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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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10배 폭등? 불통이 싸움 키워

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 저마다 다른 해석…의료계, 시민단체의 걱정 불식이 관건

  • 김용 의료포털 코메디닷컴 기자 ecok@kormedi.com

    입력2013-12-30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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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비 10배 폭등? 불통이 싸움 키워

    2013년 12월 15일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광장에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었다.

    최근 의료민영화 논란이 의료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불붙은 의료민영화 논란은 ‘괴담’ 수준으로까지 확대돼 정부 여당은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른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서서 “의료민영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조기 진화에 안간힘을 쓰지만, 보건의료단체와 대한약사회의 반발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해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곳은 정부 여당과 대한의사협회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의료민영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2013년 12월 20일 최고 중진 연석회의에서 “SNS에서는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법인의 자회사를 허용하면 맹장수술비가 1500만 원이나 되고 모든 진료비가 10배 치솟을 것이라는 등 황당한 괴담이 퍼지고 있다”며 “몇 년 전 ‘뇌송송 구멍탁’으로 대표되는 어처구니없는 괴담이 횡행하던 광우병 사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투자활성화 대책이 불쏘시개

    2013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주도한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민영화 논란에 당혹스러워하는 이유는 정부 여당과는 좀 다르다. 의료계의 원격진료와 영리병원 저지 투쟁이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으로 인식돼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를 의식해 12월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노 회장은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의료민영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다음 날부터 대한의사협회가 주도적으로 의료민영화 반대시위를 한 것처럼 보도됐다”고 말했다. 언론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노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의사협회 차원의 의료민영화 개념도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민영화라고 하면 국유화된 것을 민간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다면 지금 회자되는 의료민영화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미 국내 의료기관의 94%가 민영화됐고, 이들 민간 병·의원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의해 공공의료를 떠받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거부하는 의료민영화는 의료기관이 의사를 돈벌이로 내몰며 이윤만 추구하는 상황”이라며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이 투자자를 위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의료환경을 단호히 거부하기 때문에 정부가 2013년 12월 13일 발표한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 이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의료민영화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쏘시개는 단연 정부의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였다. 보건복지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의료법인의 영리목적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수익 확충을 위한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이 장례식장, 주차장, 구내식당 등 8가지로 제한돼 병원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의료 연관 산업의 부진을 초래했다고 판단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법인도 자법인을 통해 바이오산업, 의료기기 개발, 의료관광을 위한 여행·숙박업, 의약품 개발,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 부대사업 범위를 크게 늘릴 수 있게 한 것. 또한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 외부 투자금도 들여올 수 있게 했다. 의료법인 간 합병, 법인약국 설립 허용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중소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을 개선하려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환자와 종사자 편의 증진에 국한된 사업만 하겠다는 것으로, 영리병원 허용이나 의료민영화와는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건의료시민단체와 대한약사회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이번 대책이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가 민영화라는 시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측은 “채권 발행 허용, 부대사업 대폭 확대, 인수합병과 법인약국 허용은 의료영리화와 상업화를 막아왔던 핵심 규제장치를 완전히 풀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료가 급속하게 영리화, 상업화 길로 들어서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기관이 국민을 위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보다 환자를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각종 부대사업에 집중 투자할 공산이 크다는 논리다.

    이대로 가다간 더 큰 진통

    법인약국 허용과 관련해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문제점은 보건의료를 건강권 문제가 아닌 돈벌이 문제로 보는 것”이라며 “법인약국 도입의 종착지는 결국 의료영리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약국은 자본 독점과 편중으로 기대와 달리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국내 병원의 자회사가 할 수 있는 사업 범위를 병원 운영과 관련한 사업으로 제한하고, 수익을 의료 분야에 재투자하게 하는 등 자회사 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한다.

    최근 의료민영화 논란이 확대된 것은 정부와 의약계, 보건의료시민단체 간 소통 부족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허용과 관련해 정부 방침대로 자회사 남용 방지안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면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은 일단 의료계만큼은 수긍할 여지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한 대목. 계속 이대로 가다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는 1차 의료기관(동네병원)의 반발을 의식해 12월 10일 동네병원 중심의 원격의료 의료법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보건복지부의 의약정책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부처 입김에 휘둘리는 데 대해 내심 불만이 많다. 의사 사이에서 ‘관치 의료’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의료 전문가인 의사, 약사와의 사전 협의 없이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료정책이 경제적 논리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된다”는 게 그들 주장이다.

    당장 2014년 초부터 의약계는 다시 시끄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의사협회는 2014년 1월 11일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를 위한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본격 행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원격진료 및 영리병원 반대와 함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혁, 의료 저수가 체계 개선 등 건강보험제도 개혁을 투쟁 목표로 정했다. 의료민영화 논란에 묻혔던 원격진료와 영리병원 반대, 의료 수가 개혁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한다. 대한약사회도 “법인약국 문제는 공청회 등 국민적 여론이 다시 집약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원격진료 의료법 개정안은 2014년 6월 이전 국회 통과, 2015년 7월 시행을 목표로 한다. 이 기간 내 의사들이 우려하는 화상진료 오진에 따른 책임문제 등 관련 법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법인약국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의약단체가 얼굴을 맞대고 ‘모범답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약 부문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4년 상반기는 의약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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