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맞아 한국 대학은 교양 교육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2년 이상 ‘전문화된 교양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교육은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과 주부, 은퇴자 등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수업이어야 한다. 이른바 ‘문사철’이 아닌 ‘새로운 인문학(Humanitas Nova)’이 교양 교육의 근본으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학은 이 새로운 인문학에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경제학은 문과와 이과를 아우르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학문이 될 전망이다.[GETTYIMAGES]
새로운 인문학 필요해
순수 교양과목으로서 경제학이 가지는 가치를 주목해보자. 경제학을 대중화하면 더 많은 사람이 정보를 효율적이면서 합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직업 선택부터 가계 재정 관리, 사회·정치적 참여 등 폭넓은 분야에서 개인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경제학이 추상적인 과학이 아닌, 종합적인 성격을 가진 기초 교양과목이 돼야 한다. 대중이 경제 원칙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경제학이 모든 사람의 ‘지적 도구함’의 일부가 되도록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학문으로서 경제학이 가지는 이점은 다양하다. 경제학은 학제 간 접근성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학문이다. 경제학은 이미 수학, 통계학, 철학,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을 두루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학문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실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경제학은 주요 행위 주체인 소비자, 기업, 정부 등을 두루 분석하는 학문이다. 덕분에 경제학을 공부하면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부쩍 커진다. 필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오늘날 태어났다면 경제학자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은 하나의 현상을 말과 글, 숫자, 그래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위키피디아]
통합 교육 시스템의 중심
문과와 이과의 교차로에 있다는 점도 경제학의 장점이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학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플랫폼 또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학문이 필요하다. 경제학은 두 분야의 통합과 균형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통합 교육 시스템의 중심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가령 인문학 기반에서 경제학은 다음의 두 방식으로 다뤄진다. 첫째, ‘경제사’의 경우 경제발전에 관한 맥락적 이해를 키울 수 있다. 여기에는 산업혁명, 대공황, 세계화, 디지털 경제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힘’이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둘째, ‘경제 철학’은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장의 기능과 자본주의 윤리 등을 탐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밀턴 프리드먼 등 주요 사상가의 사상을 공부하게 될 것이다.
계량적·분석적 측면에서도 경제학은 유용하다. 응용수학으로서 ‘미시경제학’을 배운다고 가정해보자. 미시경제학은 수학적 모델링과 최적화 및 게임 이론을 배우기 위한 완벽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관련 기술은 경제학을 넘어 엔지니어링, 데이터 과학, 공공 정책으로까지 확장해 적용될 수 있다. 응용통계로서 ‘계량경제학’을 공부한다면 어떨까. 계량경제학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통계 도구를 제공한다. 계량경제학이 빅데이터 분석과 만나면 △추세 해석 △결과 예측 △정책 평가 등 다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
김재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장, 국민대 도서관장과 박물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