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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위장사’도 옛말

고졸이나 대졸이나 소득 큰 차이 없어…‘학력 프리미엄’ 감소는 세계적 추세

대학 ‘학위장사’도 옛말

대학 ‘학위장사’도 옛말

[박해윤 기자]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철폐를 요구하며 이화여대생(이대생)이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고, 학교 측은 결국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때 같으면 비난을 면치 못했을 점거 농성이 여론의 지지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 10년간 대학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전망은 더 암울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은 높아졌지만 ‘20대 태반이 백수’라고 할 만큼 노동시장에서 좋은 신규 일자리가 사라진 요즘, 대학 졸업장이 예전 같은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든다. 이대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이라 명명된 이 사업이 학위장사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학위장사는 학위가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을 때 가능해진다. 그런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자녀의 미래에 투자한 그 많은 사교육비가 노동시장에서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을까.

모두를 위한 대학 교육의 결과는?

물론 교육의 가치는 더 많은 소득이나 좋은 직업 같은 노동시장에서의 보상만으로 측정하는 게 아니다. 배우고 때로 익히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인류가 교육으로 일궈놓은 예술, 문화, 지식을 즐길 수 있으면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시민이 정치 참여도가 높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잘 누린다. 결혼생활을 더 안정되게 유지하고, 자녀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친구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의 범위와 깊이도 다르다.

그럼에도 노동시장에서 대학졸업장의 가치를 따지는 건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대학졸업장의 가치 변화가 소득불평등 증가와 관련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대부분에서 소득불평등이 증가했다. 그 원인으로 최근까지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숙련편향 기술 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다. 컴퓨터와 정보기술(IT)의 발달이 생산력을 증가시키는데, 그중에서도 교육을 많이 받은 숙련노동자의 생산력을 더 빨리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소득불평등이 증가하는 이유는 숙련에 따른 생산성 격차가 임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가 숙련편향임을 증명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지표는 바로 교육수준에 따른 소득격차 확대다. 미국에서 대졸자와 고졸자의 연간 소득격차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현재 가치로 1979년 당시 1000만 원 정도였다.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약 30% 소득이 많았다. 하지만 이 격차는 2013년 현재 63%로 2배 넘게 증가해 1900만 원에 이른다.   

‘숙련편향 기술 변화론’에 따르면 불평등 증가는 기술 변화와 이에 따른 생산성 변화의 반영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소득불평등 감소 정책은 부작용만 초래한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은 더 많은 사람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모두를 위한 대학(College for Everyone)’이라는 슬로건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정책 입안자가 대학 교육의 확장을 약속한다. 중고교생이 국제학력 비교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80% 가까운 고교 졸업자가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은 이들 눈으로 보면 미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이 가야 할 미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대학 학위의 가치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래프’는 필자가 ‘한국학진흥사업단’으로부터 지원받아 진행 중인 ‘한국의 교육과 사회이동’ 프로젝트의 결과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도시에 거주하는 2인 이상 가구의 남성 가구주 학력별 연간 소득격차를 계산했다. 이 ‘그래프’의 기준 학력은 고졸이다.

‘그래프’를 살펴보자. Y축은 고졸자와 고졸 미만, 전문대졸·대학 중퇴자, 대졸자, 대학원 졸업자의 연간 소득격차를 보여준다. 모든 소득을 로그 변환했기 때문에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Y축은 로그화된 연간 소득의 고졸자 대비 평균 격차다. 로그 소득의 격차는 지수함수를 적용해 학력별 소득의 상대적 격차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1990년대 초에는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55% 정도 소득이 많았다. 대학원 졸업자의 연간 소득은 고졸자의 2배가 넘었다. 이러한 격차를 사회과학에서는 ‘학력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1990년대 초 학력 프리미엄은 미국의 90년대 후반 학력 프리미엄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학력 프리미엄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꾸준히 감소한다. 2014년 현재 대졸자의 고졸자 대비 학력 프리미엄은 22%로 90년보다 33%p나 감소했다. 비율로 보면 2014년 현재 대졸자의 학력 프리미엄은 90년대 대비 40%에 불과하다. 대학원 졸업자의 학력 프리미엄 감소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같은 기간 80%p 감소했다. 프리미엄이 4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대졸자와 비교할 때 대학원 졸업자는 현재 연소득이 단지 5% 높을 뿐이다.

학력 프리미엄 줄인다고 불평등 해결 안 돼

대학 ‘학위장사’도 옛말
같은 기간 대졸자와 초대졸·대학 중퇴자의 소득격차도 크게 줄어들었다. 유일하게 학력 프리미엄이 늘어난 경우는 고졸 미만자 대비 고졸자 항목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25~59세 남성 가구주 중 고졸 미만자는 매우 적다. 여성의 경우 자료 확보가 가능한 1998년 이후 학력 프리미엄의 변화 경향이 남성과 큰 차이가 없다.

혹자는 대졸자 증가에 따라 전체 대졸 학력 프리미엄은 감소했어도, 일류대 졸업자의 프리미엄은 증가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원자료에 조사 대상자의 졸업 대학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졸자 내부의 소득불평등과 고졸자 내부의 소득불평등을 비교하면 후자의 증가폭이 더 크다. 이는 일류대 프리미엄도 과거보다 줄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에서 숙련편향 기술 변화가 불평등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면, 불평등이 급격히 증가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학력 프리미엄도 급격히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보듯 해당 기간 학력 프리미엄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학력 프리미엄을 줄여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이러한 학력 프리미엄 감소가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것도 아니다. 경제학자인 폴 뷰드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동료들은 21세기 들어 미국의 학력 프리미엄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사회학자인 조지 윌슨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와 데이비드 모미 신시내티대 교수 연구팀도 최근 논문에서 고학력자의 소득 상승률이 떨어졌음을 보여줬다. 유럽에서도 학력 프리미엄이 감소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졸자의 소득이 증가한 기간은 1997년 경제위기 직후 몇 년에 불과하다. 학위장사를 해서라도 대학의 구조적 위기를 타파하고 싶겠지만, 대학 학위라는 상품의 시장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학위장사를 하기도 쉽지 않다.


입력 2016-08-19 15:33:01

  •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chkim.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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