 온라인 사이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한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와 악수하고 있다. [엘리제궁 온라인 사이트]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영국 등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한 데는 프랑스 철도 노동자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연합군은 1944년 6월 6일 디데이를 하루 앞두고 프랑스 철도 노동자로 구성된 ‘레지스탕스 페르(Resistance Fer)’ 측에 열차 탈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나치독일의 병력 이동을 지연시키라는 비밀 지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프랑스 철도 노동자들은 터널에서 열차를 탈선시켰다. 또 차량기지에서는 특정 부품을 빼내거나 고의로 고장을 내 기관차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수십 대의 기관차와 500여 곳의 철도가 차단됐다. 이 때문에 프랑스 동부지역과 독일을 연결하는 철도 수송이 중단됐다. 나치독일은 어쩔 수 없이 도로를 이용해 상당수 병력과 장비를 이동해야만 했다. 결국 연합군을 저지하지 못한 나치독일은 분풀이로 프랑스 철도 노동자 800여 명을 처형했고 3000여 명을 수용소로 강제 이송했다. 프랑스 국민은 지금까지도 당시 철도 노동자들의 애국심과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철도 노조원은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 보장

프랑스철도공사(SNCF) 소속 노조원들이 철도개혁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 페이스북]

프랑스철도공사(SNCF) 소속 노조원들이 철도개혁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 페이스북]

프랑스가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철도공사(SNCF) 소속 4개 노조는 4월 3일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철도개혁 정책에 반대해 6월 28일까지 일주일에 이틀씩 3개월간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4개 노조는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 노동총동맹(CGT), 연대단결민주노조(SUD), 전국자율노조연맹(Unsa) 등이다. 철도 기관사와 정비사 등 필수 업무 종사자의 48%, 전체 종사자의 34%가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고속철도(TGV) 등의 운행이 대거 취소되는 등 심각한 물류난, 교통난이 빚어지고 있다. TGV의 경우 8대 중 1대만 운행 중이다. 파리와 인근 도시를 잇는 수도권 교외급행노선(RER)도 2~5회 중 1회만 다닌다. 이 때문에 열차로 출퇴근과 통학을 하던 국민이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주요 도로가 대부분 정체를 빚고 있다. 프랑스 철도는 하루 이용객이 평균 4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주요 교통수단이다. 철도파업이 장기화하면 프랑스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이 철도개혁에 나선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활약으로 철도 노동자들이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지나치게 특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국영기업인 SNCF 소속 철도 노동자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보장받는다. 평생고용, 연봉 자동승급, 조기퇴직과 그에 따른 연금 지급, 가족 무료 승차권 제공 등의 혜택도 있다. 이 때문에 SNCF의 연간 적자는 30억 유로(약 4조 원)나 되고, 누적 적자는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 원)에 달한다. 기차 한 대 운행비용이 유럽 다른 나라보다 30%나 더 들고, 차량 평균 사용 연한은 30년으로 독일(15년)의 2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프랑스 일반 기업의 노동자 임금이 평균 1.5% 오를 때 SNCF 소속 노동자는 2.4% 상승했다. 평균 퇴직 연령은 57.5세로, 다른 민간 부문의 평균 62세보다 낮지만 완벽한 연금 혜택을 누려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성역으로 불리는 SNCF 노조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철도개혁 방안으로 철도 노동자의 종신고용을 없애고, 신입사원부터 연봉 자동승급 같은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26만 명의 SNCF 임직원은 평생고용뿐 아니라 일반 노동자보다 10년 정도 빠른 50대 은퇴까지 보장받고 있다”며 “신입사원은 일반 기업 노동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은 철도 노동자의 특혜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또 철도시장 개방을 앞두고 SNCF의 부채를 줄여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체질도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NCF를 민영화하지는 않되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자율회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의 합의에 따라 독점체제였던 철도시장을 2019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구체적인 SNCF 개혁 법안을 여름 전까지 의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집권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하원 전체 577석 중 반수가 훨씬 넘는 309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




집권 2년 차의 첫 시험대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철도개혁이 집권 2년 차의 첫 시험대인 만큼 철도노조 파업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실업급여 등 노동시장 구조 개편, 공무원 감축, 중등교육과 대입제도 개편, 연금개혁, 국회의원 정원 축소와 특권 폐지 등 굵직한 국정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철도노조 파업에 밀리면 다른 과제도 추진동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철도노조도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법 개정 등 노동개혁 공세에 밀려왔던 만큼 이번에는 강력하게 저항하겠다는 태도다.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하는 로랑 브룅 CGT 대변인은 “협상은 없다”면서 정부의 협상 복귀 요구를 전면 거부했다. CGT로서는 기업의 해고 자유를 확대한 노동법 개정에서 이미 무기력하게 밀린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1937년 SNCF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철옹성 같은 조직체제를 구축해왔다. 역대 정부가 SNCF 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실제로 철도노조는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임 1년 차 때 정부의 대대적인 사회복지 개편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여 이를 무산시켰다. 당시 알랭 쥐페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도 했다. 2010년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대적인 연금개혁안을 내놓자 철도노조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정부안이 상당 부분 후퇴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철도노조의 대결은 1980년대 영국에서 당시 마거릿 대처 총리와 탄광노조의 싸움을 연상케 한다. 대처 전 총리는 이른바 ‘영국병(British Disease)’을 치유하고자 1984년 전국 174개 국영 탄광 중 경제성이 없는 20곳을 폐업하고 2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탄광노조가 전국적으로 파업을 벌였다. 대처 전 총리는 탄광노조의 거리 투쟁 등을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 진압했다. 탄광노조는 파업 10개월 만에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이후 대처 총리는 ‘철의 여인(Iron Lady)’으로 불렸다. 

저성장-고실업의 ‘프랑스병’을 반드시 고치겠다고 다짐해온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노조를 대표하는 철도노조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결에서 승리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8.04.18 1134호 (p60~61)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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