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1

2013.08.19

강력한 에너지 ‘탄수화물’ 무가공 자연식품으로 먹어라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3-08-19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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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에너지 ‘탄수화물’ 무가공 자연식품으로 먹어라
    탄수화물은 단백질, 지방과 더불어 우리 몸의 3대 영양소 중 하나다. 당류 또는 당질이라고도 부르는데, 광합성을 통해 자체적으로 탄수화물을 만들어 쓸 수 있는 식물에 비해 동물은 스스로 탄수화물을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통해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탄수화물의 주요 기능은 세포를 만드는 단백질과 달리, 세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운동, 특히 고강도 운동에서는 탄수화물의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다. 지방 역시 에너지를 제공하는 구실을 하지만 탄수화물처럼 강력하진 못하다.

    탄수화물은 예비 에너지 비축능력 측면에서 보면 지방에 한참 못 미친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체지방 저장량은 9만~11만Cal에 달하지만 탄수화물 형태로서의 저장량은 그것의 약 2%인 2000Cal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근육에 400g, 간에 100g 정도의 글리코겐이 비축돼 있는데, 탄수화물은 g당 4Cal의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500g×4=2000Cal가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운동할 때 늘 탄수화물과 지방을 어느 정도 섞어서 사용한다. 차이가 있다면 조깅이나 빨리 걷기처럼 강도가 높지 않은 운동을 오랜 시간 할 때는 주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단거리 육상이나 근육운동처럼 고강도 운동에서는 일차적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런 고강도 운동에서의 탄수화물 기능과 앞서 말한 탄수화물 비축량의 제한 때문에 근육 발달을 일차적인 운동 목표로 삼은 경우에는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당류 섭취의 중요성

    또 일반적인 조깅이 아닌, 마라톤 같은 장거리 유산소운동의 경우에도 경기 전 계획적으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 글리코겐을 최대한 저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흔히 탄수화물 로딩(carbohydrate loading·carbo-loading)으로 잘 알려진 이 방법은 탄수화물의 강력한 에너지 공급능력을 이용하려는 과학적 노력의 일환이다.



    어쨌든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탄수화물은 최종적으로는 혈당(blood glucose)으로 변하면서 자기가 할 일을 한다. 하지만 최종 산물이 혈당이라고 해서 모든 종류의 탄수화물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몸에 좋은 탄수화물이 있고 몸에 나쁜 탄수화물이 있다.

    먼저 탄수화물은 구성단위가 되는 당의 수에 따라 단순 탄수화물과 복합 탄수화물로 나뉜다. 단순 탄수화물에는 당 한 개로 이뤄진 단당류와 단당류가 몇 개 결합한 소당류가 있다. 반면 복합 탄수화물은 수없이 많은 단당류가 연결된 것으로, 다당류라고도 부른다.

    단순 탄수화물은 과당, 설탕, 유당 등이 대표적인데 그 분자식이 간단해 섭취와 동시에 빨리 소화되지만, 그만큼 혈당을 빨리 올리는 부작용도 낳는다. 혈당이 빨리 오르면 우리 몸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그만큼 많이 분비할 수밖에 없다. 인슐린은 높아진 혈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해주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왕성해진 인슐린 활동은 그 반작용으로 급격한 저혈당을 불러와 허기, 피로감과 함께 기분이 나빠지는 증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는 결국 다시 당 섭취를 조장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인슐린 과다 분비의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 지방저장효소를 활성화해 체지방량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그렇다고 단순 탄수화물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과일에 들어 있는 당은 단당류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과 다이어트 효율 측면에서 보자면 제아무리 과일이라도 지나친 섭취는 삼가는 것이 좋다. 물론 요즘 과일값을 고려하면 과일을 지나치게 먹는다는 가정 자체가 기우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날 과도한 지방 섭취로 비만 문제가 주요 건강 이슈로 떠오르면서, 저지방 식품이라고 표시된 제품을 자동적으로 건강한 식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들 제품 가운데 상당수는 지방만큼 건강에 해로운 단순 당으로 채워진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음식 성분에 표시되는 콘시럽(물엿), 메이플시럽, 말토덱스트린, 수크로오스(백설탕) 등은 모두 단순 당류를 의미한다.

    단순 탄수화물의 반대 개념인 복합 탄수화물에는 크게 녹말(전분, 스타치)과 섬유소가 있다. 녹말은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이 글리코겐으로 저장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식물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뜻한다. 각종 곡류, 감자, 빵에 폭넓게 존재하는 녹말은 우리 몸에서 천천히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반면 채소에 주로 들어 있는 섬유소는 우리 몸에서 전혀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선 가치가 없다. 그러나 장의 활동을 촉진하는 정장제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건강과 운동을 위해선 필수적 우군이라 할 수 있다. 또 섬유소는 칼로리는 낮지만 상당한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에도 큰 이점이 있다.

    혈당 올리는 글리세믹지수

    강력한 에너지 ‘탄수화물’ 무가공 자연식품으로 먹어라

    당뇨 전 단계는 당뇨만큼 위험하고 당뇨로 악화될 수 있어 반드시 관리가 필요하다. 한 병원에서 환자의 혈당을 체크하고 있다.

    말하자면 복합 탄수화물은 단순 탄수화물에 비해 소화 흡수가 늦게 이뤄져 혈당과 인슐린의 급격한 변화 없이 안정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한편,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고 섬유소가 정장작용을 해 건강과 다이어트, 운동에 큰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단순 당류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기에 일반적으로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의 3분의 2는 복합 탄수화물로, 나머지 3분의 1은 단순 탄수화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글리세믹지수(glycemic index)라는 것이다. 글리세믹지수란 음식을 섭취하고 혈당이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지를 알아보는 척도를 말한다. 이 지수는 원래 당뇨 환자의 효율적인 혈당 조절을 위해 개발한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건강과 운동, 다이어트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한다. 즉 지수가 높은 음식은 우리 몸에서 빨리 흡수돼 결과적으로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복합 탄수화물은 단순 탄수화물에 비해 글리세믹지수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감자와 당근은 복합 탄수화물이긴 하지만 글리세믹지수가 높고, 사과는 단순 탄수화물이지만 글리세믹지수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리세믹지수가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데 유용한 지표이긴 하지만, 오로지 이 수치만을 기준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한 탄수화물의 성격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쩌면 매우 단순한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가공이 덜 된 자연식품을 가능한 한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건강에 좋다는 복합 탄수화물도 가공을 거듭할수록 단순 탄수화물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가루가 좋은 예다. 수크로오스 같은 가공 당류의 경우, 99% 순수 칼로리로만 이뤄져 비타민, 무기질 같은 성분이 전무하기 때문에 빈 칼로리(empty calorie)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자연의 가치를 진정으로 되새길 때 비로소 탄수화물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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