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론 드 로칠드 샴페인에 그려진 로칠드 가문의 문장과 바론 드 로칠드 로제, 브뤼, 블랑 드 블랑 샴페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라셀라㈜]
2003년 무통, 라피트, 클라크 소유주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촌 간인 이들은 레드 와인으로 경쟁하고 있지만, 샴페인만큼은 가문의 명예를 걸고 함께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샹파뉴 바론 드 로칠드’다.
샴페인 하우스 설립은 쉽지 않았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존 샴페인 하우스들이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좋은 밭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면밀한 검토와 기다림 끝에 특등급 및 1등급 밭에서 최상급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누아르(Pinot Noir)를 구했다.
와이너리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바론 드 로칠드의 양조 탱크는 2500~6000ℓ급이다. 샴페인 하우스가 대부분 1만5000~3만ℓ들이 탱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크기지만 소형 탱크를 쓰는 이유는 밭 구획별로 와인을 따로 숙성시켜 가장 맛있는 블렌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탱크를 많이 설치해야 하고 양조장도 넓어야 하지만 좋은 샴페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라면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와인 양조는 샤르도네를 잘 다룬다는 샴페인 장인 장 필리프 물랭(Jean Philippe Moulin)에게 맡겼다. 로칠드 형제들은 그에게 “시간, 비용에 구애받지 말고 최고 샴페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물랭은 “아무 제약 없이 최고급 샴페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바론 드 로칠드 샴페인의 작은 양조 탱크들.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르를 섞어 만든 브뤼(Brut)는 사과향과 배향이 상큼하고, 흰 후추의 매콤함과 재스민의 향긋함이 복합미를 더한다. 샤르도네 100%로 만든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에는 농익은 과일향, 고소한 견과류향, 은은한 토스트향이 섬세하게 어우러져 있다. 피노 누아르 레드 와인 15%를 블렌드해 만든 로제(Rose)는 우아한 장미향과 달콤한 산딸기향을 부드러운 생크림향이 감싸고 있다.
바론 드 로칠드의 훌륭한 품질은 열정과 의지의 산물이다. 보르도(Bordeaux)의 와인 명가 로칠드가 이제 샴페인 강자로도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