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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약·바이오의 굴기

한국 미래 산업 이끌 제약·바이오

자동차·반도체 시장보다 규모 커…의약품 개발 생산은 사회안전망과 직결

한국 미래 산업 이끌 제약·바이오

우리나라는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동아DB]

우리나라는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동아DB]

2011년 삼성그룹이 5대 신성장동력을 발표할 때 모두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반도체·전자로 대표되던 그룹이 선택한 차세대 먹거리는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자동차용 중대형 전지 등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이 가운데 가장 선전하는 분야는 제약·바이오 부문이다. 제품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룹 내 신사업 성장을 견인하는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삼성이 일찌감치 제약·바이오 사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가 자동차(2000조 원), 반도체(4000조 원) 시장보다 큰 8000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확장되는 추세라 미래 가치가 더욱 밝게 점쳐지고 있다. 더불어 국가적으로도 제약·바이오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산업인 동시에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 주권을 지킬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약제비 지출 증가=의료비 지출 감소

우리가 상용하는 의약품의 사회적 순기능은 생각보다 크다. 만성질환 증가, 중증질환 악화 등으로 불가피하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줄이고, 수술에 따른 의료비 및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기여한다. 2013년 미국 의약품시장 조사기관 IMS헬스는 적정한 투약과 약의 올바른 사용은 미국 전체 의료비의 8%인 약 2130억 달러(약 228조 원)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5년 늦추는 신약이 개발될 경우 해당 병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의 40%에 달하는 4000억 달러(약 428조 원)를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2013년 미국 의회예산처(CBO) 역시 약제비 지출이 늘면 오히려 입원비와 수술비를 비롯해 전체 의료비 지출이 감소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자료를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당장 약이 동나 살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국가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2009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신종플루 사태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그해 3월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로 빠르게 확산됐고 129개국에서 감염환자가 나타났다. 마땅한 백신이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다. 그런데 당시 홍콩에서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먹은 환자가 신종플루에 내성을 보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타미플루는 신종플루를 잡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떠올랐고 국내에도 수급이 빨리 이뤄져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후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2009년 10월 녹십자가 국내 최초로 신종플루 백신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녹십자가 개발한 ‘그린플루-에스’ 시판을 최종 허가했고 대한민국은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에 이어 세계 8번째 신종플루 백신 자체 개발·생산국이 됐다. 이는 한 나라의 의약품 개발·생산 역량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생물, 미생물, 화학 등 기초과학과 약학, 의학 등 융·복합 산업의 특성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국제약업단체연합회(IFPMA)가 2015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 산업이 창출한 총 부가가치는 2006년 연간 1290억 달러(약 138조 300억 원)에서 2012년 4370억 달러로 3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벨기에는 연간 국가 연구개발비 총액의 40%를 제약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매년 신약 1.7개씩 개발,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

우리나라 최초 제약기업인 동화약방 모습(왼쪽). 121년간 생산을 이어오고 있는 활명수. [동아DB]

우리나라 최초 제약기업인 동화약방 모습(왼쪽). 121년간 생산을 이어오고 있는 활명수. [동아DB]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역사는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7년 궁중 선전관으로 있던 민병호가 궁중에서만 통용되던 생약의 비방을 일반 국민에게 보급하고자 서양의학을 접목해 첫 소화제인 활명수를 개발한 것이 시초다. 이후 그의 아들 민강이 서울 종로구 순화동 5번지에 동화약방(동화약품의 전신)을 설립, 판매를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 제약기업의 탄생이자 서양식 의약품 개발의 첫걸음이었다. 

이후 1960~70년대 완제품 의약품 생산, 원료 의약품 국산화 생산기반을 구축했으며 80년대 글로벌 제약기업의 투자가 본격화돼 신공정 개발이 이뤄졌다. 90년대 이르러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국산 신약(‘선플라’) 개발에 성공했고, 2000년대에는 신약 개발이 본격화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계 10번째로 승인한 신약(‘팩티브’)이 나오게 됐다. 2010년대에는 글로벌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 9월까지 29개의 국내 개발 신약이 나온 상태다. 

신약 개발은 향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 주역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평균 6.8%, 1조 35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6개 상장 제약사는 7.1%, 혁신형 제약기업은 12.4% 등으로 제조업계의 평균 연구개발비 3.7%보다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이러한 노력은 꾸준히 결실을 맺어왔다. 첫 결실은 1999년 SK케미칼에서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다. 90년 개발에 착수해 9년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개발 신약 1호로 허가받았다. 2002년 LG생명과학이 개발한 ‘팩티브’는 이듬해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화제를 모았다. 99년 이후 국내 개발 신약은 지난해까지 매해 1.7개씩 탄생했다. 또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 등 의약 선진국 시장에 진출한 국산 의약품은 11개를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는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 보건복지부는 해당 목표에 따른 비전을 제시하면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했다.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확대하고, 투·융자 자본 조달을 활성화하며,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2016년 정부는 국내 개발 글로벌 신약의 약가를 우대하고, 약가 인하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7·7 약가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18년부터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시행해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산학연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도 내놓았다. 정부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러한 노력이 향후 생산 규모 50조 원에 이르는 제약강국 도약이라는 결실로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8.04.04 1132호 (p14~15)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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