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종전 직후인 1954년 대구에 있던 사동우유죽급식소에서 우유죽을 배급받는 모습. 한국영상자료원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젖소가 있었다. 미국에 뿌리를 둔 비정부기구(NGO) ‘헤퍼 인터내셔널’은 1954년 우리나라에 젖소 800여 마리를 포함한 가축 3200마리를 지원했다. 이 단체명의 ‘헤퍼(heifer)’는 암송아지를 뜻한다. 굶주린 사람에게 우유 한 잔을 주기보다 젖소를 길러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자선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을 위해 이들은 일명 ‘노아의 방주 작전’을 진행했다. 항공기와 선박, 이른바 ‘방주’에 실려 한국으로 수송된 수천 마리의 가축은 국내 낙농업 재건의 기반이 됐고, 바로 그 자리에서 국민 영양 개선이 시작됐다.
헤퍼 인터내셔널이 수행한 ‘노아의 방주 작전’
전문가들에 따르면 ‘완전식품’ 우유는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 섭취가 턱없이 부족했던 전후 한국인들에게 생명줄과도 같았다. 우유는 주요 영양소가 고르게 함유돼 있을뿐 아니라 섭취가 간편하고 소화 흡수율이 높아 위급 상황에서 빠른 영양 공급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구호물자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전후 한국에도 수많은 국제기구에서 우유를 보내왔고, 1950~60년대 어린이들은 그것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위한 에너지를 얻었다. 1944년생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여러 연설에서 “6·25전쟁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유엔이 보내준 분유로 영양을 공급받았다. 그 우유를 먹고 자란 제가 유엔사무총장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시절 유년기를 보낸 많은 동년배가 ‘구호물자 분유’의 추억을 공유한다.
75년이 지난 지금도 우유는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중요한 영양 공급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쟁뿐 아니라 대규모 산불, 지진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주민 구호를 위해 생필품과 함께 우유를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우유의 안정적 생산과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우유는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한데다 섭취가 간편하고 소화 흡수율이 높아 재난 환경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구호식품으로 널리 사용된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식량 안보, 물가 안정 위해 원유 자급률 높여야”
우리나라가 주요 유제품 수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부터는 무관세 수입이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현재 40% 수준에 불과한 원유 자급률이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 우유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면 국제 가격 변동이나 공급 불안정 등이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국민 생계 전반에 불안 요인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유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 우리 농업과 경제, 식량안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원인 만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유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식품인 만큼 식량 안보와 물가 안정을 위해 원유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송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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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송화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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