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려는 고령자 비율이 높은 것은 좋은 현상일까.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의 진행과 함께 경제활동인구 감소, 재정부담 악화 등 그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생애현역’ ‘은퇴가 없는 나라’ 같은 슬로건에서 나타나듯 많은 나라가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
한국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은 이런 맥락에서 언뜻 바람직해 보인다. 2011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7%보다 훨씬 높다. 1990년대 이후 변화를 보더라도 그 비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하지만 고령층의 경제적 처지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OECD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소득이 전체 국민의 중위 소득(정확히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의 50% 이하인 사람 비율(상대적 빈곤율)은 2008년 45%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OECD 평균은 15%). 더구나 이 비율은 계속 상승해 2011년에는 48%에 이르렀다. 즉 많은 한국 고령자가 경제적 곤란 때문에 은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180만 노인가구 “생활비 마련 고민”
한국 고령층의 빈곤율이 높은 원인으로 먼저 연금제도가 발달한 선진국에 비해 공적연금이 고령층의 생활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을 들 수 있다. 2010년 일본 정부가 한국, 일본, 미국, 독일, 스웨덴의 65~74세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된 수입원을 질문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4개국은 응답자 50~90%가 공적연금을 든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비율이 11~12%에 머물렀다. 그 대신 일 또는 자녀의 지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물론 연금이 부족해도 자녀의 지원이 충분하다면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노년 부양비(15~64세 인구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의 수)가 빠르게 느는 데다, 부모 부양 의무라는 가치관이 약해지면서 부모에 대한 자녀의 지원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에서 자녀의 지원을 추정할 수 있는 노인가구(가구주가 65세 이상이며 18세 이상 65세 미만 가구원이 없는 가구)만 추출해 분석해보면, 이들 가구가 다른 가구로부터 얻은 이전소득의 평균값은 2000년대 전반에는 월 30만 원 내외였으나 2012년 2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노인 1인 기준).
연금이 부족하고 자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해도 축적해놓은 자산이 많다면 역시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점에서도 한국 고령층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자녀의 지원 없이 공적연금과 보유 자산 처분만으로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 고령가구는 약 30%에 불과했다. 가구주 연령이 60~74세인 254만 가구의 71%에 해당하는 180만 가구가 보유 자산을 처분해도 노후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평균수명이 높아질 가능성, 건강상의 문제 등 불시에 닥치는 어려움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고령가구의 평균 보유 자산은 감소했다. 2006년 가계자산조사와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비교하면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 평균은 3억3000만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보유 자산 감소는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에서 두드러졌다. 자영업에 진출했던 많은 고령가구가 이른바 자영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결과로 추측된다.
이처럼 공적연금, 자녀의 지원, 보유 자산 등으로 노후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고령자는 스스로 일해서 생활비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직장이 50대 후반을 정년으로 설정해놓아 임금근로자가 한 직장에서 늦은 나이까지 근속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고령자 상당수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지만 이들이 취업 가능한 일자리는 제한돼 있다.
일자리도 변변치 않아 걱정
최근 고령 노동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자영업자는 줄고 임금근로자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65~74세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의 비중은 2000년 26%에서 2012년 43%까지 늘어났다. 고령 자영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업 인구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의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위험부담이 큰 자영업보다 임금근로를 선택하는 고령층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령 노동에 대한 수요가 다양하지 못해 고용이 특정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201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이용해 65~74세 임금근로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단순노무종사자가 72.3%(약 44만 명)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2012년 3/4분기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이용해 이를 좀 더 세분해보면 그 대부분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23%)과 경비원 및 검표원(17%)이었다.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령층 임금도 높지 않았다. 노동부의 2011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해보면, 65~74세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월 141만 원으로 전 임금근로자 평균임금 210만 원의 67%에 해당했다. 2006년에는 그 비율이 71%였으므로 5년 사이 고령층의 임금조건이 악화된 셈이다.
고령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일하지 않거나 자녀의 지원 없이 보유 자산만으로 노후생활을 꾸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상의 분석 결과는 우리나라가 왜 ‘은퇴하기 어려운 나라’인지를 잘 보여준다. 많은 고령자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의 질 역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2000년 100만 명에서 2012년 178만 명으로 늘어나고 전 취업자의 비중도 4.7%에서 7.2%로 늘어났지만 고령층의 취업은 특정 직종에 제한됐다. 문제는 이들 업종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취업이 집중된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의 단순노무직은 시설관리 자동화가 진전됨에 따라 노동 수요가 줄어들 소지가 크다.
따라서 일하고자 하는 고령자에게는 고용안정을, 일할 수 없는 고령자들에게는 생활안정을 뒷받침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국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은 이런 맥락에서 언뜻 바람직해 보인다. 2011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7%보다 훨씬 높다. 1990년대 이후 변화를 보더라도 그 비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하지만 고령층의 경제적 처지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OECD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소득이 전체 국민의 중위 소득(정확히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의 50% 이하인 사람 비율(상대적 빈곤율)은 2008년 45%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OECD 평균은 15%). 더구나 이 비율은 계속 상승해 2011년에는 48%에 이르렀다. 즉 많은 한국 고령자가 경제적 곤란 때문에 은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180만 노인가구 “생활비 마련 고민”
한국 고령층의 빈곤율이 높은 원인으로 먼저 연금제도가 발달한 선진국에 비해 공적연금이 고령층의 생활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을 들 수 있다. 2010년 일본 정부가 한국, 일본, 미국, 독일, 스웨덴의 65~74세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된 수입원을 질문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4개국은 응답자 50~90%가 공적연금을 든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비율이 11~12%에 머물렀다. 그 대신 일 또는 자녀의 지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물론 연금이 부족해도 자녀의 지원이 충분하다면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노년 부양비(15~64세 인구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의 수)가 빠르게 느는 데다, 부모 부양 의무라는 가치관이 약해지면서 부모에 대한 자녀의 지원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에서 자녀의 지원을 추정할 수 있는 노인가구(가구주가 65세 이상이며 18세 이상 65세 미만 가구원이 없는 가구)만 추출해 분석해보면, 이들 가구가 다른 가구로부터 얻은 이전소득의 평균값은 2000년대 전반에는 월 30만 원 내외였으나 2012년 2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노인 1인 기준).
연금이 부족하고 자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해도 축적해놓은 자산이 많다면 역시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점에서도 한국 고령층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자녀의 지원 없이 공적연금과 보유 자산 처분만으로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 고령가구는 약 30%에 불과했다. 가구주 연령이 60~74세인 254만 가구의 71%에 해당하는 180만 가구가 보유 자산을 처분해도 노후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평균수명이 높아질 가능성, 건강상의 문제 등 불시에 닥치는 어려움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고령가구의 평균 보유 자산은 감소했다. 2006년 가계자산조사와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비교하면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 평균은 3억3000만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보유 자산 감소는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에서 두드러졌다. 자영업에 진출했던 많은 고령가구가 이른바 자영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결과로 추측된다.
이처럼 공적연금, 자녀의 지원, 보유 자산 등으로 노후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고령자는 스스로 일해서 생활비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직장이 50대 후반을 정년으로 설정해놓아 임금근로자가 한 직장에서 늦은 나이까지 근속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고령자 상당수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지만 이들이 취업 가능한 일자리는 제한돼 있다.
일자리도 변변치 않아 걱정
최근 고령 노동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자영업자는 줄고 임금근로자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65~74세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의 비중은 2000년 26%에서 2012년 43%까지 늘어났다. 고령 자영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업 인구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의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위험부담이 큰 자영업보다 임금근로를 선택하는 고령층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령 노동에 대한 수요가 다양하지 못해 고용이 특정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201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이용해 65~74세 임금근로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단순노무종사자가 72.3%(약 44만 명)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2012년 3/4분기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이용해 이를 좀 더 세분해보면 그 대부분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23%)과 경비원 및 검표원(17%)이었다.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령층 임금도 높지 않았다. 노동부의 2011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해보면, 65~74세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월 141만 원으로 전 임금근로자 평균임금 210만 원의 67%에 해당했다. 2006년에는 그 비율이 71%였으므로 5년 사이 고령층의 임금조건이 악화된 셈이다.
고령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일하지 않거나 자녀의 지원 없이 보유 자산만으로 노후생활을 꾸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상의 분석 결과는 우리나라가 왜 ‘은퇴하기 어려운 나라’인지를 잘 보여준다. 많은 고령자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의 질 역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2000년 100만 명에서 2012년 178만 명으로 늘어나고 전 취업자의 비중도 4.7%에서 7.2%로 늘어났지만 고령층의 취업은 특정 직종에 제한됐다. 문제는 이들 업종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취업이 집중된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의 단순노무직은 시설관리 자동화가 진전됨에 따라 노동 수요가 줄어들 소지가 크다.
따라서 일하고자 하는 고령자에게는 고용안정을, 일할 수 없는 고령자들에게는 생활안정을 뒷받침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할 것이다.