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을 효과적으로 예방,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청마 해답게 말에게서 그 비법을 배울 수 있다. 갑오년은 역술적 관점에서 볼 때 ‘역동적으로 움직일수록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해’로 해석된다고 한다. 그래서 푸른 말이 상징하는 ‘역동’ ‘성공’ ‘건강함’이 올해의 키워드로 꼽히기도 한다. 평소 기름진 음식 대신 목초와 곡물류 등 몸에 이로운 음식을 주식으로 하고 쉼 없이 몸을 움직이는 역동적인 말의 생활모습이 바로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예방, 관리하는 좋은 생활습관이다.
고혈압은 쉽게 말하면 어떤 이유로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그 속을 통과하는 압력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각종 증상을 의미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흥분한 중년 남성이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장면이 가끔 나오는데, 이는 스트레스로 순간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뇌중풍)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여느 질병보다 높은 유병률
고혈압성 질환에 의한 우리나라 사람의 피해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고혈압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0만 명당 5239명에 달해 사망 원인 10위이며 남성에서는 10위(6.4%), 여성에서는 7위(14.4%)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망 원인 2, 3위를 차지하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의 주요 요인이 고혈압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고혈압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고혈압은 심장 질환 및 뇌졸중에 의한 사망 사례의 약 절반(심장 질환 45%, 뇌졸중 51%)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 또는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 진단한다(표 참조).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을 살펴보면, 2007년 24.6%에서 2012년 29%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압이라는 얘기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고혈압 유병률도 높아져, 60세 이상에서는 절반을 훌쩍 넘는 유병률 수치를 보인다.
문제는 여느 질병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임에도 환자 상당수가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지 모르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고혈압’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30~40대 젊은 환자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젊은 층에선 여전히 고혈압에 무관심하다. 30대 남성의 79.4%, 여성의 65.9%가 고혈압을 인지하지 못하며 남성 88.4%, 여성 75.5%가 치료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크게 1차성 고혈압(본태성 고혈압·90%)과 2차성 고혈압(10%)으로 나누는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1차성 고혈압의 생성요인은 명확지 않다. 게다가 별다른 증세가 없기 때문에 적어도 1년에 2번 정도는 반드시 혈압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고혈압성 질환은 응급상황에서 심한 두통과 의식 혼미 또는 의식 저하를 동반한 가슴 통증, 짧은 호흡 상태, 오심과 구토, 어지러움, 빈맥, 경련이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합병증이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갑자기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심장 부하를 증가시켜 심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이것 때문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뇌혈관 출혈이나 동맥경화로 뇌졸중 위험도 커진다. 이 모두가 갑자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이 동시에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의 발병위험이 더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뇌혈관 질환 외에 망막혈관의 동맥경화나 고혈압성 변화 등 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 무엇보다 중요
고혈압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인 만큼 예방하려면 체중 감량, 식단 조절,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비만과 염분 과다 섭취는 고혈압의 가장 큰 위험인자로 꼽힌다. 체중이 증가하면 우리 몸 조직은 더 많은 산소와 영양공급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같은 혈관을 통해 더 많은 피가 흘러가야 하므로 혈관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비만한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인슐린은 소금기와 물을 몸에 저장하려는 성질이 있어 피 양을 늘리므로 결과적으로 고혈압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심폐혈관연구소에서 제시한 고혈압 예방 식이요법(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DASH)에 따르면 포화지방과 총지방량, 총콜레스테롤양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소금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도 해롭다. 육류보다 생선을 통해 포화지방 대신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칼로리 음식을 과일과 채소로 대체하면 칼로리와 혈압을 낮출 수 있다.
들을 때는 쉽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어려운 것이 식단 조절이다. 더욱이 설날처럼 폭식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명절에는 유혹을 참기 힘들다. 가족이 함께 모인 명절일수록 건강을 생각하며 지나친 폭식이나 과음은 삼가는 것이 좋다.
식습관과 더불어 고혈압을 예방하는 생활요법 가운데 특히 신체활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면 고혈압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을 되찾겠다고 무작정 운동량을 늘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무리하면 운동도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유산소성 운동을 할 때는 심혈관계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최대 능력의 40~60%로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 시간대도 중요하다. 뇌졸중이 환절기, 특히 오전에 잘 발생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평소 별다른 지병 없이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새벽에 축구나 테니스처럼 격한 운동을 하다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추운 날씨에는 혈압이 치솟기 쉽고, 아침 혈압이 높은 사람은 뇌졸중 위험도 높기 때문에 아침 운동은 자제해야 한다. 아침부터 무리한 운동을 즐기기보다 아침에 꼬박꼬박 혈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환자는 대부분 병원에서 측정한 수치를 본인의 혈압이라고 생각하지만, 혈압은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집에서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혈압은 기온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 그날 스트레스 지수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습관화하면 어느 정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정상혈압 수치에서 크게 벗어났거나 아침과 저녁에 각각 잰 혈압 수치의 차이가 크다면 병원을 방문해 의사에게 상담받고, 자신에게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160/100mmHg 이상인 경우라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통해 혈압 수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고혈압으로 각종 중증 합병증이 이미 발병한 환자라면, 혈압 강하는 더는 예방 차원의 관리가 아니라, 목숨과 직결된 핵심 치료 요소가 된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수분과 염분 배설을 촉진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이뇨제(Diuretics·주로 고혈압 1단계에 사용)부터 교감신경의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전도물질’과 이를 수용하는 각종 효소(alpha/ beta)에 작용해 혈관의 긴장상태를 풀어주고 심장 박동 세기를 조절하는 교감신경 차단제(Adrenergic inhibitor)도 있다.
이 밖에도 혈관 수축작용을 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나 안지오텐신II 수용체의 생성과 작용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혈관이 이완되게 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저해제(ACE inhibitors),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ARB)도 있다. 이 약은 관상동맥 질환과 심부전, 신부전을 가진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좋다. 이뇨제나 칼슘 길항제(Calcium Channel Blocker)와 함께 쓰면 효과를 더 높이는 기능을 한다.
칼슘 길항제는 혈관과 심장 세포막에 작용해 혈관을 확장함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또한 심장에도 작용해 심장 수축력을 억제하고, 박동 수를 낮춘다. 특히 혈압 변동성이 큰 고혈압 환자가 복용하면 하루 종일 혈압을 일정하게 조절해주는 기능을 한다. 하루 중 혈압이 변화하는 폭을 의미하는 혈압 변동성은 혈관에 무리를 주고 장기에 악영향을 미쳐 심근경색과 협심증,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고혈압 제제 선택 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최근에는 다양한 임상시험을 거친 안전한 복합제제도 출시되고 있다. 이미 효능이 충분히 검증된 암로디핀 베실레이트(CCB)와 발사르탄(ARB) 복합제인 고혈압 치료제는 단일 요법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우수한 혈압 강하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다양한 임상을 통해 안전성 프로파일을 갖춘 고혈압 치료제다.
고혈압 제제를 선택할 때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약물을 처방받아야 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불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면 오히려 혈압을 더 올리는 반동효과와 더불어 오심, 설사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안전한 복합제제도 출시
그러나 매일 빠짐없이 약을 챙겨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급증한 젊은 ‘고혈압 초보자’에게는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역일 수 있다. 과도한 업무와 야근, 회식, 출장, 외근 등으로 바쁜 일상에서 약과 물을 챙겨 먹기 어려운 날이 다반수다. 이럴 때 약효가 지속되는 반감기가 긴 제제를 복용한다면 하루 정도는 약을 먹지 않아도 혈압이 유지된다.
또 최근에는 물 없이도 복용 가능한 제형이 나와 있어 젊은 초진 환자도 편리하게 약을 먹을 수 있다. 복약 편의성을 향상한 구강붕해정은 목으로 삼킨 후 위장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일반 정제와 달리 입 속에서 침으로 녹여먹을 수 있다. 따라서 일이나 외부 활동으로 자주 복용을 잊는 환자나 고혈압 치료제를 처음 먹는 초진 환자 외에도 목 넘김이 어려운 연하장애가 있거나 수분 섭취가 제한되는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모든 질병의 치료가 그러하듯 고혈압 역시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며 “고혈압을 잘 관리하려면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 생활요법을 병행하면서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본인 몸 상태에 맞는 혈압 강하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 복용하는 모든 약에 대해 얘기하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역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혈압은 쉽게 말하면 어떤 이유로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그 속을 통과하는 압력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각종 증상을 의미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흥분한 중년 남성이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장면이 가끔 나오는데, 이는 스트레스로 순간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뇌중풍)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여느 질병보다 높은 유병률
고혈압성 질환에 의한 우리나라 사람의 피해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고혈압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0만 명당 5239명에 달해 사망 원인 10위이며 남성에서는 10위(6.4%), 여성에서는 7위(14.4%)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망 원인 2, 3위를 차지하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의 주요 요인이 고혈압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고혈압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고혈압은 심장 질환 및 뇌졸중에 의한 사망 사례의 약 절반(심장 질환 45%, 뇌졸중 51%)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 또는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 진단한다(표 참조).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을 살펴보면, 2007년 24.6%에서 2012년 29%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압이라는 얘기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고혈압 유병률도 높아져, 60세 이상에서는 절반을 훌쩍 넘는 유병률 수치를 보인다.
문제는 여느 질병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임에도 환자 상당수가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지 모르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고혈압’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30~40대 젊은 환자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젊은 층에선 여전히 고혈압에 무관심하다. 30대 남성의 79.4%, 여성의 65.9%가 고혈압을 인지하지 못하며 남성 88.4%, 여성 75.5%가 치료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크게 1차성 고혈압(본태성 고혈압·90%)과 2차성 고혈압(10%)으로 나누는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1차성 고혈압의 생성요인은 명확지 않다. 게다가 별다른 증세가 없기 때문에 적어도 1년에 2번 정도는 반드시 혈압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고혈압성 질환은 응급상황에서 심한 두통과 의식 혼미 또는 의식 저하를 동반한 가슴 통증, 짧은 호흡 상태, 오심과 구토, 어지러움, 빈맥, 경련이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합병증이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갑자기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심장 부하를 증가시켜 심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이것 때문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뇌혈관 출혈이나 동맥경화로 뇌졸중 위험도 커진다. 이 모두가 갑자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이 동시에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의 발병위험이 더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뇌혈관 질환 외에 망막혈관의 동맥경화나 고혈압성 변화 등 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 무엇보다 중요
고혈압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인 만큼 예방하려면 체중 감량, 식단 조절,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비만과 염분 과다 섭취는 고혈압의 가장 큰 위험인자로 꼽힌다. 체중이 증가하면 우리 몸 조직은 더 많은 산소와 영양공급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같은 혈관을 통해 더 많은 피가 흘러가야 하므로 혈관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비만한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인슐린은 소금기와 물을 몸에 저장하려는 성질이 있어 피 양을 늘리므로 결과적으로 고혈압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심폐혈관연구소에서 제시한 고혈압 예방 식이요법(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DASH)에 따르면 포화지방과 총지방량, 총콜레스테롤양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소금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도 해롭다. 육류보다 생선을 통해 포화지방 대신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칼로리 음식을 과일과 채소로 대체하면 칼로리와 혈압을 낮출 수 있다.
들을 때는 쉽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어려운 것이 식단 조절이다. 더욱이 설날처럼 폭식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명절에는 유혹을 참기 힘들다. 가족이 함께 모인 명절일수록 건강을 생각하며 지나친 폭식이나 과음은 삼가는 것이 좋다.
식습관과 더불어 고혈압을 예방하는 생활요법 가운데 특히 신체활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면 고혈압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을 되찾겠다고 무작정 운동량을 늘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무리하면 운동도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유산소성 운동을 할 때는 심혈관계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최대 능력의 40~60%로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 시간대도 중요하다. 뇌졸중이 환절기, 특히 오전에 잘 발생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평소 별다른 지병 없이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새벽에 축구나 테니스처럼 격한 운동을 하다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추운 날씨에는 혈압이 치솟기 쉽고, 아침 혈압이 높은 사람은 뇌졸중 위험도 높기 때문에 아침 운동은 자제해야 한다. 아침부터 무리한 운동을 즐기기보다 아침에 꼬박꼬박 혈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환자는 대부분 병원에서 측정한 수치를 본인의 혈압이라고 생각하지만, 혈압은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집에서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혈압은 기온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 그날 스트레스 지수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습관화하면 어느 정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정상혈압 수치에서 크게 벗어났거나 아침과 저녁에 각각 잰 혈압 수치의 차이가 크다면 병원을 방문해 의사에게 상담받고, 자신에게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160/100mmHg 이상인 경우라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통해 혈압 수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고혈압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뇌중풍,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병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30대 후반의 남성이 한 병원에서 심장과 혈압을 체크하는 운동부하검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혈관 수축작용을 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나 안지오텐신II 수용체의 생성과 작용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혈관이 이완되게 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저해제(ACE inhibitors),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ARB)도 있다. 이 약은 관상동맥 질환과 심부전, 신부전을 가진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좋다. 이뇨제나 칼슘 길항제(Calcium Channel Blocker)와 함께 쓰면 효과를 더 높이는 기능을 한다.
칼슘 길항제는 혈관과 심장 세포막에 작용해 혈관을 확장함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또한 심장에도 작용해 심장 수축력을 억제하고, 박동 수를 낮춘다. 특히 혈압 변동성이 큰 고혈압 환자가 복용하면 하루 종일 혈압을 일정하게 조절해주는 기능을 한다. 하루 중 혈압이 변화하는 폭을 의미하는 혈압 변동성은 혈관에 무리를 주고 장기에 악영향을 미쳐 심근경색과 협심증,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고혈압 제제 선택 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최근에는 다양한 임상시험을 거친 안전한 복합제제도 출시되고 있다. 이미 효능이 충분히 검증된 암로디핀 베실레이트(CCB)와 발사르탄(ARB) 복합제인 고혈압 치료제는 단일 요법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우수한 혈압 강하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다양한 임상을 통해 안전성 프로파일을 갖춘 고혈압 치료제다.
고혈압 제제를 선택할 때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약물을 처방받아야 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불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면 오히려 혈압을 더 올리는 반동효과와 더불어 오심, 설사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안전한 복합제제도 출시
그러나 매일 빠짐없이 약을 챙겨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급증한 젊은 ‘고혈압 초보자’에게는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역일 수 있다. 과도한 업무와 야근, 회식, 출장, 외근 등으로 바쁜 일상에서 약과 물을 챙겨 먹기 어려운 날이 다반수다. 이럴 때 약효가 지속되는 반감기가 긴 제제를 복용한다면 하루 정도는 약을 먹지 않아도 혈압이 유지된다.
또 최근에는 물 없이도 복용 가능한 제형이 나와 있어 젊은 초진 환자도 편리하게 약을 먹을 수 있다. 복약 편의성을 향상한 구강붕해정은 목으로 삼킨 후 위장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일반 정제와 달리 입 속에서 침으로 녹여먹을 수 있다. 따라서 일이나 외부 활동으로 자주 복용을 잊는 환자나 고혈압 치료제를 처음 먹는 초진 환자 외에도 목 넘김이 어려운 연하장애가 있거나 수분 섭취가 제한되는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모든 질병의 치료가 그러하듯 고혈압 역시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며 “고혈압을 잘 관리하려면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 생활요법을 병행하면서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본인 몸 상태에 맞는 혈압 강하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 복용하는 모든 약에 대해 얘기하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역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