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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저축은행 붕괴사태 또 오나

고위험상품 부동산 PF, 규제 피해 P2P에 똬리 틀다

2011년 저축은행 붕괴사태 또 오나

부동산 PF의 부실화로 2011년부터 저축은행들이 대거 영업정지를 당했다. [뉴시스]

부동산 PF의 부실화로 2011년부터 저축은행들이 대거 영업정지를 당했다. [뉴시스]

위기에 빠진 P2P(Peer to Peer)업체는 루프펀딩 외에도 많다. 당장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다루는 P2P업체 대부분이 올해 도산하거나 과도한 연체로 허덕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P2P시장에서 고위험상품인 부동산 PF의 비율이 너무 높았다는 것. 부동산 PF는 해외 P2P시장에서도 투자를 꺼리는 상품이다. 

부동산 PF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의 신호탄이 됐다. 이후 금융기관이 해당 상품을 취급할 때 부실채권 발생에 대비한 규제가 생겼다. 하지만 P2P업체에는 해당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 2011년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사태가 P2P업계에서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형 P2P는 부동산 PF?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개발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사업자의 신용도와 관계없이 수익성만으로 대출이 진행된다. 부동산에서 나올 현금과 자산이 담보 역할을 하기 때문. 금융기관이 해당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평가해 자금을 대출해준 뒤 이 채권을 판매하면 부동산 PF 채권상품이 된다. 

부동산 PF는 건설 단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부동산 개발 초기 단계에는 계약금 대출이 이뤄진다.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 대규모 공사는 큰 규모의 토지를 필요로 한다. 시행사는 토지 소유주에게 대금의 10~2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건설 후 잔금 지급 및 토지 분배 절차를 거친다. 이때 소요되는 대금을 빌려주는 것. 토지매입 자금 가운데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을 빌려주는 것을 ‘토지매입 대출’이라고 한다. 부동산 PF의 마지막 단계는 ‘본 PF 대출’이다. 건물을 올릴 때 필요한 건설자금을 마련하는 단계다. 

각 단계만 봐도 알 수 있듯 부동산 PF 대출은 기본적으로 고위험군의 투자방식이다. 일단 기한 내 건물을 지어야 제때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건물을 짓고 있더라도 채권 상환 시기에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분양 및 매각에 실패하면 그대로 악성 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P2P업체의 부동산 PF는 더 위험하다. 제1, 2금융권의 PF상품은 투자하더라도 원금을 일부 지킬 수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P2P업체의 상품은 원금 보장이 불가능하다. P2P업체가 현행법상 대부업으로 분류되기 때문. 따라서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금을 잃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P2P금융이 한국보다 먼저 자리 잡은 해외에서는 부동산 관련 상품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6년 미국, 영국, 유럽연합(EU)과 한국 P2P업체의 차입자 비율을 비교한 결과 미국은 부동산 차입자의 비율이 4.8%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개인신용대출 차입자(90.1%)였고, 법인 차입자(5.1%)가 뒤를 이었다. 영국은 부동산 차입자가 22.3%로 미국에 비해 높았으나 개인 차입자(33.3%)나, 법인 차입자(44.4%)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EU는 부동산 차입자가 16.3%, 개인 차입자와 법인 차입자는 각각 55.7%와 28.0%였다. 

그러나 한국 P2P시장은 정반대였다. 부동산 차입자가 65.9%를 차지했고, 법인과 개인은 각각 17.9%, 16.2%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이후 부동산 PF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P2P시장에서 부동산 차입자 비율은 더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에 호되게 당했는데도

[shutterstock]

[shutterstock]

를 꺼리는 이유는 부동산 PF 등 관련 상품의 가치가 유동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금융업계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깨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2000년대 후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발생 이후 부동산은 안정적일 것이라는 신화가 무너졌다. 이에 P2P업체는 각 회사만의 신용심사 시스템과 리스크헤징(투자 위험도를 낮추는 작업)을 통해 개인이나 법인 신용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식으로 발전해온 것. 

한국도 부동산 PF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 2000년대 후반 저축은행 단체 부실의 단초가 된 것이 부동산 PF 상품이었다. 시중은행보다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은 예대마진을 확보하고자 고위험상품에 투자를 시작했다. 그중 부동산 PF에서 말썽이 생긴 것. 2000년대 중반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통하던 시기라 당시에는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연 30%대 수익을 내는 채권도 있었고, 대형은행들도 PF에 뛰어들 정도였다. 저축은행들은 개발사가 대형은행으로부터 본 PF 대출을 받기 전까지 자금을 융통해주는 브리지 대출까지 손을 뻗었다. 2010년 말 저축은행업계의 PF 대출액은 총 17조4000억 원에 달했다. 

부동산 호경기 위에 쌓은 금자탑은 경기가 흔들리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흔들리자 건물을 올리지 못하는 개발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장 건물을 다 올려도 분양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손해가 커지기 전 공사를 그만두는 것. 이는 전부 PF 투자자의 손실로 돌아왔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011년 1월 삼화상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같은 해 15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를 내렸다. 2012년에도 미래저축은행과 당시 업계 1위였던 솔로몬저축은행을 포함해 총 5곳이 차례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 PF 대출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상품 연체율은 25.1%였다. 

현재 P2P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최근 연이은 연체로 문제가 된 ‘루프펀딩’의 경우 부동산 PF 상품 연체율이 32.3%이다. P2P업체 ‘펀듀’는 대출 연체율이 90%가 넘어 결국 도산했다. 전체 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율도 과거 저축은행의 2배를 훌쩍 넘는다. 한국금융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2010년 6월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율은 30.2%. 반면 한국P2P금융협회(P2P협회) 집계에 따르면 P2P업계의 누적대출액은 올해 6월 기준 2조3468억 원을 넘어섰다. 이 중 70%가량이 부동산 관련 상품인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PF 채권상품이 1조6000억 원 이상 판매된 것이다. 

현재 P2P금융 대출잔액은 약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5월 28일 금융감독원이 P2P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 75개사를 실태조사한 결과 대출잔액의 83%가 부동산 PF 및 부동산 담보대출이었다. 게다가 지금도 루프펀딩 등 연체율이 높은 업체에서는 계속 새로운 부동산 PF 상품과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 

금융권에서 취급을 꺼리는 부동산 PF 상품이 P2P업계로 간 이유는 이곳에서만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와 정부는 부동산 PF 대출 관련 규제를 쏟아냈다. 일단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대출 사업성 평가 및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마련하고, 부동산 PF의 사업타당성 심사에서 외부 전문가 자문을 의무화했다. 그만큼 부동산 PF에 섣불리 투자하기 어려워진 것.


규제로 밀려난 PF, 갈 곳은 P2P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시장에서 부동산 관련 채권은 신뢰를 잃었다. [AP=뉴시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시장에서 부동산 관련 채권은 신뢰를 잃었다. [AP=뉴시스]

이외에도 BIS자기자본비율(BIS비율)에 따른 규제를 강화했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수치가 높은 저축은행일수록 안정적이라 볼 수 있는 것. 물론 부동산 담보 및 PF 대출금액은 담보 가치와 사업성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된다. 2010년 전까지는 이 비율을 6%로만 유지해도 경영 개선 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이후로는 8%를 유지해야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P2P업계는 현재 관련법이 없어 이와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수익-고위험군의 부동산 PF 상품이 P2P업계로 쏟아지게 된 것. 

단순히 액수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P2P는 원금 보장이 안 된다. 저축은행이 도산해도 5000만 원 이하 예·적금 가입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나 P2P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대부업체로 분류돼 있어 투자금 보장이 어렵다. 업체가 도산하면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그대로 공중분해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관련 사업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문에라도 부동산 PF가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지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모객을 한 탓에 부동산 PF 상품이 한동안 업계의 대세가 됐다. 말 그대로 부동산 PF라는 폭탄을 업계에서 계속 돌려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자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P2P협회에서 탈퇴한 업체들이 중심에 서 있다. 렌딧, 8퍼센트 등 업계 고참급 업체를 중심으로 발족한 ‘디지털금융협회 준비위원회’(가칭·준비위)는 8월 9일 P2P금융업체 관련 자율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 자율 규제안은 전체 대출자산에서 부동산 PF의 비율을 30% 한도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준비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준 렌딧 대표는 “혁신적인 금융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업계의 참고사례가 충분하고, 대다수 P2P기업이 (부동산 PF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으니, 많은 업체가 자율 규제안에 동참해 자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8.15 1151호 (p17~19)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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