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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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바보야, 문제는 대학 서열화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7-09-13 1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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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점과 100점이 똑같이 1등급인데 어쩌다 보니 91점을 받은 나는 대학에 합격하고 100점을 받은 친구는 떨어졌다면 그 친구가 (입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이 낙연 국무총리가 8월 3일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을 두고 한 얘기다. 이 발언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추진해온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정책을 사실상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교육부는 8월 31일로 예정했던 수능 개편안 발표를 내년으로 미뤘다. 내년 8월까지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중 · 장기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수능을 개편하겠다는 게 현 교육부의 청사진이다.

    그렇잖아도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8월 10일에야 수능 개편안을 내놓고는 20일 뒤 ‘확정 발표’하겠다고 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교육부가 제시한 1, 2안이 각각 수능의 전체 또는 일부 과목을 절대평가로 개편하는 내용으로, 기존 상대평가 체계를 크게 흔드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교육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이도 적잖았다. 상당수 대입 전형이 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점수의 화학적 결합으로 진행되는 현실에서 수능만 따로 떼어내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단기간에 교육 혁신을 이루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는 쪽으로 방침을 선회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문제는 교육부가 시한으로 제시한 ‘내년 8월’까지 남은 1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하기에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점이다. 특히 미래 입시제도의 핵심 가치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는 교육계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정책이 그 안에 탄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 초 교육부는 학생들이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벗어나 창의 ·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려면 점수 1~2점 차이로 학생을 줄 세우는 수능 및 내신 ‘상대평가’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 방향은 ‘입시 불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여론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학 입시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표가 사라져 부모 재력에 따라 자녀 대학이 결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현섭 서울 도봉고 교감은 “수능을 대체할 합리적 평가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전 과목을 절대평가할 경우 (대학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면접 등 교육 현장에 부담을 주는 새로운 선발 방법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시민단체는 제대로 입시를 개편하려면 ‘변별력에 대한 추구’와 ‘대학 서열화’의 틀 자체를 흔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은옥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변별력이란 수험생을 서열화해 ‘저 학생은 한 문제 더 맞혔으니 서열이 높은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고, 이 학생은 한 문제 덜 맞혔으니 그 아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정당화하는 장치”라며 “이제는 변별력을 바탕으로 지난 40년간 유지해온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체제를 깰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1,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남혜원 씨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세대로서 우리 아이들은 입시교육에서 해방되고 자유롭게 학교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동시에 ‘학벌’의 힘이 여전히 막강한 한국 사회에서 불공정한 입시제도 탓에 우리 아이가 부잣집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안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상황도 피하고 싶다. 이런 양면적인 마음 때문에 입시제도 개편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일 터”라며 “정부가 입시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출신 학교 차별 금지 △블라인드 입시·채용 확대 △취업 시 지방대 인재 할당 등을 정착시켜 사회 전반의 학벌주의를 깨나가야 비로소 수능 절대평가 등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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