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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식통돌이 세탁기

전기 없이 빨래도 하고 탈수도 하고

수동식통돌이 세탁기

수동식통돌이 세탁기

골동품 수동 회전 세탁기(왼쪽),
기라 도라(Gira Dora) 수동 회전 세탁기(가운데)와 이중 통 구조(오른쪽). [사진 제공 · Inhabitat]

환경과 에너지 위기를 생각하는 이들조차 세탁기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가사노동에서 세탁의 비중은 3분의 1이나 됐다. 세탁기야말로 주부를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킨 최고 발명품인 셈이다. 세탁기가 처음부터 전기로 구동된 것은 아니다. 탈수를 위한 롤러와 빨래통이 전부인 수동 회전 세탁기가 제법 오랫동안 사용됐다. 그리고 전동 세탁기가 등장하면서 세탁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요즘도 수동 세탁기가 있다면 과연 사람들이 사용할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하지만 사례를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비전력 회전 세탁기 제품이 출시돼 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저개발국가 주민을 위한 적정기술 도구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비전력 회전 세탁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드러미(Drumi)는 캐나다 학생들이 개발한 비전력 회전 세탁기다. 페달을 밟아 세탁통을 돌릴 수 있는데 디자인도 깔끔하고 생각보다 편리하다. 크라우드펀딩으로 개발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단점은 우리 돈으로 27만 원 정도 하는 비싼 가격과 한 번 세탁 양이 티셔츠 6장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론드리 포드(Laundry Pod)는 채소 탈수기를 세탁용으로 크게 만든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탈수는 되지만 손으로 돌리는 데 상당한 힘이 든다. 원더 워시(Wonder Wash)는 단순한 회전 세탁통으로 티셔츠 10장 정도를 한 번에 빨 수 있고 가격도 싸다. 단 탈수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비전력 회전 세탁통을 판매한 적이 있다. 플라스틱 페인트통과 변기 막힐 때 사용하는 고무접시 및 막대, 일명 ‘뚫어뻥’을 이용하거나, 플라스틱통과 세탁 그물망이 달린 지렛대로 만든 초간단 세탁기들도 있다. 사이클린 바이크(Cyclean Bike)는 고장 난 세탁기를 자전거와 연결해 만든 재활용 세탁기다. 

페달로 세탁통 돌리는 페루의 ‘기라 도라’

수동식통돌이 세탁기

사진 제공 · Think Green

수동식통돌이 세탁기

사진 제공 · dornob

세탁기 기본 구조는 알고 보면 간단하다. 대다수 세탁기는 이중 통 구조, 기어, 회전축과 교반날개, 급수 밸브, 배수 밸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신 전동 세탁기에는 전자센서나 조절 스위치 패널이 있지만 비전력 세탁기에는 이런 장치가 필요 없다. 비교적 현대적이면서 단순한 구조로 구현된 비전력 세탁기 가운데 페루에서 개발된 기라 도라(Gira Dora)는 주목할 만하다. 페루 슬럼가 여인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빨래하는 데 썼다. 개발자들은 세탁 노동과 함께 물 긷는 노동도 줄일 수 있도록 수동 회전 세탁기인 기라 도라를 만들었다. 개발자 중 한 명은 한국 교포 여성이다. 가격은 40달러(약 4만5000원) 정도. 세탁 양도 많고, 탈수도 되며, 앉아서 페달로 세탁통을 회전시킬 수 있다. 빨래통 안에 물과 가루세제, 그리고 빨랫감을 집어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페달을 밟으면 20~30분 만에 세탁을 끝낼 수 있다.

기라 도라의 구조는 단순하다. 가장 안쪽에 플라스틱 망으로 만든 회전통이 있다. 배수구가 있는 중간 통, 그리고 외부에 세탁기 외형을 이루는 플라스틱통이 있다. 이 외부 통 하부에는 베벨기어와 회전 원반, 페달로 구성된 구동장치가 있다. 상부에는 앉아서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방석깔개 덮개가 있다. 좀 더 간단히 2개의 통으로만 구성된 제품도 있다.

이 정도로 간단한 구조라면 누구나 쉽게 만들어볼 수 있다. 고장 난 탈수기나 세탁기의 하부 구조를 뜯어 기어 구조를 변경하고 발판을 달아서 비전력 세탁기로 개조할 수 있다. 주변 기계공구 상가나 인터넷에서 원반기어와 베벨기어를 구할 수 있다. 고장 난 세탁기나 폐차된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1인 가구에 적합한 방식

통돌이 세탁기의 핵심 부품은 하부의 기어구조다. 페달의 상하운동력을 수평의 전후운동으로 바꾸고, 다시 수직 원반기어의 회전력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다시 세탁통 하부 기어에 회전력을 전달한다. 복잡한 장치는 아니다. 단순한 구조로 기계공구 상가나 인터넷에서 구매 가능하고, 중고세탁기 부품을 재활용해 만들 수도 있다.

이 정도 세탁기라면 한번 만들어 써볼 만하다. 효율도 좋고, 운동과 세탁을 겸할 수 있다. 비전력 세탁기 사용자가 늘어나면 전기사용량을 적잖게 줄일 수 있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줄일 수 있다. 1인 가구, 2인 가구라면 비싼 전동세탁기를 사느니 저렴하고 간단한 비전력 세탁기를 사용해볼 만하다.


입력 2016-08-05 17:33:30

  • 김성원 적정·생활기술 연구자 coffeetal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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