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낭만’의 대학가를 점령한 프랜차이즈 카페.
요즘 웬만한 거리를 걷다보면 1분에 한 번씩은 카페와 마주친다. 카페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 카페베네, 커피빈 등 주요 6개 커피전문점의 작년 매출액은 총 7428억 원으로 전년(5807억) 대비 28% 늘었다.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의 8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카페 매장 수 역시 최근 4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1만 곳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미 카페 시장은 포화상태지만 여전히 거리 곳곳에서는 새로 문을 열기 위해 공사가 한창인 카페가 부지기수다.
멈출 줄 모르는 카페 전쟁은 대학가에도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이는 여러 대학이 모인 신촌거리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연세대 재학 중인 최원영(26) 씨는 “당구장이나 오래된 맛집 등 뭐만 없어지면 대부분 카페가 들어온다”며 “최근 몇 년 사이 20~30개가 생겼고 같은 상호명도 근처에 4~5개씩 된다”고 말했다.
사정은 다른 대학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종현(26) 씨는 “군 전역 후 복학하니 새내기 때 자주 갔던 돈가스집과 3000원짜리 제육볶음집이 없어지고 대부분 카페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재학 중인 이송현(22·여)씨는 “아직까지 우리 학교 앞은 작은 가게가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며 “자주 찾던 맛집이 얼마 전에 없어져 아쉽지만 한편으론 이런 모습을 자초한 게 우리 학생들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카페는 복합 문화공간”
최근 거리가 카페로 가득 차는 데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많다. 과거엔 단순히 커피 같은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었다면 요즘은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카페를 찾는 것이다. 특히 최근 ‘스펙 쌓기’에 열중인 대학생에게 카페는 최적의 공간이다. 각종 자격증이나 외국어, 고시 등 시험 홍수와 더불어 연이은 폭염 속에 지친 학생들에게 카페만한 도서관은 없다.
이규호(26) 씨는 “젊음의 거리는 시대상을 제일 빨리 반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왜 카페에 가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라는 것도 존속하려면 팔려야 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추억만으로 바라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또 “요즘은 낭만이 밥 먹여주는 시대가 아닌데다 이게 또 다른 문화 형성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추억과 낭만으로 대표되는 대학가가 일반 거리와 닮아간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시선도 많다.
송민(26) 씨는 “시간이 지나고 문화가 변하면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추억이 담긴 장소가 사라진다는 건 마치 내가 살던 동네가 재개발되는 것처럼 아쉬운 일”이라며 “세월 따라 학교도, 사람도, 길도 변했지만 그때 그 장소가 여전히 남았다면 그곳은 추억이 공존하는 곳이 되고 훗날 다시 찾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