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최신 로봇수술기기 ‘다빈치 5’(왼쪽)와 강성구 로봇수술센터장. [박해윤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9/bc/f3/6789bcf30a69d2738250.jpg)
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최신 로봇수술기기 ‘다빈치 5’(왼쪽)와 강성구 로봇수술센터장. [박해윤 기자]
의사가 콘솔에서 로봇 조종하며 원격 집도
멸균복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로봇수술실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훅 끼쳤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정중앙에 놓인 새하얀 로봇. 그 바로 옆 침대에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 복부를 제외한 몸 대부분을 파란 천으로 가린 터라 드러난 배에 뚫린 6개의 작은 구멍이 더욱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통해 카메라와 로봇팔 3개, 수술 보조 장치 등이 체내에 삽입된 상태였다.![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장. [박해윤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9/bd/3b/6789bd3b1b64d2738250.jpg)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장. [박해윤 기자]
전립선은 골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다. 개복해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다. 그러다 보니 숙련된 의사조차 때로는 감에 의존해 수술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첨단 로봇 기술은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줬다. 고해상도 3D 비전 시스템을 탑재한 다빈치 5 카메라가 체내 곳곳을 오가며 수술 부위의 세밀한 구조를 촬영, 전송한 덕분이다.
360도 돌아가는 로봇팔의 위력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다빈치 5를 원격 조종해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9/bd/18/6789bd181217d2738250.jpg)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다빈치 5를 원격 조종해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적절한 시점에 맞춰 로봇팔에 바늘을 장착하는 일, 피가 묻은 카메라 렌즈를 닦아 수술 시야를 확보하는 일 등은 환자 옆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는 어시스턴트(조수)가 담당했다. 그와 강 센터장 사이에는 별다른 대화가 필요치 않아 보였다. 출혈이 발생하면 즉시 클립이 등장해 마치 체내에 자동 공급 장치가 있는 듯 느껴졌다. 어시스턴트가 체내 출혈 등으로 흐릿해진 카메라 렌즈를 닦느라 수술이 잠시 중단된 사이, 뷰파인더에서 눈을 뗀 강 센터장이 입을 열었다.
“로봇수술은 로봇 주도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매순간 최선의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건 의사예요. 로봇은 의사 뜻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역할을 하죠. 그럼에도 큰 의미를 갖는 건 인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손목을 360도로 돌릴 수 없잖아요. 골반 뼛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조직을 살펴볼 수도 없고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카메라가 다시 선명한 몸속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강 센터장은 곧장 수술의 한가운데로 돌아갔다. 그가 로봇팔 작동을 시작하는 순간 수술실 전체의 긴장도가 치솟았다.
전립선암 수술은 난도가 높다. 전립선 주위에 방광·외요도 괄약근·직장 등이 붙어 있고, 음경으로 가는 신경혈관다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전립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들 조직에 손상을 입히면 요실금이나 성기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이런 위험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좁은 공간에서 섬세하게 움직이는 로봇팔이 미세한 혈관·신경·조직을 피해 오직 전립선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복 속도 빨라 환자 만족도 증가
오전 9시쯤 시작한 수술은 10시 15분 무렵 마무리됐다. 강 센터장은 “수술이 잘 됐다. 환자분은 3~4일 안에 소변줄을 떼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수술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거예요. 개복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작으니 출혈이 적고, 감염 위험 또한 낮죠. 의사가 신체 내부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술기(術技)를 펼칠 수 있어 수술 완성도는 오히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 센터장의 말이다. 의사 생활 초기부터 로봇수술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연구해온 그에게 다빈치 5 사용 소감을 묻자 ‘포스 피드백’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향후 수술 경과를 좋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포스 피드백은 집도의가 수술 중 로봇팔을 이용해 조직을 밀고 당기는 힘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로 다빈치 5에 처음 탑재됐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의사가 로봇팔 압력 정도를 인지하고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환자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 센터장은 “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다빈치 5를 도입함으로써 로봇수술 분야에서 더욱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최신 장비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수술 기법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 의료의 위상을 높여가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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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송화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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