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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세련된 건축물처럼 정교한 와인

칠레 페레즈 크루즈 와이너리

세련된 건축물처럼 정교한 와인

리구아이, 카베르네 소비뇽 리제르바, 배럴의 둥근 형태가 아름다운 페레즈 크루즈 와이너리. 자연 통풍 기능을 최대한 살린 목재 건물이다(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루글로벌]

리구아이, 카베르네 소비뇽 리제르바, 배럴의 둥근 형태가 아름다운 페레즈 크루즈 와이너리. 자연 통풍 기능을 최대한 살린 목재 건물이다(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루글로벌]

1960년대 말 칠레의 성공한 사업가 파블로 페레스(Pablo Perez)는 수도 산티아고(Santiago)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의 리구아이(Liguai) 농장을 매입했다.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다. 1990년대 초 장성한 그의 자녀 11명은 이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들은 부모를 기념하는 훌륭한 와인을 만들자고 결론 내리고 아버지 성 페레스와 어머니 성 크루스(Cruz)를 딴 ‘페레즈 크루즈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페레스 가족은 와이너리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신 설비를 갖춘 와이너리를 짓고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했다. 수석 와인메이커 헤르만 리온(German Lyon)을 필두로 한 드림팀은 리구아이의 토양과 기후를 면밀히 분석해 가장 적합한 품종들로 포도밭을 조성했다. 단일 품종 와인에서부터 블렌드 와인까지 연구와 실험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페레즈 크루즈는 설립한 지 10여 년 만에 전 세계에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스타 와이너리로 발돋움했다. 

카베르네 소비뇽 리제르바(Cabernet Sauvignon Reserva)는 특히 인기가 많다. 라즈베리와 체리 등 과일향이 맛깔스럽고, 향긋한 허브와 매콤한 향신료향이 와인에 세련미를 더한다. 실크 같은 타닌이 특히 매력적인데, 이렇게 매끄러운 질감은 리구아이 땅이 워낙 척박한 덕분이다. 안데스산맥 기슭의 돌투성이 포도밭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의 정교한 맛이 잘 살아 있다.


페레즈 크루즈의 수석 와인메이커 헤르만 리온. [사진 제공 · ㈜나루글로벌]

페레즈 크루즈의 수석 와인메이커 헤르만 리온. [사진 제공 · ㈜나루글로벌]

리구아이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외에도 밭의 구획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이들 품종 가운데 시라(Syrah), 카르메네레(Carmenere),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 만든 와인이 리구아이다. 땅 이름을 붙인 와인답게 리구아이 토질의 특징과 그곳에서 자란 여러 품종의 다채로운 맛이 조화를 이룬다. 농축미가 과하면 와인이 무겁고 우아함을 추구하면 가벼워지기 쉽다. 허나 리구아이는 이 두 요소의 균형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프랑스에서 실력을 쌓은 와인메이커 리온의 블렌딩 노하우가 돋보이는 와인이다.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클래식한 와인 스타일을 재현한 퀼렌(Quelen)도 주목할 만하다. 이 와인은 200~300년 전 보르도에서 하던 것처럼 프티 베르도(Petit Verdot), 말벡(Malbec), 카르메네레를 섞어 만든다. 농익은 야생 베리, 바이올렛, 향신료, 담배, 초콜릿, 흙, 돌 등 복합적 향미가 뛰어나고 보디감과 산미의 균형이 완벽하다. 연간 약 6000병만 생산하는 아이콘급 와인으로 페레즈 크루즈의 수준 높은 양조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칠레 와인은 지금 카베르네 소비뇽을 넘어 고급화와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페레즈 크루즈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다. 이들의 와인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지만 앞으로 보여줄 무한한 잠재력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리제르바는 4만 원, 리구아이는 13만 원, 퀼렌은 18만 원이며 전국 와인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8.06.27 1144호 (p72~72)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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