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6

2017.09.20

대해부 | 위원회·TF 대란

적폐청산하다 날 샐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개혁’ 앞세운 정부 위원회·TF 신설 봇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9-19 10:52:37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문재인 정부 들어 부처마다 ‘위원회’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자고 나면 위원회와 TF가 생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부 위원회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적폐청산’과 ‘개혁’이란 키워드를 갖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것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경우 대통령의 국정 목표와 맞닿아 있다. 일자리위원회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등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신설된 위원회의 이름을 보면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어디에 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내각, 일자리위

    문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앞서 언급한 4개가 신설됐고 4개가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민대통합위원회, 청년위원회, 문화융성위원회, 통일준비위원회를 폐지했고, 총리실 소속으로 돼 있던 정부3.0추진위원회도 없앴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직접 일자리위원장을 맡았다. 일자리위 위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또 하나의 내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메머드급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인 대통령과 이용섭 부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보건복지부 방관, 고용노동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중소기업청장, 한국개발연구원장, 한국노동연구원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등 주요 부처 수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촉 위원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등 주요 경제단체장과 노동단체 대표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일자리위는 부처별 이행 과제도 예시해놓고 있다. 정부 부처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코트 프레싱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4차산업혁명위는 출범을 준비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자 정부 각 부처가 어떤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지를 점검하고, 민간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발전을 추구하는 주체에게 각종 정부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4차산업혁명위는 현재 위원장과 위원 선임을 준비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는 동북아, 유라시아 국가와 교통·물류·에너지 연계성 강화를 목표로 한 대통령 직속기구다. 북방경제협력정책의 기본 방향과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부처별 실행 계획 및 추진 성과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러시아 특사로 활동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러시아 등 북방국가와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전망이다. 9월 6일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러시아 및 다른 동북아국가들의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극동지역 개발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교육회의 출범도 준비 중이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교육 혁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청와대 정책실 관계자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신설된 위원회는 일자리위, 4차산업혁명위, 북방경제협력위, 국가교육회의 등 4개”라며 “일자리위는 위원 구성까지 모두 마쳐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고, 나머지 위원회는 위원장과 위원 선임 등 위원회 구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월 말까지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은 정책기획위원회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한 정책자문에 응하고자 설치된 기구로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21세기위원회’로 발족했다. 김영삼 정부 때 현 명칭으로 변경됐고, 김대중 정부에서 활동 기한에 대한 규정이 삭제되면서 상설기구로 지위가 격상됐다.

    정책기획위는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문 대통령은 9월 5일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정책기획위원장에 임명했다. 정 위원장은 6월 출범한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적폐청산 앞장선 국정원

    청와대는 7월 20일 법무부를 제외한 16개 부처와 국가보훈처 등 19개 정부 기관에 ‘적폐청산을 위한 부처별 TF 구성 현황과 향후 운용 계획’을 7월 24일까지 회신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각 부처는 “과거 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겠다”며 TF 신설 계획을 청와대에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부처가 적폐청산과 개혁을 앞세워 각종 위원회와 TF 구성을 서두르는 배경이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이 공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에 가장 앞장선 곳은 국정원이다. 6월 19일 일찌감치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적폐청산 TF’를 출범해 국정원과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에 나섰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불법 민간인 사찰, 정치와 선거 개입, 간첩 조작 등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 15개 사안을 선정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훈 국정원장은 7월 11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적폐청산 TF의 조사 대상은) 최소한의 것이 되겠지만, 꼭 봐야 할 사안이 있다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조사할 용의가 있다”며 “(국정원) 내부 분열과 관계된 적폐까지 포함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8월 3일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이후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알파(α)팀을 비롯해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며 조사 결과의 일부를 공개했다. 외곽팀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올려 국정 지지 여론을 확대하는 한편, 정부 비판 글에 대해서는 ‘종북세력의 국정 방해’로 몰아 반정부 여론을 잠재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외곽팀 관계자 30여 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외곽팀 관련 수사는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맡았다. 공공형사부와 공안2부 소속 검사들로 국정원 댓글 수사팀을 꾸렸다. 윤 지검장, 박찬호 2차장, 진재선 공안2부장, 김성훈 공공형사수사부장 등 수사지휘 라인은 모두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 멤버다. 윤 지검장은 검찰 인사의 대표적 새옹지마 사례로 꼽힌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때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수뇌부 보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등 징계를 받았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내내 한직을 돌았지만, 지난해 촛불정국 때 구성된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에 발탁되면서 화려하게 컴백했다.

    윤 지검장은 9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조사 대상이 기본적으로 많다”며 “필요하면 내부에서 현안이 적은 부서가 지원하고, 그래도 안 되면 검찰총장에게 얘기해 다른 지검의 지원을 받겠다”며 국정원 댓글 수사팀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 핵 대응보다 적폐청산이 먼저?

    과거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위원회와 TF를 가장 열심히 만들고 있는 중앙부처는 국방부다. 북한의 9월 3일 핵실험과 8월 27, 29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도 군은 적폐청산과 개혁에 여념이 없었다.

    8월 28일 국방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에게 강력한 국방개혁을 요구받은 뒤 사흘 만에 “대통령이 요구한 국방개혁에 박차를 가하고자 국방개혁 추진단을 9월 초부터 가동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장관 직속기구로 국방부 기존 조직을 중심으로 군구조개혁반, 국방운영개혁반, 방산획득개혁반 등 3개 반을 편성하고, 합참과 각 군에 편성되는 TF와 유기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국방부는 물론, 합동참모본부와 육·해·공군에도 국방개혁을 위한 TF가 구성되는 셈이다.

    하루 뒤인 9월 1일에는 차관 직속으로 ‘군 의문사 조사·제도개선 추진단’을 발족했다. 군 의문사와 관련한 조사와 순직 심사 기능을 해당 추진단에 부여해 그간 누적돼온 군 의문사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또 국정원 댓글사건이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자 국방부는 9월 8일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재조사 TF’를 신속히 구성했다. 해당 TF에는 약 30명의 군검사와 군검찰수사관, 헌병수사관 등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9월 11일에는 군의 정치 개입 금지와 군내 인권 침해, 그리고 비민주적 관행을 근절하고자 9월 안으로 강지원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한 ‘군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위원으로는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위원 5~7명과 조사 대상별로 내부위원을 관계 실국장급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헌법적, 민주적 가치 훼손, 인권 침해, 군에 대한 신뢰 실추 등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불공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같은 날 오전에는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5·18 특조위)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현판 제막식을 거행했다. 5·18 특조위는 8월 23일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에 따라 구성됐다.

    국방부가 구성한 5개 위원회와 TF 가운데 5·18 특조위와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재조사 TF, 군 의문사 조사·제도개선 추진단은 활동 내용과 목표가 뚜렷한 편이다. 그에 비해 국방개혁 추진단과 군적폐청산위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적잖다. 적폐청산 자체가 개혁인 데도 업무 보고 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방개혁 추진단을 꾸리고, ‘적폐청산 방안을 보고하라’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군적폐청산위를 별도로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부 역시 7월 31일 장관 직속으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위안부 TF)를 출범하면서 발 빠르게 적폐청산에 나섰다. 위안부 TF는 오태규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한일관계와 국제관계 전문가, 국제법과 인권 문제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위안부 TF에 참여하는 위원들에게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위안부 합의를 면밀히 검토해줄 것”을 당부했다. 위안부 TF는 위안부 합의 관련 협의 경과와 합의 내용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또한 올해 안에 최종 활동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적폐청산 TF 구성은 필수?

    교육부는 9월 6일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의 진상을 조사하겠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국정화진상위) 구성 계획을 밝혔다. 국정화진상위는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교육계와 사학계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법조인, 회계사, 역사 관련 정부 기관 및 공공기관 출신 인사 등 15인 내외로 구성할 예정이다.

    국정화진상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문제점과 위법성, 부당행위 여부 등을 조사하고, 교과서 편찬을 위한 예비비 등 관련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의 적절성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진상조사는 적폐를 청산하고 교육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통해 그동안 지속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논란이 해소되고 사회적 통합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정화진상위 활동을 뒷받침하고자 교육부는 진상조사팀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경위는 물론,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책임 소재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또한 다음 세대에 역사적 교훈으로 남기고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위원은 문화예술계와 법조계 등 장르별, 전문 분야별로 추천한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21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민간위원 가운데 호선으로 선출된 민간위원장과 문체부 장관이 공동으로 맡는다.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는 진상조사소위, 제도개선소위, 백서발간소위를 통해 세부 활동을 하게 된다.

    운영 기간은 6개월 시한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3개월 단위로 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장할 수 있게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 출범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무너진 문체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각 부처도 내부적으로 과거 정책의 잘잘못을 밝혀 이를 바로잡기 위한 TF 구성을 논의 중이다. 행정안전부 한 관계자는 “목표와 방향이 확정된 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권 초 검찰개혁위원회 구성은 통과의례?

    2015년 6월 말 기준으로 법률과 대통령령에 근거한 우리나라 정부의 위원회는 총 549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년간 전체회의 또는 분과회의 등의 운영 실적이 없는 위원회가 총 96개로 나타났다. 1년 동안 회의를 단 한 번 개최한 위원회도 72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1년 동안 회의를 한 번 이하로 연 위원회가 전체 위원회의 30%에 이르는 셈이다.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이토록 많은데도 새로운 위원회가 자꾸만 만들어지는 이유는 뭘까.

    새 정부 들어 중앙부처가 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열을 올리는 것은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 성격이 짙다. 부처에서 필요해서라기보다 대통령과 정권의 의지에 보조를 맞추려 발 빠르게 구성하는 경향이 강한 것. 문제는 과거 사례를 보면 위원회 구성까지는 신속하게 이뤄지지만 위원회 활동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새로운 현안에 밀려 정작 위원회와 TF 구성을 통해 얻으려 했던 목표가 상실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노무현 정부 때 시도했던 검찰개혁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검찰은 검찰개혁을 위해 자문위원회(자문위)를 구성했다. 자문위는 검찰권 행사의 기본 방향을 재정립하고 검찰 수사의 객관성,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을 목표로 출범했다.

    위원장에는 고려대 법대 학장을 역임한 김일수 교수가 맡았고 박원순 변호사(현 서울시장),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현 법무부 장관) 등 교수와 변호사, 언론인,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 16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자문위는 2005년 3월 14차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2005년 11월에는 검찰정책자문위원회가 새롭게 발족했다. 이때 검찰혁신추진단과 검찰미래기획단을 함께 출범했다. 각종 기구로만 보면 검찰개혁 원조는 노 전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검찰개혁을 위한 위원회, 기획단, 추진단의 활동은 정권이 바뀌면서 대부분 없던 일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검찰개혁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일까. 최소한 위원회 구성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도 노무현 정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정권 출범 초인 2013년 4월 검찰은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출범했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의 덕망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입장을 좀 더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위원 전원을 민간위원들로 구성해 법무, 검찰이 나아갈 개혁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앞 문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인 2013년 4월 대검찰청의 발표문 일부이고, 그다음 문장은 8월 8일 법무부가 밝힌 ‘법무, 검찰개혁위원회’ 발족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위원회 구성 취지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정권 초나 지금이나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 내용은 또 어떤가.

    ‘검찰의 권한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검찰개혁의 방향은 결코 검찰을 위하거나, 검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중략)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외부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이 글귀는 문재인 정부의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실은 2013년 4월 24일자 박근혜 정부 출범 초 내용이다.

    정권 3년 차에 ‘검찰의 미래’를 얘기한 것도 똑같다. 노무현 정부 때는 검찰미래기획단을 출범한 데 반해, 박근혜 정권 3년 차에는 검찰개혁심의원회 명칭을 ‘검찰미래발전위원회’로 바꿔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와 검찰은 또다시 검찰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검찰개혁을 위한 위원회도 이미 발족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한번 반짝이고 사라져버리는 일회성 개혁 방안이 아닌,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제도화된 개혁 방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박 장관의 당부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현실화될 수 있을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