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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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승리 보증수표일까

文-安 필요성에는 공감, 시기와 방법에는 미묘한 온도차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9-14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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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 단일화, 승리 보증수표일까

    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월 20일 전후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단일화 게임의 막이 올랐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9월 13일 현재 결선투표 없이 문재인 의원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로 맞설 경우 문재인 후보는 물론, 안 원장조차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야권 지지층에서는 대선 지지율에서 한발 앞선 박 후보와 본선에서 맞대결을 펼쳐 이기려면 야권 후보 단일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관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가 첫째고, 둘째는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룰지, 셋째는 단일화를 하면 지지율이 단순 합 이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지 하는 점이다.

    야권의 ‘선택’ 아닌 ‘필수’조건

    2011년 9월 ‘안철수 현상’이 정치권을 강타한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졌다. 올해 1월 시민사회세력과 민주당이 통합해 민주통합당을 출범할 때만 해도 민주당은 정당 지지율 1위로 올라서는 등 ‘자립’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야당이 패하면서 야권에선 ‘안철수’ 없는 대선은 하나 마나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안 원장도 자신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은혜 민주당 홍보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려면 야권이 박근혜 후보를 앞설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구비해야 하는데, 야권이 단일후보로 박 후보에 맞서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측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문재인 후보 측 이목희 공동선대본부장은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 후보는 낮은 자세로 좋은 정책을 갖고 국민에게 다가가 더 많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어느 정도 국민에게 평가받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면서 “10월이 돼야 당시 정치지형에 따라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원장 측은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얘기는 너무 앞서나간 얘기”라며 말을 아꼈다.

    단일화 과정서 지지층 결집이 과제

    야권 단일화, 승리 보증수표일까

    1997년 11월 3일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DJP(김대중-김종필) 단일화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 다만 대선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석 달도 안 되는 촉박한 일정상 전국 순회 경선 같은 단일화 방식은 채택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단일화 방식으로 크게 세 가지 방법론을 제기한다. 후보자 간 담판으로 이뤄진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이 하나의 모델이고,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이룬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가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된다. 나머지 하나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시민후보를 표방한 박원순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방식이다. 즉 여론조사 30%와 시민배심원단 평가 30%, 국민참여 경선선거인단 40%를 합쳐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선거인단까지 모집해야 하는 박원순 단일화 방식은 일정상 채택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다.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측 이목희 본부장은 “문 후보와 안 원장이 단일화에 나선다면 경쟁하는 방식보다 협의를 통한 단일화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1997년 김대중-김종필 두 후보 간 연합은 양 진영 사이에서 구체적인 임무 분담이 이뤄져야 가능한 담판이었지만 지금의 문재인-안철수 두 지지층 사이에는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야권 후보 단일화로 지지율의 단순 합 이상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지 하는 점이다. 야권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를 단일화하고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데다 올 4월 총선에서도 패한, 두 번의 단일화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해 유시민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나섰지만, 선거 결과 지지율의 단순 합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득표로 패했다. 또 올해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과 전국에 걸쳐 단일화 경선까지 치러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패했다. ‘단일화=당선’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후보 단일화를 두 사람을 한 사람으로 압축해 일대일 구도로 만들겠다는 식의 공학적 견해로 접근해서는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단일후보를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단일화 프로세스(과정)를 통해 얼마만큼 지지층을 결집하느냐”라고 말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도 “지금까지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지지 성향을 보면 문재인 후보 지지층과 안철수 원장 지지층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는 중립 지대 지지층도 상당하다”면서 “후보 단일화가 지지층의 단순 합 이상의 결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단일후보 선출 과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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