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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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파키스탄 공중전 완패… 이유는 옛 소련 전술 매달린 탓

파키스탄 공군, 전투 시작 전 먼저 출격해 고도와 속도 우위 점해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5-05-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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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공군이 도입한 프랑스 라팔 전투기. 뉴시스

    인도 공군이 도입한 프랑스 라팔 전투기. 뉴시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이 국경 지역 상공에서 6년 만에 맞붙은 공중전은 파키스탄의 압승으로 끝났다. 파키스탄은 인도 측 전투기 가운데 라팔 3대, Su-30MKI 1대, MIG-29 1대 등 5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격추된 전투기 잔해나 사출좌석 등 물적 증거가 뒷받침되는 파키스탄군의 전과(戰果)는 라팔 1대, Su-30MKI 1대, 미라지 2000 1대 등 3대다. 인도도 파키스탄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종을 잡았는지는 못 밝힌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실 객관적 전력만 비교한다면 이번 공중전은 인도가 승리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4세대 이상급 전투기 수량만 따지면 인도 430여 대, 파키스탄 270여 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은 ‘머릿수’로만 하는 게 아니다. 

    공중전 당시 인도 전투기, 파키스탄 2배

    객관적 측면에서 전투기의 성능과 수는 인도가 우위였을지 몰라도 전술 측면에선 파키스탄이 더 뛰어났다. 파키스탄 측이 미국 언론에 밝힌 공중전 상황을 정리해보면 5월 7일(이하 현지 시간) 카슈미르 일대에서 맞붙은 양측 전투기는 120여 대였다. 그중 인도 측이 80여 대로 파키스탄(40여 대)에 2배가량 수적 우위를 점했다. 전투기 성능은 물론 수마저 인도가 우위였고 선공(先攻)을 가한 것도 인도였다. 그럼에도 인도가 파키스탄에 대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도는 싸우기 전 이미 패배한 상태였다. 파키스탄이 접경 지역의 인도군 배치 상태는 물론, 그 움직임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도군 전투기들이 지상관제소와 주고받은 모든 통신도 파키스탄군에 감청됐다. 그 덕에 파키스탄은 인도 전투기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취할지 미리 알고 있었다. 

    사실 인도로서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인도는 최신형 라팔 스탠더드 F3R 전투기를 프랑스에서 구입했고 러시아 Su-30MKI 전투기를 면허생산해 전력화했다. 하나같이 파키스탄이 보유한 모든 전투기 성능을 압도하는 기종이다. 파키스탄이 이번 공중전에 투입한 J-10CE는 KLJ-10A AESA 레이더를, F-16C 블록 52 모델은 APG-68(V)9 레이더를 사용한다. 전자는 5㎡(일반 전투기의 레이더 반사 면적)의 공중 물체를 200㎞ 거리에서, 후자는 110㎞에서 탐지·추적한다. J-10CE는 사거리 145㎞ 이상인 PL-15E 공대공미사일 또는 그 원형인 사거리 300㎞급 PL-15를 발사할 수 있다. F-16C는 사거리 100㎞ 이상인 AIM-120C-5 공대공미사일을 사용한다. 



    인도 공군의 라팔 스탠더드 F3R 전투기는 최신형 RBE-2 AA AESA 레이더를, Su-30MKI는 N011 BARS 레이더를 갖췄다. RBE-2 AA는 5㎡ 크기 표적을 208㎞에서, N011 BARS는 300~400㎞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는 게 전투기 제조사 측 주장이다. 라팔은 사거리 300㎞ 미티어(Meteor) 공대공미사일과 80㎞ MICA-EM을, Su-30MKI는 사거리 80㎞ R-77이나 사거리 100㎞ I-Derby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다. 객관적인 제원만 놓고 보면 인도 전투기의 ‘눈’이 더 우수하고, ‘펀치’는 파키스탄 측과 대등하거나 뛰어났다는 얘기다.

    파키스탄 공군이 도입한 중국 J-10C 전투기. 뉴시스

    파키스탄 공군이 도입한 중국 J-10C 전투기. 뉴시스

    그럼에도 인도군이 공중전에서 파키스탄군에 완패한 것은 운용 전술의 차이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파키스탄군은 인도군이 언제 어디서 어떤 전력으로 어느 곳을 공격할지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여기에 맞서 파키스탄 측은 펀자브주 상공에 J-10CE 전투기 등 주력 기종 수십 대를 띄워놓았다. 공중전에서 전투기의 고도와 속도는 승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도는 곧 위치에너지이며 속도는 운동에너지다. 상대보다 높은 고도와 속도를 점한다는 것은 중력이 작용하는 3차원 공간에서 적보다 빠르고 넓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파키스탄 전투기들은 고도와 속도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로 인도 전투기들과 싸운 것이다. 공중전이 벌어지기 전 파키스탄 전투기들은 통제선(LOC)에서 수십㎞ 떨어진 후방에서 충분한 고도와 속도를 유지한 채 전투공중초계(CAP)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인도 전투기들은 LOC에 가까운 전방 비행장에서 막 이륙해 LOC 너머 파키스탄 거점을 공격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격추된 전투기 중 기체번호 BS 001은 인도 공군이 2021년 라팔로부터 인수한 것으로 제17비행대 소속이었다. 원래 제17비행대는 LOC에서 230㎞ 이상 떨어진 하리아나주 암발라 공군기지에 주둔해 있었다. 인도는 국경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자 이 비행대 일부를 LOC와 가까운 최전방 바틴다 공군기지로 이동 배치하는 악수(惡手)를 뒀다. 격추된 BS 001은 바틴다 기지에서 이륙한 직후 북서쪽으로 급선회해 기수를 들어 상승하던 중 미사일에 맞았다. 이 전투기가 떨어진 아칼리아 칼란 마을은 바틴다 기지와 16㎞가량 떨어졌고 LOC에서는 74㎞ 거리에 불과했다.

    인도가 라팔 전투기를 원 주둔지인 암발라 기지에서 발진했다면 어땠을까. 충분한 고도와 속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파키스탄 전투기들과 붙었다면 공중전 양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라팔은 레이더·공대공미사일 성능에서 모두 J-10CE보다 우위다. 게다가 프랑스가 자랑하는 최첨단 전자전 시스템인 ‘스펙트라’도 갖췄다. 그러나 인도는 전투기라는 하드웨어는 최신으로 바꿨으면서 소프트웨어인 전술은 바꾸지 못했다. 

    인도 공군 제17비행대는 기종을 라팔로 전환하고 암발라 기지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40년 넘게 바틴다 기지에 주둔해 있었다. 이 부대는 바틴다 기지에서 구식 MIG-21을 오랫동안 운용했다. 옛 소련·러시아제 전투기를 다수 도입한 인도는 전투기 운용 사상에서도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과거 소련 공군은 방공군용 중대형 전투기를 제외하면 레이더 성능이 빈약한 중소형 전투기를 주력으로 썼다. 인도가 전선과 가까운 여러 비행장에 전투기를 분산 배치한 것도 옛 소련의 영향이다. 자체 레이더 성능이 떨어지는 전투기를 지상관제소 통제에 따라 운용하기 위해서다. 구형 MIG-21에 익숙한 인도 공군의 ‘높으신 분들’이 고성능 레이더를 갖춘 라팔마저 옛 소련 전투기처럼 전방 기지에서 운용하다가 참패를 자초한 것이다. 

    라팔 제조사 프랑스 다쏘항공 주가 출렁

    인도-파키스탄 공중전 여파에 라팔 제조사인 프랑스 다쏘항공 주가도 출렁였다.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도 라팔 전투기의 압승이 전망되자 다쏘항공 주가는 5월 5일 330유로(약 51만74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공중전 결과가 알려지자 주가가 12일 299유로(약 46만8800원)로 떨어졌다. 세계 최강 4.5세대 전투기라던 최신형 라팔이 중국의 수출형 다운 그레이드 모델인 J-10CE에 일방적으로 격추당한 데 대한 주식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다쏘항공 주가는 이내 300유로대를 회복했지만 프랑스의 시름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라팔 최대 수입국이 될 예정이던 아랍에미리트(UAE)가 계약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중동 지역 방산 소식에 정통한 레바논의 군사 전문 매체 ‘택티컬리포트’는 5월 13일 “UAE가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기존 계약 물량의 50%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UAE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 F-35A 50대를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2021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 첫날 UAE에 대한 F-35A 수출 승인 결정을 뒤집는 바람에 무위에 그쳤다. 결국 UAE는 어쩔 수 없이 같은 해 9월 프랑스와 라팔 스탠더드 F4 80대를 160억 유로(약 25조 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UAE가 구매한 라팔은 인도가 채택한 스탠더드 F3R에서 레이더 반사 면적을 소폭 줄이고 데이터링크 성능을 개선한 ‘협동 교전’ 강화 버전이다. 엄밀히 말해 F3R과 F4의 차이는 상업용 자동차로 치면 ‘연식 변경’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UAE에선 라팔 구매 계약을 놓고 회의론이 비등했다. 라팔이 못마땅했던 UAE 당국은 러시아와 접촉해 신형 스텔스 전투기 Su-75 개발에 자금을 대는 방안을 협의하는가 하면, 중국에서 L-15 고등훈련기를 구매할 때 J-35를 비롯한 전투기도 함께 알아봤다. 그뿐 아니라 튀르키예 ‘칸’ 전투기 프로그램 참여를 타진하는 등 라팔의 대안을 찾기 위한 UAE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1월 라팔 1호기 출고 이후 계약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UAE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스텔스 전투기다. 라팔이 아무리 개량을 거듭한다 해도 형상과 내부 구조를 새로 설계하지 않는 이상 4.5세대 전투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스텔스 전투기는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F-35 구입은 미국 민주당이 가로막고 있고, 러시아 Su-75는 리스크가 큰 ‘페이퍼 플랜’에 불과하다. 튀르키예 칸 개발도 갈 길이 멀다. 중국 J-35 구입은 미국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어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중동 방산 전문가들은 UAE가 한국의 KF-21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UAE 공군 고위급 인사들이 4월 방한해 ‘KF-21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하고 KF-21을 타보기도 했다.

    한국 KF-21 전투기. 공군 제공

    한국 KF-21 전투기. 공군 제공

    라팔은 4세대 전투기로 개발돼 4.5세대로 진화했다. 반면 KF-21은 처음부터 5세대 진화를 염두에 둔 4.5세대 전투기로 설계됐다. 이런 맥락에서 KF-21은 레이더 반사 면적이 매우 작다. 블록 1·2의 경우 반(半)매립식 무장 장착 방식을 채택했지만 향후 내부 무장창을 도입하는 개량안도 있다. UAE가 라팔 구입을 아예 취소하거나 도입 규모를 축소해 KF-21로 갈아탈 경우 로드맵은 어떤 방식일까. KF-21 블록 2를 일부 도입해 라팔 40여 대의 공백을 메우고, 장기적으로 KF-21 블록 3 개발에 참여해 5세대급 전투기를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UAE, 라팔→KF-21 선회 기대감

    2030년대 초 등장을 목표로 하는 KF-21 블록 3는 UAE가 원하는 5세대 이상 전투기의 성능을 거의 완벽히 구현할 수 있다. 질화갈륨 기반의 신형 AESA 레이더와 센서 융합 강화, 내부 무장창 설치, 유무인 복합 작전 능력이 강점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프랑스와 달리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에 상당히 열려 있다. UAE가 국가 차원에서 밀고 있는 EDGE 그룹 등 현지 국영 방산업체와 협력에서도 기대할 부분이 많다. 한국 역시 UAE와의 방산 협력은 이득이다. 큰돈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블록 3 개발에 UAE의 ‘오일머니’가 가세하면 개발비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게다가 UAE라는 교두보를 통해 세계 전투기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할 기회도 잡게 될 것이다.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이 불러온 나비효과에 KF-21이 더 넓은 방산시장으로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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