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3개월 전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WTI(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은 8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그래프1 참조). 국내에 공급되는 원유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역시 3개월 사이 20%나 하락했다. 투기 수요도 크게 감소해 실제 현물 인도가 이뤄지지 않는 투기적 WTI 선물 순매수 포지션은 7월 초 30만 계약(건수)을 상회했지만 9월 말에는 20만 계약으로 줄었다. 4만 계약을 상회하던 브렌트유 선물 순매수 포지션은 5000계약까지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국제유가 흐름은 달러 강세와 수요 둔화, 공급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먼저 달러 부분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달러 표시자산인 유가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이 마무리돼가는 가운데 실업률 등 미국 경제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자,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대두하면서 최근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7월 이후 8% 이상 급등해 유가 하락에 기여했다.
신흥국과 중국 성장세 주춤
수요도 크게 둔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원유 수요가 일일 70만 배럴 증가하는 데 그쳐 원유 수요 증가율이 최근 5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원유 수요가 둔화한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국의 성장동력마저 약화하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한 것은 단연 신흥국이었다. 2005년 선진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OECD 비회원국)의 일일 원유 소비량은 각각 5000만 배럴과 3400만 배럴로 선진국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선진국이 4500만 배럴, 신흥국이 4600만 배럴로 신흥국 소비량이 선진국을 넘어섰다. 특히 하루 원유 소비량 1100만 배럴로 신흥국 전체 소비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은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신흥국의 성장세가 크게 저하함에 따라 원유 수요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 하반기 이후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차례나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2014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년 새 0.8%p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바오파(保八·8% 경제성장률 사수)라는 말은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세계은행은 2014~2016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 초반에 그치고 2016년까지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비즈니스 리서치 그룹 콘퍼런스보드는 2015~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5.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공급 증가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일단 셰일오일(shale oil)을 비롯한 비전통적 원유 공급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셰일오일은 모래와 진흙이 굳어진 셰일층에 매장된 원유로 매장 형태가 달라 전통적인 수직시추방식으로는 생산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수년 사이 수평시추법과 수압파쇄법 등이 보급되면서 경제성을 갖춰 생산량이 급증했다.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셰일오일 공급 확대로 하루 500만 배럴 수준이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7월 85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그래프2 참조). 미국 에너지부(DOE)는 자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2020년 480만 배럴까지 확대되면서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셰일오일을 앞세운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는 미국 내 에너지 수급 상황은 물론 전 세계 에너지 역학관계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 9월 말 현재 3.5억 배럴(52주 이동평균기준)에 달한다. 말 그대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에너지 부족량은 2005년 3경BTU(British Thermal Unit·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에서 올해 1.2경BTU로 줄었고 그에 따라 에너지 수입량도 크게 감소했다.
이렇듯 OPEC(석유수출국기구)비회원국의 생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OPEC의 영향력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올해 9월 OPEC은 37만 배럴 감산에 나섰지만 OPEC 비회원국의 생산량 증가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81만 배럴이나 증가했다.
OPEC 회원국과 ‘치킨게임’
이렇게 놓고 보면 최근 유가 하락은 OPEC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한 회원국들과 비전통 원유 생산국들 간 치킨게임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거에는 유가가 하락할 경우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를 용인하고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쿠웨이트와 이란도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자국의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셰일오일이나 남미 심해유전 등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경우 앞으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원유 공급이 다변화하고 셰일오일 생산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생산 원가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어, OPEC 회원국들의 이러한 행보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 살펴본 유가 하락의 주요 요인이 조기에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저유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큰 이유다. 특히 셰일오일 관련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그간 북미 지역에 집중됐던 셰일오일 개발도 러시아와 중남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세가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세계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률은 점차 저하하는 데다 최근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확산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달러 강세 역시 테이퍼링이 10월 종료되고 경제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가 하락에 따라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나 비전통 원유의 생산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가 하락세가 오랜 기간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값싼 기름의 혜택에 취하는 대신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국제유가 흐름은 달러 강세와 수요 둔화, 공급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먼저 달러 부분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달러 표시자산인 유가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이 마무리돼가는 가운데 실업률 등 미국 경제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자,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대두하면서 최근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7월 이후 8% 이상 급등해 유가 하락에 기여했다.
신흥국과 중국 성장세 주춤
수요도 크게 둔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원유 수요가 일일 70만 배럴 증가하는 데 그쳐 원유 수요 증가율이 최근 5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원유 수요가 둔화한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국의 성장동력마저 약화하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한 것은 단연 신흥국이었다. 2005년 선진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OECD 비회원국)의 일일 원유 소비량은 각각 5000만 배럴과 3400만 배럴로 선진국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선진국이 4500만 배럴, 신흥국이 4600만 배럴로 신흥국 소비량이 선진국을 넘어섰다. 특히 하루 원유 소비량 1100만 배럴로 신흥국 전체 소비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은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신흥국의 성장세가 크게 저하함에 따라 원유 수요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 하반기 이후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차례나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2014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년 새 0.8%p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바오파(保八·8% 경제성장률 사수)라는 말은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세계은행은 2014~2016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 초반에 그치고 2016년까지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비즈니스 리서치 그룹 콘퍼런스보드는 2015~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5.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공급 증가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일단 셰일오일(shale oil)을 비롯한 비전통적 원유 공급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셰일오일은 모래와 진흙이 굳어진 셰일층에 매장된 원유로 매장 형태가 달라 전통적인 수직시추방식으로는 생산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수년 사이 수평시추법과 수압파쇄법 등이 보급되면서 경제성을 갖춰 생산량이 급증했다.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셰일오일 공급 확대로 하루 500만 배럴 수준이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7월 85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그래프2 참조). 미국 에너지부(DOE)는 자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2020년 480만 배럴까지 확대되면서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셰일오일을 앞세운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는 미국 내 에너지 수급 상황은 물론 전 세계 에너지 역학관계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 9월 말 현재 3.5억 배럴(52주 이동평균기준)에 달한다. 말 그대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에너지 부족량은 2005년 3경BTU(British Thermal Unit·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에서 올해 1.2경BTU로 줄었고 그에 따라 에너지 수입량도 크게 감소했다.
이렇듯 OPEC(석유수출국기구)비회원국의 생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OPEC의 영향력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올해 9월 OPEC은 37만 배럴 감산에 나섰지만 OPEC 비회원국의 생산량 증가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81만 배럴이나 증가했다.
OPEC 회원국과 ‘치킨게임’
이렇게 놓고 보면 최근 유가 하락은 OPEC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한 회원국들과 비전통 원유 생산국들 간 치킨게임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거에는 유가가 하락할 경우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를 용인하고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쿠웨이트와 이란도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자국의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셰일오일이나 남미 심해유전 등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경우 앞으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원유 공급이 다변화하고 셰일오일 생산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생산 원가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어, OPEC 회원국들의 이러한 행보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 살펴본 유가 하락의 주요 요인이 조기에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저유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큰 이유다. 특히 셰일오일 관련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그간 북미 지역에 집중됐던 셰일오일 개발도 러시아와 중남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세가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세계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률은 점차 저하하는 데다 최근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확산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달러 강세 역시 테이퍼링이 10월 종료되고 경제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가 하락에 따라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나 비전통 원유의 생산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가 하락세가 오랜 기간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값싼 기름의 혜택에 취하는 대신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