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들의 골프에 대해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를 우리네 이야기로 끌어당기기에는 현실감이 없고, 참가자가 아닌 그냥 구경꾼만 되기 때문이다. 배움도 가르침도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끼리 해야 제맛이다. 하지만 프로들의 게임에서 꼭 쓰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면 관전자의 또 다른 눈, 도사의 눈으로 바라본 골프에 대해 쓸 용기가 생긴다.
4월 중순 끝난 마스터스 골프를 구경하다가 재미있는 건수를 하나 발견했다. 우승을 놓고 다툰 아르헨티나 앙헬 선수와 호주 애덤 선수의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앙헬의 이름은 아르헨티나식 발음이지만 영어로 쓴 걸 보니까 엔젤, 즉 천사다. 애덤은 아담, 즉 최초의 남성 이름 그대로다.
결승 연장전을 하기 전 두 사람의 이름을 보고 누가 이길지 집사람과 내기를 했다. 집사람은 앙헬에 걸었지만 나는 애덤이 이기겠다 싶었다. 나 같은 구도자의 눈으로 보면 아담이 이기지만, 신앙인 눈으로 보면 천사가 이길 것으로 보였을 터. 다음은 그 이유에 대해 철학적 사고와 신화를 바탕으로 집사람한테 해준 이야기다.
천사란 무엇인가. 하늘의 사도라고 이해된다. 날개 달린 천사만 천사가 아니고 빛으로, 느낌으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알려주는 구도자인 것이다. 강력한 기도로써 존재의 절대자에게 내 뜻을 알려주는 중간 매개자쯤 된다.
그럼, 천사는 실체가 있는가. 없다. 내 의식과 집단의식이 만들어낸 믿음이 실체를 창조한 것이다. 종교적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위대함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믿음을 가지는 순간, 모든 실체는 창조된다. 일상생활에서 멘털이니 멘붕(‘멘털 붕괴’라는 뜻의 인터넷 은어)이니 하는 모든 것의 근원은 의식의 위대함을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래서 천사도 악마도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기도라는 의식의 위대함을 알리는 방편이 발달해왔다. 단언컨대 천사란 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의 생각을 정리하는 단어다. 앙헬은 이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성씨다.
최면 걸고 스스로 대화하는 선수
아담은 누구인가.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최초의 남자 이름이다. 그는 이 지상의 모든 것을 경험해보려고 하느님이 스스로를 본떠 만든 영장류의 이름이다. 혼자서 열매 따 먹고 고기 잡아먹고 하는 활동을 통한 세상 경험, 그걸 하는 남자다. 존재의 절대자가 이런 남자를 다시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의식의 집중으로 형상을 그리기에는 힘이 너무 들었다. 그래서 사람끼리 만들고 기르고 해보라는 의미에서 하와라는 여자를 만들었다. 먼저 만든 남자의 갈빗대 하나를 뽑아서. 그러고 보니, 아담은 흙으로 만들었지만 하와는 남자의 몸 일부로 만들었다. 그래서 여자가 더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나 보다. 어쨌든 지상의 땅(골프장), 하와를 정복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담이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맞았다.
그런데 정작 우승자를 맞히는 것보다 더 즐거웠던 건 제이슨 데이라는 젊은 친구를 발견한 것이다. 천사나 아담보다 더 내 눈길을 끌었다. 이 친구의 명상 골프는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실존적 가르침을 선사할 것이다.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은 골프의 방법론인데, 이를 본뜬 마음 골프가 요새 한창 뜨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고의 방법론인 만큼 강력히 권하고 싶다.
제이슨은 시작 전 5~10초간 자신이 친 공의 궤적을 상상한다. 중계방송에서 이 친구가 눈을 감고 명상하는 모습이 클로즈업됐는데, 가히 히말라야 성자의 모습이었다. 턱수염을 기르고 아무런 사심 없이 입을 꾸욱 다문 채 그린을 향해 눈을 감은 모습, 그리고 자신에게 강력한 최면을 거느라 입술을 몇 번 움직이는 모습이 비치자 나는 내 무릎을 탁 쳤다. 10여 년 전부터 내가 해오는 방법, 친구들에게 보기 이하 플레이를 하려면 마음으로 상상하는 방법이 최고라고 떠들었던 내 주장이 프로골퍼에게서 발견됐을 때의 그 희열감.
당연히 이 친구의 샷 하나하나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많은 갤러리 앞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스스로와 대화하는 모습은 최고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수에 가까워질수록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선수가 많지만 이를 실천하는 선수는 별로 없다. 그것을 제이슨은 하고 있었다. 감히 주장하건대 이 선수를 주목하라. 당대 최고 선수가 될 것이다. 비록 타이거 우즈가 아닌 타이어 우즈가 될지언정 일반 선수와 비교할 바 아니다.
화면에 잡히지 않은 제이슨의 내면으로 들어가보자. 어떻게 공의 궤적을 그리는가 하는 방법론이다. 이른바 진정한 마음 골프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로, 네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날아가는 공의 궤적이다. 실제 속도와 시간으로 상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는 그린에 떨어지는 공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날아가 사뿐하게 안착한 다음 깃대로 굴러가는 공을 사실인 것처럼 강력한 믿음으로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상상하는 시간의 속도다. 생각의 속도는 순간이기 때문에 잠깐 스치는 정도로 상상하면 휘익 지나가버린다. 친다고 하는 생각 대신 날아가는 공의 모습을 실제 속도와 시간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생각의 파동 근육에 저장돼
세 번째는 어드레스 자세를 그려보는 것이고, 마지막 네 번째는 공을 치는 자기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되면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는 생략해도 된다. 그러나 공을 치기 전 무한한 시간이 있으므로 얼마든지 네 단계를 다 실천할 수 있다. 연습스윙하는 것보다 상상스윙이나 버디하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물론 처음 하는 사람은 실제 효과를 보지 못하겠지만 이를 습관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몸으로 하는 골프의 기술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마음으로 상상하며 치는 골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가 없음을 분명 느낄 것이다.
내가 생애 최고 타수를 기록한 것도 한창 명상 골프를 할 때였다. 이와 같은 방법을 습관화하려고 티샷 하기 전 가부좌 자세로 도사 폼을 좀 잡았더니 동반자들이 재미있어 하고, 내가 오늘은 이러이러한 골프를 하리라 미리 말했기에 다들 결과를 몹시 궁금해했다. 18홀 동안 말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저 그리고 또 그리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혼자 누렸는데, 동반자들이 그 결과에 놀라워했다. 평소 실력대로라면 당연히 80 전후의 점수가 나와야 하는데, 언더(under)였기 때문이다. 그때 나 스스로가 확신을 가진 것이 강력한 믿음은 언제나 현실로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생각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나 그 생각이 파동으로 변해 세포 구석구석에 저장된다는 것에 대해선 반신반의한다. 이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것이 마음 골프, 명상 골프, 도 골프의 진수다. 이렇게 쳐서 저렇게 날아가리라는 상상이 그대로 근육에 저장된다.
모든 근육의 움직임은 그 생각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다. 저장된 기억과 상상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우리는 운동신경이 발달했다고 표현한다. 운동신경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세포에 저장된 반응의 속도와 기억이 재현되는 것일 뿐이다. 근육세포에 저장된 의식의 진동수는 비슷한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반응한다. 이것이 의식으로 움직이는 내 모든 행동의 근원이고 삶의 기본이다.
어디 골프뿐이랴. 뭐든지 강력하게 원하고 믿음을 가진다면 현실에서 재현된다. 이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존하는 진리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는 말의 과학적 진실은 생각의 파동이 근육에 저장돼 내 행동을 그렇게 유도한다는 진리다. 무엇을 하기 전 제이슨이 샷 하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결과를 상상해보라. 돈을 벌든 명예를 추구하든,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강한 자기 확신을 심어주는 그림 그리기, 바로 현생을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4월 중순 끝난 마스터스 골프를 구경하다가 재미있는 건수를 하나 발견했다. 우승을 놓고 다툰 아르헨티나 앙헬 선수와 호주 애덤 선수의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앙헬의 이름은 아르헨티나식 발음이지만 영어로 쓴 걸 보니까 엔젤, 즉 천사다. 애덤은 아담, 즉 최초의 남성 이름 그대로다.
결승 연장전을 하기 전 두 사람의 이름을 보고 누가 이길지 집사람과 내기를 했다. 집사람은 앙헬에 걸었지만 나는 애덤이 이기겠다 싶었다. 나 같은 구도자의 눈으로 보면 아담이 이기지만, 신앙인 눈으로 보면 천사가 이길 것으로 보였을 터. 다음은 그 이유에 대해 철학적 사고와 신화를 바탕으로 집사람한테 해준 이야기다.
천사란 무엇인가. 하늘의 사도라고 이해된다. 날개 달린 천사만 천사가 아니고 빛으로, 느낌으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알려주는 구도자인 것이다. 강력한 기도로써 존재의 절대자에게 내 뜻을 알려주는 중간 매개자쯤 된다.
그럼, 천사는 실체가 있는가. 없다. 내 의식과 집단의식이 만들어낸 믿음이 실체를 창조한 것이다. 종교적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위대함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믿음을 가지는 순간, 모든 실체는 창조된다. 일상생활에서 멘털이니 멘붕(‘멘털 붕괴’라는 뜻의 인터넷 은어)이니 하는 모든 것의 근원은 의식의 위대함을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래서 천사도 악마도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기도라는 의식의 위대함을 알리는 방편이 발달해왔다. 단언컨대 천사란 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의 생각을 정리하는 단어다. 앙헬은 이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성씨다.
최면 걸고 스스로 대화하는 선수
아담은 누구인가.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최초의 남자 이름이다. 그는 이 지상의 모든 것을 경험해보려고 하느님이 스스로를 본떠 만든 영장류의 이름이다. 혼자서 열매 따 먹고 고기 잡아먹고 하는 활동을 통한 세상 경험, 그걸 하는 남자다. 존재의 절대자가 이런 남자를 다시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의식의 집중으로 형상을 그리기에는 힘이 너무 들었다. 그래서 사람끼리 만들고 기르고 해보라는 의미에서 하와라는 여자를 만들었다. 먼저 만든 남자의 갈빗대 하나를 뽑아서. 그러고 보니, 아담은 흙으로 만들었지만 하와는 남자의 몸 일부로 만들었다. 그래서 여자가 더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나 보다. 어쨌든 지상의 땅(골프장), 하와를 정복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담이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맞았다.
그런데 정작 우승자를 맞히는 것보다 더 즐거웠던 건 제이슨 데이라는 젊은 친구를 발견한 것이다. 천사나 아담보다 더 내 눈길을 끌었다. 이 친구의 명상 골프는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실존적 가르침을 선사할 것이다.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은 골프의 방법론인데, 이를 본뜬 마음 골프가 요새 한창 뜨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고의 방법론인 만큼 강력히 권하고 싶다.
제이슨은 시작 전 5~10초간 자신이 친 공의 궤적을 상상한다. 중계방송에서 이 친구가 눈을 감고 명상하는 모습이 클로즈업됐는데, 가히 히말라야 성자의 모습이었다. 턱수염을 기르고 아무런 사심 없이 입을 꾸욱 다문 채 그린을 향해 눈을 감은 모습, 그리고 자신에게 강력한 최면을 거느라 입술을 몇 번 움직이는 모습이 비치자 나는 내 무릎을 탁 쳤다. 10여 년 전부터 내가 해오는 방법, 친구들에게 보기 이하 플레이를 하려면 마음으로 상상하는 방법이 최고라고 떠들었던 내 주장이 프로골퍼에게서 발견됐을 때의 그 희열감.
당연히 이 친구의 샷 하나하나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많은 갤러리 앞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스스로와 대화하는 모습은 최고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수에 가까워질수록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선수가 많지만 이를 실천하는 선수는 별로 없다. 그것을 제이슨은 하고 있었다. 감히 주장하건대 이 선수를 주목하라. 당대 최고 선수가 될 것이다. 비록 타이거 우즈가 아닌 타이어 우즈가 될지언정 일반 선수와 비교할 바 아니다.
화면에 잡히지 않은 제이슨의 내면으로 들어가보자. 어떻게 공의 궤적을 그리는가 하는 방법론이다. 이른바 진정한 마음 골프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로, 네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날아가는 공의 궤적이다. 실제 속도와 시간으로 상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는 그린에 떨어지는 공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날아가 사뿐하게 안착한 다음 깃대로 굴러가는 공을 사실인 것처럼 강력한 믿음으로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상상하는 시간의 속도다. 생각의 속도는 순간이기 때문에 잠깐 스치는 정도로 상상하면 휘익 지나가버린다. 친다고 하는 생각 대신 날아가는 공의 모습을 실제 속도와 시간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생각의 파동 근육에 저장돼
일러스트레이션·오동진
물론 처음 하는 사람은 실제 효과를 보지 못하겠지만 이를 습관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몸으로 하는 골프의 기술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마음으로 상상하며 치는 골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가 없음을 분명 느낄 것이다.
내가 생애 최고 타수를 기록한 것도 한창 명상 골프를 할 때였다. 이와 같은 방법을 습관화하려고 티샷 하기 전 가부좌 자세로 도사 폼을 좀 잡았더니 동반자들이 재미있어 하고, 내가 오늘은 이러이러한 골프를 하리라 미리 말했기에 다들 결과를 몹시 궁금해했다. 18홀 동안 말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저 그리고 또 그리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혼자 누렸는데, 동반자들이 그 결과에 놀라워했다. 평소 실력대로라면 당연히 80 전후의 점수가 나와야 하는데, 언더(under)였기 때문이다. 그때 나 스스로가 확신을 가진 것이 강력한 믿음은 언제나 현실로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생각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나 그 생각이 파동으로 변해 세포 구석구석에 저장된다는 것에 대해선 반신반의한다. 이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것이 마음 골프, 명상 골프, 도 골프의 진수다. 이렇게 쳐서 저렇게 날아가리라는 상상이 그대로 근육에 저장된다.
모든 근육의 움직임은 그 생각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다. 저장된 기억과 상상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우리는 운동신경이 발달했다고 표현한다. 운동신경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세포에 저장된 반응의 속도와 기억이 재현되는 것일 뿐이다. 근육세포에 저장된 의식의 진동수는 비슷한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반응한다. 이것이 의식으로 움직이는 내 모든 행동의 근원이고 삶의 기본이다.
어디 골프뿐이랴. 뭐든지 강력하게 원하고 믿음을 가진다면 현실에서 재현된다. 이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존하는 진리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는 말의 과학적 진실은 생각의 파동이 근육에 저장돼 내 행동을 그렇게 유도한다는 진리다. 무엇을 하기 전 제이슨이 샷 하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결과를 상상해보라. 돈을 벌든 명예를 추구하든,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강한 자기 확신을 심어주는 그림 그리기, 바로 현생을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