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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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미래 인재 꿈 키운 ‘2025 K-배터리 청소년 아카데미’

전국 청소년들, 포스텍에서 전문가 강의 듣고 방사광가속기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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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8-07 1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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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7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열린 ‘2025 K-배터리 청소년 아카데미’에 참가한 학생들. 지호영 기자

    8월 7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열린 ‘2025 K-배터리 청소년 아카데미’에 참가한 학생들. 지호영 기자

    “이공계 진학을 고려하는데 물리, 화학,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중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어요. 이차전지도 앞으로 유망할 것 같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배워보고 싶어서 경기 고양에서 포항까지 왔습니다.”

    8월 7~8일 경북 포항 포스텍에서 열린 ‘2025 K-배터리 청소년 아카데미’(배터리 아카데미)에 참석한 강성모 군(14)의 말이다. 포항시와 동아일보, 채널A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래 먹거리 산업인 이차전지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기획됐다. 글로벌 이차전지 허브인 포항시에서 올해 두 번째로 열린 배터리 아카데미는 포스텍 교수와 과학동아 기자의 강의, 포항가속기연구소 견학, 이차전지 서큘레이터 만들기 등으로 구성됐다. 청소년 180여 명이 참여했으며, 이수한 학생들은 포항시장 명의 인증서를 받았다.

    눈 반짝이며 서로 손들고 질문

    이강덕 포항시장이 ‘2025 K-배터리 청소년 아카데미’ 축사를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이강덕 포항시장이 ‘2025 K-배터리 청소년 아카데미’ 축사를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포항은 모든 소재의 기본이자, 대한민국 현대화를 이끈 제철의 도시다. 축적된 에너지를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배터리인데, 포항이 K-배터리로 재도약하고 있다. 과학에 관심 많은 여러분을 보니 대한민국 미래도 밝다는 생각이 든다. 배터리 아카데미가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데 자양분이 되길 바라며 이차전지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이강덕 포항시장은 과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환영사로 배터리 아카데미 문을 열었다. 쾌청한 햇살 아래 많은 청소년이 이른 아침부터 포스텍 내 포스코국제관을 찾았다.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의정부에서 왔다” “전날 도착해 하룻밤 잤다”며 배터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중학교 2학년 딸과 함께 경북 경주에서 온 구현여 씨(43)는 “딸이 과학에 관심이 많은데, 관심사를 확장하면 좋겠다 싶어 오게 됐다”며 “지금은 전기차에 배터리가 쓰인다는 정도만 아는 것 같은데 배터리 아카데미를 통해 관련 지식을 익히고 사고를 넓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명한 과학자가 돼서 내 이름으로 된 단위를 하나씩 가져보는 것도 좋겠죠.”



    강의 세션 포문을 연 김소연 과학동아 기자는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압을 측정하는 단위인 ‘볼트’는 그의 이름을 본떠 만들어졌다. 김 기자는 ‘전기를 담는 그릇 배터리 A to Z’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전지의 역사, 비행기와 배에도 사용되는 이차전지 트렌드, 재활용을 통한 배터리의 미래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어서 강연을 진행한 홍지현 포스텍 배터리공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 속 숨은 힘’을 주제로 신소재공학의 개요와 이차전지의 구체적인 원리를 설명했다. 홍 교수는 “좋은 연구란 공공 가치를 위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세상에 파급력을 미치는 좋은 연구자가 되길 바란다”며 예비 과학자들을 응원했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실제 연구 시간 중 무엇이 더 오래 걸리나” “왜 보조배터리는 더 잘 폭발하나” “신소재 분야는 AI를 얼마나 이용하냐” 등 심도 깊은 질문을 쏟아냈다. 포항에서 온 금민준 군(15)은 “배터리에 관심이 많은데 검색만으로는 알기 쉽지 않은 정보들을 듣게 돼 좋았다”며 “나중에 이차전지 기업에 엔지니어로 입사하는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차전지로 생활용품 만들기

    홍지현 포스텍 배터리공학과 교수가 ‘2025 K-배터리 청소년 아카데미’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이차전지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홍지현 포스텍 배터리공학과 교수가 ‘2025 K-배터리 청소년 아카데미’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이차전지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포항가속기연구소를 견학했다. 포스텍 부설연구소인 이곳은 방사광가속기 연구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해 현재 3세대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 중이다. 이를 사용해 신소재 개발, 신약 개발,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경기북과학고에 재학 중인 강다정 양(18)은 “포스텍이 홍보할 때 항상 방사광가속기를 강조하는 것을 봤다”며 “신약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가속기를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아카데미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이차전지로 서큘레이터를 만드는 실습을 했다. ‘섭섭박사’로 유명한 김원섭 동아사이언스 지구사랑탐사대 팀장의 지도 아래 학생들은 서큘레이터 만들기에 열중했다. 이번 행사에 스태프로 참석한 포스텍 학생들도 열심히 보조했다. 포스텍 1학년에 재학 중인 백지훈 씨(19)는 “고등학생 때 포스텍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인상을 갖게 돼 진학했다”며 “배터리 아카데미에 참여한 학생들이 과학에 대해 숭고한 관심을 가진 걸 보면서 귀엽고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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