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고갈된다는 것은 물이 우리들과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모른 채 지내곤 합니다. 익숙하기에 그를 함부로 대하고,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떠나보냅니다. 원인은 내게 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날 때까지 잘 알지 못합니다. 후회했을 땐, 이미 늦어버렸기 십상입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단지 연인들이 헤어질 때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그도 내게 무한한 사랑을 베풉니다. 물도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축복받은 자연환경 덕분에 주변에서 쉽게 물을 접할 수 있습니다. 매일 강물을 건너 출근길을 재촉하는 직장인, 휴가철마다 북적이는 푸른 바다. 수도를 틀면 언제든 물이 콸콸 쏟아지고, 목마르면 손쉽게 생수를 사 마십니다. 물이 부족한 세상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물이 많은데 무슨 걱정?” 하며 호기도 부려봅니다. 마치 이별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며 “네가 나 아니면 갈 데가 있어?”라는 철부지 같습니다. 사랑한다면 아껴줘야 합니다.
아직 물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많습니다. 해양심층수, 빗물도시, 수액 등등. 물의 재발견이라고 할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색다른 모습을 알아나가는 것만큼 가슴 설레는 일은 없을 겁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사랑 바이러스’를 남겨놓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맞습니다. 사랑합시다. 다만 사람만 사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물, 그리고 동식물 모두를 사랑합시다. 물이 우리를 떠나기 전에 사랑으로 붙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