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눈앞에 뒀던 허미정은 마지막 날 보기 3개에 버디 6개로 3언더파 70타에 그치면서 2위 상금 19만2103달러(약 2억1208만 원)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대회를 마친 뒤 추가로 5만 달러(약 5520만 원)를 받았다. ‘레드불 파이널5 챌린지(파이널5)’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2013년 중국에 LPGA 정규대회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된 파이널5는 14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마지막 5개(파4-4-5-3-5) 홀 성적을 따로 집계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에게 5만 달러 상금을 주는 미니대회이자 ‘대회 속 대회’다.
대회 2라운드에서 허미정은 이글 2개를 포함해 10언더파 63타 코스 레코드를 작성하며 선두로 나섰다. 본인의 생애 베스트 스코어였다. 허미정은 파이널5 구간에서는 첫날 버디 1개에 그쳤으나 이날만 16, 18번 2개의 파5 홀 이글을 포함해 5타를 줄였다. 3라운드에서는 3타, 마지막 4라운드에서는 4타를 더 줄이면서 나흘 동안 13언더파로 질주했다. 우승자인 김인경은 마지막 날 16번 홀 이글에 이어 버디 2개로 총 10언더파를 쳤고, 3라운드까지 허미정과 파이널5 레이스를 벌인 이미림은 3타를 줄이면서 12언더파에 그쳤다.
지금까지 정규대회의 상금 이벤트는 홀인원이나 코스 레코드, 데일리 베스트 정도가 전부였다. 대회 중간에 5개 홀 성적을 따로 집계해 상을 주는 파이널5는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적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인 레드불이 스폰서였기에 가능했다. 이 대회가 열린 베이징 난커우 레인우드파인밸리는 바로 레드불 중국 판매원인 레인우드그룹의 골프장이다. 레인우드는 산둥성에서 태어난 중국계 태국인 찬차이 루아롱루앙(62·중국명 얀빈) 박사가 1984년 태국에서 창업했다. 레인우드는 90년 홍콩에 지사를 연 뒤 여행업을 겸하면서 96년 중국 본토까지 진출했다. 레인우드는 중국에서 레드불 등 소비재 판매는 물론, 금융 및 부동산 개발사업도 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F1레이싱을 후원하는 것으로도 알려진 레드불은 클라이밍, 산악자전거 등 위험을 무릅쓰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후원하거나 극한의 벤트를 벌인 후 이를 광고 영상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레드불이 정적이고 차분한 골프와 접목한 방식이 ‘파이널5’라는 전 세계적인 이벤트다.
2010년에는 이탈리아에 진출한 레드불이 유러피언투어에서 특별 이벤트로 파이널5를 개최했다. 국내에서도 2014년 세 차례 예선전과 최종전을 거친 파이널5가 경기 여주시 360도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18홀 라운드를 하지만 13번 홀까지는 워밍업이자 친선 라운드이고, 14번 홀부터 본격적으로 아드레날린이 뻗치는 본 경기가 시작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난해 골프장 23곳이 참여해 7월 20일부터 70일간 파이널5 레이스를 벌였다. 첫 대회에서는 비숍브리지골프클럽의 멤버 이언 톰프슨이 5개 홀 평균 5.6언더파로 우승했다. 참가자들은 레드불을 한 캔씩 마시면서 활력을 충전한 후 경기를 시작했다. 마지막에 강한 자에게 상을 주는 파이널5는 골퍼를 충분히 각성하게 만드는 이벤트다. 대회에서는 2위에 그쳤으나 허미정의 파이널 질주는 5만 달러의 보답을 받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