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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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서 새 출발하는 안첼로티 감독

[위클리 해축] 탁월한 스타플레이어 배치로 레알 마드리드에 15개 우승컵 안겨

  •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입력2025-05-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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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2025시즌은 레알 마드리드에 힘든 시기였다. 1년 전 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우승으로 명문 구단의 가치를 다시 빛낸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챔스 8강에서 아스널에 패했고 바르셀로나와 ‘엘 클라시코’로 치른 국왕컵 결승과 리그 35라운드에서도 연이어 무너졌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결별을 고심하던 구단도 참패를 더는 방관할 수 없었다. 이번 시즌 마드리드의 보스로 불린 안첼로티 감독의 시대는 저물게 됐다. 

    ‘후아니토 정신’ 입증한 안첼로티號 마드리드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브라질 국가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뉴시스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브라질 국가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뉴시스

    안첼로티 감독은 2021년 6월 잉글랜드 에버턴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 복귀를 알렸다. 그는 이미 2013년 여름부터 두 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며 챔스 1회, 국왕컵 1회, UEFA 슈퍼컵 1회, FIFA 클럽 월드컵 1회 등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첫 레알 마드리드 부임 때 안첼로티 감독은 조제 모리뉴의 뒤를 이어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빠르게 정상화했다. 당시 2002년 이후 맥이 끊겼던 챔스 트로피를 들어 올려 레알 마드리드에 통산 10번째 우승을 선사한 것도 큰 업적이다. 다만 부임 두 번째 시즌 라리가 우승에 실패하고 챔스에서 조기 탈락하면서 안첼로티 감독은 경질됐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2021년 다시 안첼로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는 간단했다. 성적 부진으로 한 번 경질됐지만 레알 마드리드라는 큰 구단을 잡음 없이 이끌면서 좋은 성적까지 낼 감독은 안첼로티뿐이었기 때문이다. 안첼로티가 부임해 몇 년 잘 버텨주면 그사이 다음 사령탑을 찾는 복안도 있었다. 일각에선 2015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후 바이에른 뮌헨, 나폴리, 에버턴을 거치며 빅리그·빅클럽 감독으로서 안첼로티의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흘러나왔다. 안첼로티 감독이 과거 AC 밀란, 첼시,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좋은 결과를 내긴 했지만 그의 전술과 실적은 고점에서 멀어진 모습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안첼로티와 지네딘 지단으로 감독을 돌려막기 하는 것도 논란이었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여전히 탁월한 보스였다. 누구보다 슈퍼스타들을 다루는 데 능숙했고 레알 마드리드가 마주한 압박감을 잘 이해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2021∼2022시즌 수비의 핵이던 라파엘 바란과 세르히오 라모스가 팀을 떠나는 과도기에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와 라리가 우승과 챔스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각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스타플레이어를 균형 있게 배치하는 전술 감각 덕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슈팅 영점을 못 잡아 유망주로만 분류되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골잡이로 탈바꿈시키는 탁월한 능력도 선보였다. 무엇보다 그는 챔스 토너먼트에서 PSG, 첼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상대로 명승부를 거듭했다. “베르나베우(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의 90분은 길다”는 명언으로 상징되는 레알 마드리드 특유의 ‘후아니토 정신’을 다시 입증한 것이다.  

    안첼로티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 복귀하고 곧장 라리가와 유럽 대항전 트로피를 안겼지만 구단은 전력 보강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구단 수익이 충분함에도 페레스 회장이 큰 지출 없이 전력 유지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주드 벨링엄, 엔드릭, 킬리안 음바페가 팀에 합류했지만 전력 보강이 충분했다고 보긴 어렵다. 사실 페레스 회장이 안첼로티 감독을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여기 있다. 안첼로티 감독은 늘 구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전력 보강이 되든 안 되든 현실에 맞춰 큰 불평불만 없이 방법을 찾는 편이다. 안첼로티 감독이 리그보다 유럽 대항전, 특히 토너먼트에 강한 것도 이런 스타일에 기인한다. 인재 영입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그는 새 선수의 특징을 시즌 전반기에 찾아내고, 후반기에는 기존 선수진과의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팀 전력은 토너먼트를 치르는 후반기에 극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안첼로티호(號)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해 6월 1일(현지 시간)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뉴시스

    안첼로티호(號)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해 6월 1일(현지 시간)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뉴시스

    ‘시즌 후반’에 강한 안첼로티 감독

    2022∼2023시즌 겨울 레알 마드리드는 잠깐 ‘삐끗’하는 바람에 리그 우승을 놓쳤고, 챔스 4강에서는 맨시티에 크게 졌다. 안첼로티 감독 1기 때와 비슷한 난맥상이었지만 국왕컵 우승 덕에 체면치레는 했다. 이어진 2023∼2024시즌 안첼로티 감독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벨링엄을 품은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수 카림 벤제마의 이적으로 다시 주요 포메이션과 전술을 가다듬어야 했다. 게다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부터 중앙 수비수 에데르 밀리탕, 다비드 알라바까지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수비진이 삐걱거리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럼에도 선수진 ‘퍼즐 맞추기’의 귀재인 안첼로티 감독은 벨링엄과 비니시우스, 호드리구의 완벽한 조합을 이끌었다. 수비 불안은 미드필더 오렐리앙 추아메니가 포지션 변신에 성공하고 유스 출신 팔방미인 나초 페르난데스가 활약해 해결됐다. 그 결과 안첼로티호(號)는 다시 리그와 챔스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우승 직후 2024∼2025시즌에는 무슨 영문인지 레알 마드리드의 운영 난도가 더 높아졌다. 음바페 영입은 안첼로티 감독에게 무거운 과제를 안겼다. 음바페 정도 되는 스타가 합류했는데 챔스에서 연속 우승하지 못하면 감독의 ‘실패’라는 압박감이 컸다. 앞선 시즌 가까스로 잡아놓은 팀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것도 난제였다. 벨링엄과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사이에 음바페를 어떻게든 집어넣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원 사령관 토니 크로스가 은퇴했고, 최고 오른쪽 풀백 다니엘 카르바할은 장기 부상으로 이탈했다. 안토니오 뤼디거, 밀리탕 등 중앙 수비수가 연이어 부상당한 와중에 알라바는 돌아오지 않았고 팔방미인인 나초도 진작에 팀을 떠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안첼로티 감독은 음바페라는 퍼즐을 잘 끼워 맞췄지만 시즌 마지막까지 크로스 공백과 수비 불안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제아무리 안첼로티 감독이라도 매년 새로운 퍼즐 조각을 맞추며 타이틀까지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리그 우승 2회, 챔스 2회, UEFA 슈퍼컵 2회, FIFA 클럽 월드컵 1회, FIFA 인터컨티넨털컵 1회, 수페르코파 2회, 국왕컵 1회. 안첼로티 감독 2기 체제가 레알 마드리드에 안긴 트로피다. 감독 1기까지 포함하면 모두 15개 트로피를 안긴 안첼로티는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 됐다. 이제 안첼로티 감독은 대륙을 옮겨 브라질 국가대표팀에 취임한다. 사상 첫 대표팀 감독 도전이다. 그가 브라질에서도 ‘퍼즐’을 잘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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