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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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로봇수술로 인간 한계 넘어서는 고려대 안암병원

아시아 최초 도입 ‘다빈치 5’ 로봇수술 참관기… 복잡한 부위 정교하게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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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5-01-2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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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최신 로봇수술기기 ‘다빈치 5’(왼쪽)와 강성구 로봇수술센터장. [박해윤 기자]

    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최신 로봇수술기기 ‘다빈치 5’(왼쪽)와 강성구 로봇수술센터장. [박해윤 기자]

    로봇수술은 현대 의료의 최전선으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 기술 상용화 이후 발전을 거듭하며 꾸준히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로봇수술 1만 건’을 돌파한 고려대 안암병원이 이 분야 선두주자다. 세계 최초 경구로봇갑상선수술, 아시아 최초 로봇근치적방광절제술 등에 성공하며 명성을 쌓았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최신 로봇수술기기 ‘다빈치 5(da Vinci 5)’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다빈치 5가 수술 현장에 적용된 건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최첨단 기술이 다수 탑재된 이 로봇이 수술실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일지 호기심을 안고 1월 초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향했다.

    의사가 콘솔에서 로봇 조종하며 원격 집도

    멸균복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로봇수술실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훅 끼쳤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정중앙에 놓인 새하얀 로봇. 그 바로 옆 침대에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 복부를 제외한 몸 대부분을 파란 천으로 가린 터라 드러난 배에 뚫린 6개의 작은 구멍이 더욱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통해 카메라와 로봇팔 3개, 수술 보조 장치 등이 체내에 삽입된 상태였다.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장. [박해윤 기자]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장. [박해윤 기자]

    ‌그렇다면 의사는 어디에 있을까. 시선을 돌리자 수술실 오른쪽 끝, 마치 비디오 게임기처럼 보이는 콘솔 앞에 수술복 차림 남자가 보였다. 강성구 로봇수술센터장(비뇨의학과 교수)이다. 그는 수술대 옆에 서서 육안으로 환자 몸속을 들여다보는 대신, 콘솔 뷰파인더를 통해 다빈치 5가 전송하는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전립선은 골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다. 개복해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다. 그러다 보니 숙련된 의사조차 때로는 감에 의존해 수술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첨단 로봇 기술은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줬다. 고해상도 3D 비전 시스템을 탑재한 다빈치 5 카메라가 체내 곳곳을 오가며 수술 부위의 세밀한 구조를 촬영, 전송한 덕분이다.

    360도 돌아가는 로봇팔의 위력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다빈치 5를 원격 조종해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다빈치 5를 원격 조종해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이 카메라를 조작하는 것은 집도의 자신이다. 콘솔 가까이 다가가자 강 센터장이 맨발로 6개 버튼을 조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맨 왼쪽 상단 클러치와 하단 카메라 조작 장치를 제외한 오른쪽 4개 버튼은 로봇팔 움직임에 관여한다. 콘솔 상단 테이블에는 막대형 레버 2개가 설치돼 있는데, 강 센터장은 양손 엄지와 중지를 각각 해당 장치에 끼워 넣은 상태였다. 그가 손가락을 벌리면 핀셋처럼 생긴 로봇 손가락이 벌어지고, 오므리면 꽉 맞물렸다. 의사의 동작 명령에 따라 로봇이 민첩하게 움직이며 조직을 들추고, 움켜잡고, 잘라내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피가 흐르면 어디선가 또 다른 팔이 나타나 혈관을 힘껏 잡아 눌렀다. 클립을 꽂아 지혈하고, 접합이 필요한 부위는 바늘을 사용해 꿰매기까지 했다. 이 모든 상황은 벽면에 붙은 모니터를 통해 수술실 내 모든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적절한 시점에 맞춰 로봇팔에 바늘을 장착하는 일, 피가 묻은 카메라 렌즈를 닦아 수술 시야를 확보하는 일 등은 환자 옆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는 어시스턴트(조수)가 담당했다. 그와 강 센터장 사이에는 별다른 대화가 필요치 않아 보였다. 출혈이 발생하면 즉시 클립이 등장해 마치 체내에 자동 공급 장치가 있는 듯 느껴졌다. 어시스턴트가 체내 출혈 등으로 흐릿해진 카메라 렌즈를 닦느라 수술이 잠시 중단된 사이, 뷰파인더에서 눈을 뗀 강 센터장이 입을 열었다.

    “로봇수술은 로봇 주도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매순간 최선의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건 의사예요. 로봇은 의사 뜻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역할을 하죠. 그럼에도 큰 의미를 갖는 건 인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손목을 360도로 돌릴 수 없잖아요. 골반 뼛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조직을 살펴볼 수도 없고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카메라가 다시 선명한 몸속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강 센터장은 곧장 수술의 한가운데로 돌아갔다. 그가 로봇팔 작동을 시작하는 순간 수술실 전체의 긴장도가 치솟았다.

    전립선암 수술은 난도가 높다. 전립선 주위에 방광·외요도 괄약근·직장 등이 붙어 있고, 음경으로 가는 신경혈관다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전립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들 조직에 손상을 입히면 요실금이나 성기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이런 위험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좁은 공간에서 섬세하게 움직이는 로봇팔이 미세한 혈관·신경·조직을 피해 오직 전립선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복 속도 빨라 환자 만족도 증가

    오전 9시쯤 시작한 수술은 10시 15분 무렵 마무리됐다. 강 센터장은 “수술이 잘 됐다. 환자분은 3~4일 안에 소변줄을 떼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수술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거예요. 개복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작으니 출혈이 적고, 감염 위험 또한 낮죠. 의사가 신체 내부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술기(術技)를 펼칠 수 있어 수술 완성도는 오히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 센터장의 말이다. 의사 생활 초기부터 로봇수술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연구해온 그에게 다빈치 5 사용 소감을 묻자 ‘포스 피드백’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향후 수술 경과를 좋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포스 피드백은 집도의가 수술 중 로봇팔을 이용해 조직을 밀고 당기는 힘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로 다빈치 5에 처음 탑재됐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의사가 로봇팔 압력 정도를 인지하고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환자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 센터장은 “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다빈치 5를 도입함으로써 로봇수술 분야에서 더욱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최신 장비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수술 기법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 의료의 위상을 높여가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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