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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가 세계 컬링을 쓸어버리다

컬링하며 놀던 학생들 압도적 ‘팀 킴’으로 거듭나

‘영미’가 세계 컬링을 쓸어버리다

[뉴시스]

[뉴시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경북 의성은 마늘의 고장이 아닌 컬링의 성지로 거듭났다. 컬링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다. 특히 여자 국가대표팀의 활약이 눈부시다. 김은정(스킵·주장),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초희(후보) 선수로 이뤄진 5명의 김씨 소녀들. 가장 늦게 팀에 합류한 김초희 선수를 제외한 4명은 모두 의성여고 선후배 사이다. 컬링팀은 주장의 성으로 이름을 짓는다. 따라서 이번 대표팀의 이름은 ‘팀 킴(Team Kim)’인데 공교롭게도 5명 모두 김씨라 화제가 됐다. 

여자 국가대표팀은 캐나다, 스위스, 영국, 스웨덴 등 강팀을 연이어 꺾으며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올림픽 첫 출전인 남자 국가대표팀은 4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강팀인 영국 등을 격파하며 4승이나 거뒀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 계속되자 한국 컬링 대표팀에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세계 언론도 이들의 고향 의성이 마늘로 유명하다는 것에 착안해 이들을 ‘갈릭 걸스(Garlic Girls)’라 부르며 특집기사를 쏟아냈다.


올림픽 이전부터 세계적 선수

2월 21일 러시아와 예선 8차전 경기를 치르고 있는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들. [뉴스1]

2월 21일 러시아와 예선 8차전 경기를 치르고 있는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들. [뉴스1]

‘팀 킴’ 선수들은 모두 경상북도체육회(경북체육회) 소속 선수들로 의성에 있는 경북컬링훈련원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인구 5만여 명의 소도시지만 컬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친숙하게 컬링을 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컬링=의성’이 됐지만,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국가대표팀은 경기도청 소속 선수들이었다. 당시 성적은 3승 6패. 8위로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출전국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이후 여자 컬링은 동계올림픽의 기대주가 됐다. 소치동계올림픽 직후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4강에 진출해 관심이 더 커졌다. 당시 여자 대표팀이 스톤을 던지며 외치던 ‘언니’라는 단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평창에서는 ‘언니’를 ‘영미’가 대체했다. ‘팀 킴’은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경기도청을 꺾고 컬링 국가대표로 나섰다. 예선전에서 김은정 스킵이 스톤을 던진 뒤 날카로운 목소리로 친구이자 팀 동료인 김영미의 이름 ‘영미’를 연호한 것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대표하는 유행어가 됐다. 

사실 경북체육회 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전에도 경기도청 팀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 당시 경북체육회 팀은 경기도청 팀에 7연승을 거두다 선발전에서 패배해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하지만 경북체육회 팀의 저력은 여전했다. 이들은 같은 해 4월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했고, 대회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에도 같은 대회에 나가 우승을 거머쥐고 세계선수권에서는 6위에 올랐다.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준우승을 했다. 국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비인기 종목인 데다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이력이 없어 그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아직 20대 젊은 선수들이지만 경기에 돌입하면 표정부터 달라진다. 특히 주장인 김은정 선수는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시와 트레이드마크인 안경 덕에 ‘안경 선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안경 선배’는 인기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캐릭터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 중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에게도 컬링을 단순히 놀이로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놀며 배운 컬링, 세계를 놀라게 하다

컬링 남자 국가대표팀 스킵을 맡고 있는 김창민 선수. [뉴스1]

컬링 남자 국가대표팀 스킵을 맡고 있는 김창민 선수. [뉴스1]

의성에 2006년 문을 연 경북컬링훈련원은 국내 최초 컬링장이다. 선수들의 훈련장이지만 늦은 오후에는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을 위해 개방된다. 지금도 의성에서는 많은 학생이 방과후 활동으로 컬링을 즐기고 컬링 경기를 관람한다. 

‘팀 킴’ 선수들도 방과후 활동으로 컬링을 접했다. 선수 4명 가운데 가장 먼저 방과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한 것은 김영미. 이후 김영미의 친구였던 김은정도 컬링의 매력에 포섭됐다. 둘이 컬링에 열중하던 어느 날 김영미가 컬링 도구인 브룸을 집에 놓고 연습장에 나왔다. 김영미는 여동생에게 브룸을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는데, 그 여동생이 김경애다. 이들은 컬링팀을 결성하고자 했지만 컬링은 최소 4명이 한 팀인 스포츠. 한 명이 부족했다. 김경애가 충원을 위해 교실 칠판에 ‘컬링할 사람’이라고 적었고 이를 보고 김선영이 컬링장에 나왔다. 마치 스포츠 성장 영화처럼 팀을 꾸린 이들은 본격적으로 컬링에 매진했다. 이후 경기도의 컬링 유망주 김초희가 합류하면서 경북체육회 여자팀이 결성됐다. 

의성이 배출한 컬링 인재는 이외에도 많다. 춘천시청 팀에 있는 오은진, 김지현, 구영은 선수와 남녀혼성인 믹스더블 국가대표 장혜지 선수, 올림픽 방송해설위원으로 나선 전 국가대표 이슬비도 의성여고 출신이다. 남자 대표팀 주장인 김창민 선수도 의성에서 나고 자랐다. 여기에 김민정 여자 대표팀 감독, 김민찬 남자 대표팀 선수는 출신지가 대구지만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원장의 자녀로 의성 경북훈련원에서 컬링 실력을 갈고닦았다. 

이번 대표팀의 선전으로 의성지역 10대 사이에서 컬링 붐이 일고 있다. 의성군 관계자는 “최근 컬링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안다. 군에서도 컬링장 시설 확충 및 선수 육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2.28 1127호 (p8~9)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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