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방산 부문 약방의 감초”

염승환 LS증권 이사 “K-방산은 한국 특산품… 알테오젠 등 바이오주도 체질 변화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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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10-3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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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승환 LS증권 이사. [박해윤 기자]

    염승환 LS증권 이사. [박해윤 기자]

    “한국시장에 투자할 때 눈여겨볼 순간이 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다. 내수주로 분류되던 기업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면 주가가 정말 많이 뛴다.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이 대표적이다. 올해 한국 방산주와 바이오주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염승환 LS증권 이사가 10월 28일 “K-방산은 한국 특산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염 이사의 설명처럼 최근 한국 증시가 부진의 늪에 빠진 와중에도 방산주와 바이오주는 약진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방산기업으로 구성된 ‘PLUS K방산’ 상장지수펀드(ETF)는 10월 30일 기준 연초 대비 65.8% 상승하며 전체 ETF 수익률 순위 1위를 차지했다(표 참조). 같은 기간 코스피가 2.3%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바이오주 역시 같은 기간 알테오젠(284.8%), 펩트론(118.6%), 삼성바이오로직스(35.7%) 등을 필두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염 이사는 “너무나 답답한 시기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라”며 “시장에 붙어 있어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염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국산화 성공한 K-방산

    최근 국내 주식시장 수급이 마르고 있다.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일은 흔하다. 다만 올해는 국내 투자자에게 유독 힘든 시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미국시장은 활황인데 한국시장이 왕따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뛰어난 성과를 내다 보니 국내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사는 추세도 관측된다. 투자자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한 주도주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이차전지 같은 테마가 필요한데, 그 정도로 투자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내는 섹터가 없다. 다만 금리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투자처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지만 방산주는 예외다.
    “구조적 이유와 단기적 이유가 겹쳤다.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국방비 증대 기조 역시 확산 중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국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수주 등 모멘텀이 확실한 방산 부문으로 수급이 쏠리고 있다.”

    방산주가 ‘대북 테마주’에서 ‘한국 특산품’으로 거듭났다고 보고 있는데.
    “물론 방산 산업에서 절대 강자는 미국이다. 독일 역시 방산 강국이다. 그럼에도 방산이 한국 특산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 가성비다. 현대로템의 경우 K2 전차를 연간 100여 대 생산하며 대당 가격은 1500만 달러(약 207억4500만 원) 수준이다. 독일 레오파르트는 연 70대가량만 생산이 가능한데, 가격은 K2 전차의 2배가 넘는다. 미국 에이브람스는 생산량은 많다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 동유럽 국가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간 K2 전차와 K9 자주포는 핵심 부품으로 독일제를 사용했다. 이 때문에 중동에 무기를 수출하려면 독일 승인이 필요했다. 문제는 독일이 중동으로 무기 수출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미사일은 잘만 수출하면서 왜 전차나 자주포는 중동에 수출하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졌을 텐데, 이 때문이다. 최근 STX엔진이 K9 자주포 엔진 국산화에 성공했고 출고까지 마쳤다. 더는 수출을 위해 독일 승인을 기다릴 이유가 사라졌다. K2 전차 역시 오늘(10월 28일) 파워팩(엔진+변속기)이 모두 국산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진정한 ‘한국제 방산’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국산화에 성공했으니 한국 특산품으로 봐도 문제없지 않을까.”


    루마니아와 공급 계약을 맺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루마니아와 공급 계약을 맺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미국 무기가 좋긴 하지만…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KAI)가 국내 방산주를 대표하고 있다. 이 중 특히 ‘경제적 해자’가 탄탄한 기업을 꼽는다면.
    “4개 기업 모두 강점과 경쟁력이 있다. 선호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맞게 투자하면 된다. 다만 종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추천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부문 곳곳에 진출해 있다. K9 자주포와 LIG넥스원의 천궁 시리즈는 물론, 우주발사체 부문에도 참여하는 등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사업이 다변화돼 사실상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K-방산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종합선물세트’ 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무난한 선택이다.”

    마치 ‘K-방산 ETF’ 같은 기업으로 들린다. 비슷한 성격의 기업이 또 있나.
    “한화시스템 역시 약방의 감초 같은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무기를 직접 만드는 기업이 아니다. 무기에 필요한 레이더를 만드는 곳으로 천궁과 K2 전차는 물론, 군함 등 다방면에서 한화시스템 레이더가 사용된다. 방산업체라면 사실상 한화시스템 레이더를 사용하게 되는 구조다. 현대 전쟁은 전자전 양상을 띠어 레이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화시스템은 인공위성 산업에도 진출한 만큼 우주항공 분야와도 연결돼 확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빅파마와 협업하는 韓 바이오

    록히드마틴과 RTX 등 미국 방산기업과 비교하면 국내 방산주 가격이 싼 수준이라고 할 수 없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 성장률이다. 물론 미국 방산기업 역시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더 나아가 내수주였던 방산주가 수출주로 거듭났다. 동유럽 등 전쟁 위협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 무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좋지 않은 국가들이 방산 산업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무기가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같은 요소들이 한국 방산기업에 프리미엄을 주면서 밸류에이션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중동 등에 자국 기업의 무기 수출을 제한했는데,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금융을 지원하는 등 수출을 적극 장려한다는 점도 다르다.”

    올해 바이오주가 부상하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 때문인가.‌
    “방산주와 바이오주는 상황이 비슷하다. 내수주에서 수출주로 거듭났다. 바이오주에서는 알테오젠이 답을 보여줬다. 알테오젠은 글로벌 빅파마 머크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 30조 원을 넘어섰다. 향후 키트루다 물량의 절반이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제형 방식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해보자. 업계 평균 수준의 로열티(5%)와 주가수익비율(20배)을 적용하면 시가총액이 20조 원 상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들어 글로벌 빅파마가 에이비엘바이오, 펩트론 등 한국 바이오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바이오주 역시 체질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바이오 산업 규제 법안인 ‘생물보안법’ 제정 움직임 역시 국내 바이오주에는 호재로 꼽힌다. 해당 법안으로 수혜를 받을 기업을 선별하는 팁이 있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수주 문의가 기존 대비 50% 늘었다’고 밝혔다. 생물보안법 때문에 당초 중국으로 가려던 제약 물량이 국내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수주를 달성한 것도 이 덕분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향후 해외 제약사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선택할 때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관련 인증을 받았는지를 따질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CDMO 기업 가운데 해당 인증을 모두 받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티팜이다. 향후 이 점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인 만큼 인증 여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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