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5월 26일 합병법인 \'다음카카오\' 출범을 선언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3조40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IT 기업을 맞을 전망이다. 5월 23일 기준으로 다음의 시가총액은 1조590억 원, 카카오는 최근 장외거래 가격인 9만 원을 기준으로 2조3500억 원이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5월 28일 현재 다음은 2거래일 연속 상한가 랠리를 이어갔고, 카카오 역시 장외시장에서 발표 전 대비 22% 넘게 올랐다. 합병 소식이 전해진 직후 언론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이미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은 셀트리온을 넘어섰다.
코스닥 대장株로 등극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다음의 2013년 재무수치에 카카오의 재무수치를 단순 합산할 경우, 2013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5309억 원에서 7416억 원으로 39.70%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818억 원에서 1476억 원으로 증가한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5.41%에서 19.91%로 향상된다. 자산총계는 6577억 원에서 8749억 원으로 증가하며,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098억 원에서 1332억 원으로 늘어난다.
합병이 완료되면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는 이재웅 다음 창업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으로 바뀐다. 현재 다음의 최대주주는 이재웅 창업자(13.67%)이며,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김범수 의장(29.24%)이다. 이 창업자는 합병 후 지분율이 4%대로 떨어지며, 김 의장은 보통주 기준으로는 27%, 우선주를 합친 전체 지분율로는 22.2%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다. 여기에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카카오의 2대 주주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 23.15%까지 합하면, 보통주 기준 48.4%, 우선주 포함 기준 39.8%가 된다. 따라서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의결권을 절반 가까이 장악하게 된다.
최대주주의 변동으로 이번 합병은 우회상장에 해당한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18조의 4 및 제19조에 따르면, 합병으로 주권비상장법인의 최대주주나 5% 이상 주주·출자자가 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될 경우 우회상장으로 본다. 형식적으로는 다음이 합병 주체가 돼 카카오를 흡수 합병하는 것이지만, 합병법인인 다음카카오의 최대 주주가 김 의장이 되므로 실질적인 합병 주체는 카카오다. 우회상장 승인 여부는 상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늦어도 7월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주식매수 청구권, 채권 이의 신청 등이 절차대로 진행된다면 10월 합병 신주가 상장된다. 시장에서는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합병 배경이다. 이는 크게 4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다음의 개발 인력’이다. 카카오는 최근 핵심 인재들이 이탈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이확영 CTO(최고기술경영자)가 카카오를 떠났고, 최근에는 ‘카카오 게임하기’를 완성한 반승환 부사장이 퇴사했다. 벤처기업에서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다음은 본사 직원 약 1600명 중 800명이 개발인력이라 카카오가 눈독을 들인 것이다. 직원 565명 중 개발자가 282명인 카카오는 이제 약 1100명의 개발자를 두고 서비스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둘째, ‘시간’이다. 당초 카카오가 계획했던 기업공개(IPO)는 2015년 중반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카카오에게 부담이 됐다. 요즘 카카오톡의 성장이 예전 같지 않다. 카카오의 최대 수익원인 게임 수수료(전체 매출의 21%)에 대해 비싸다는 논란이 일어나는 등 사업이 수세에 몰리고 있기도 한 것이다.
단독 상장을 포기한 카카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자체 성장보다 합병을 택해 시간 단축과 세 불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합병 기자회견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발언이 있었다. 이날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직상장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빨리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결정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약진하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조직을 키우고 상장하게 되면 너무 많은 시간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해 (합병을) 결정 내렸다”고 말했다.
셋째, 시너지 효과다. 합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차례 언급된 단어가 바로 ‘시너지’다. 시너지 효과의 필요성은 두 업체가 처한 현재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다음은 국내 2위 포털서비스 업체다. 하지만 2위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실적을 내고 있지 못하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1위 네이버(75.09%)와 2위 다음의 검색 점유율(20.27%)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핵심 수익원인 광고매출의 경우 네이버와 격차가 7배나 벌어진다. 네이버의 1분기 광고매출이 4771억 원인 데 비해 다음의 광고매출은 646억 원에 불과했다. 모바일 검색시장에서도 2위(점유율 약 10%)이기는 하나 2월 한때 구글에 밀렸을 정도로 자리가 위태롭다. 자체 경쟁력만으로는 모바일에서 시장구도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고, 개인용 컴퓨터(PC) 온라인 광고부문이 구조적 성장 정체기에 빠져 있다는 점도 다음에게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게임하기’ 이후 성장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모바일게임은 카카오의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85%를 차지한다. 캐시카우 노릇을 톡톡히 하지만 최근 신작 게임의 부진과 게임 포화 등으로 성장 정체 위기에 빠진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경쟁업체 네이버가 폐쇄형 SNS인 ‘밴드’를 통해 이달부터 모바일게임에 진출하고, 구글플레이에 직접 공급하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법인의 주도권을 갖게 될 벤처기업 카카오에게는 다음의 콘텐츠 자산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박한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게임에 편중된 서비스에서 다음이 보유한 뉴스, 검색, 지도, 동영상, 카페 등의 콘텐츠 활용이 가능해 카카오와 다음 포털사이트 모두 트래픽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넷째, 카카오가 직상장을 추진할 경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과의 합병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가 모바일게임 외에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IPO를 할 경우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기업가치 하락을 막고 성장 플랫폼을 강화하려고 우회상장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PC를 기반으로 한 다음의 플랫폼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의 결합이 실제로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론적 수준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있으리라 막연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이것이 합병법인 다음카카오에 실제 이익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5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회견'에서 최세훈(왼쪽)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역시 향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이석우 대표는 “앞으로 무엇을 같이 할지를 고민해야 할 단계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향후 사업 구상안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시장에서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만 드러나 있을 뿐,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드물다. 이번 합병을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반네이버 연합군 결성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결국 다음카카오에 남겨진 과제는 글로벌 공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아 보인다.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 중국은 위챗, 일본과 대만, 동남아는 라인이 이미 접수 완료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과 유럽은 와츠앱과 페이스북이 굳건한 1위다. 카카오의 해외 가입자 수는 1억3000만 명으로 경쟁 서비스인 라인의 4억2000만 명보다 한참 뒤처진다. 모바일 시장에서 선점 효과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다음카카오에게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그간 카카오가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렸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카카오의 일본 법인인 카카오저팬은 2013년 101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카카오가 쓴 광고 선전비는 589억 원으로, 이 중 대부분은 해외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저팬은 이전 해에도 116억 원 적자를 낸 바 있다. 다른 해외법인인 카카오싱가포르, 베이징카카오 역시 지난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음 역시 몇 번의 해외 진출 시도가 있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글로벌에서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둔 적이 없는 두 업체의 결합이 과연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5월 26일과 27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와 노무라는 각각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UBS는 “카카오가 이번 합병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며 “해외에서 다음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가 받는 도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노무라는 “이번 합병을 통해 카카오가 세계 시장에서 가입자 수를 늘리던 전략에서 수익화(Monetization)로 방향을 튼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경쟁력 있는 다음의 콘텐츠와 카카오톡의 대규모 모바일 트래픽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과 카카오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두 IB의 엇갈린 전망이 어쩌면 합병법인 다음카카오가 처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